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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ul 03. 2019

나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싶은데

엄마가 해주시는 '집밥'이 최고지

나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싶은데..

20살에 엄마 품을 벗어나 독립한 이후 엄마가 해주시는 집밥은 소울푸드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엄마가 해주신 '집밥'을 매일 먹을 수 있었던 학창 시절이 참 행복했다.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엄마가 정성껏 차려주시는 집밥을 먹을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몰랐다. 엄마가 해주시는 집밥의 가치를. 오히려 친구들과 어울려 먹는 떡볶이, 튀김, 김밥 같은 분식이 더 좋았다. 그리고 인스턴트의 맛에 취해서 혀가 마비되는 것 같았다. 자극적이지 않고 밍밍한 집밥은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 같았다. 틈만 나면 외식을 하자고 졸랐다. 그때는 몰랐다. 집밥이 이렇게 그리울 줄은..




성인이 되고 돈을 벌면서 맛집을 찾아다니며 정말 맛있다는 음식들을 원 없이 맛보았다. 정말 맛있고, 특별하고, 값비싼 음식도 있었다. 하지만 왠지 어색했다. 먹을 때는 좋았는데, 배는 부르지만 마음이 허전했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한번 경험하는 것은 좋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내가 먹고 자라던 음식, 오랫동안 익숙했던 음식이 생각났다. 눈을 감고 엄마가 자주 해주시던 음식을 떠올렸다.


달걀 부침개, 멸치볶음, 콩자반, 김치전, 불고기, 갈치구이, 된장찌개, 김치찌개..


쉽게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음식들이지만 어디서도 엄마가 해주신 맛을 찾을 수는 없었다.


"엄마, 나는 햄이나 소시지 주세요?"

"그런 것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아"

"그래도 맛있는데.."


엄마는 가급적이면 가족들에게 인스턴트 음식을 먹이지 않았다. 조미료도 쓰지 않았고, 음식의 간은 싱거웠다. 가족들이 건강하기를 바라며 음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빠가 된 나는 딸아이에게 엄마와 똑같은 말을 하고, 똑같은 마음으로 음식을 먹이고 있다. 뒤늦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엄마 마음이 이런 거였나?'


다행히 딸아이는 야채도 잘 먹고 집에서 만든 싱거운 음식도 맛있게 먹는다. 그래서 고맙다. 한편으로는 엄마에게 미안하다. 나도 그럴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바깥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이 질리고 먹기 싫어졌다. 입맛이 바뀐 것일까? 간혹 바쁜 회사 업무 때문에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면 여지없이 탈이 나기 일쑤다. 외식을 자주 해도 배가 아플 때가 종종 있다. 엄마가 해주신 집밥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그렇지 않은데..


집에서 먼 곳으로 발령이 나서 혼자 자취생이 되었다. 퇴근길에는 엄마가 차려주시는 '집밥'이 더욱 간절하다. 운 좋게 본가 근처에 일을 하러 가면 퇴근하면서 본가에 들를 때가 있다.


"엄마, 제가 맛있는 것 사드릴게요. 나가서 먹어요"

"집에 밥이랑 반찬 다 있는데 어딜 나가?"

"밥 차치고 설거지하고 번거롭잖아요"

"금방 차리니깐 집에서 한술 뜨고 가"


맨날 주는 밥만 먹다가 밥 차리고 설거지를 하는 아빠가 되고서야 밥 한 끼를 차려내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일이 많은지 알게 되었다. 그렇게 마지못해서 차려진 밥상을 받고 내심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른다.


"크~아! 이거지. 이 맛이지"

"천천히 많이 먹어"


엄마의 음식 맛은 그대로인데 내 입맛이 변한 것일까? 아니면 어릴 때 미처 몰랐던 엄마표 '집밥'의 가치가 그 맛을 더해주는 것일까? 몇 번이고 감탄을 하며 밥 한 공기를 비워낸다. 배도 부르고 영혼까지 충만해진 기분이다.

  

이번 주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본가에 들러볼까? 괜스레 폰을 만지작 거린다.


"엄마, 나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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