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손이 되고 싶다
나는 식성이 좋은 편이다. 자연스레 음식 맛에 대해 관대하다. 즉 웬만하면 맛있게 잘 먹는다는 뜻이다. 대학생 때는 학생식당이나 기숙사 밥이 맛있었고, 군대에서는 짬밥이 맛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내가 어릴 때부터 맛있는걸 못 먹고 자란 줄 안다. 부모님이 들으면 섭섭할 이야기다. 미식가인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비싸고 좋은 것만 먹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잘 먹는다. 그러다 보니 내가 추천하는 맛집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나만 맛있었던 걸까?) 재작년까지도 가족여행을 가면 내가 알아본 맛집은 거의 꽝이었다.
작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내가 추천하는 맛집이 가족들에게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이유는 맛집을 찾을 때 좀 더 공을 들인 덕분이다. 똥 손에서 금손이 된 노하우를 공유해보려 한다.
맛집 찾는 노하우
1. 블로그나 SNS 추천을 활용한다.
자주 활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블로그, SNS는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 홍보글일지도 모르고, 취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블로그나 SNS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맛보다 비주얼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기에 판단하기 어렵다. 반응을 여러 개 확인해야 한다. 나쁜 반응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피하는 게 좋다.
2. 미식가의 단골집을 찾는다.
지인들 중에 분명 맛집을 찾아다니는 미식가가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추천을 부탁하자. 음식에 대한 취향이 비슷하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3. 역사가 오래된 곳을 찾아간다.
경쟁이 치열한 요식업계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았다는 것은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다. 경쟁력은 맛뿐만 아니라 가격이나 서비스 때문일 수도 있지만 요즘은 특히 가성비가 좋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단, 주인이 바뀌었거나 주인의 마인드가 바뀐 곳은 예전만 못할 것이다.
4. 관광객이 아닌 지역주민들이 애용하는 식당
수도권 쪽에 사는 지인들은 부산에 오면 꼭 해운대나 광안리가 바다가 잘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회를 먹고 싶어 한다. 전망은 좋지만 가성비가 좋지 않다. 나긋나긋한 표준어로 주문이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봉'이 된다. 관광지 인근보다 지역주민들이 가는 식당을 가길 추천한다.(지인 추천 or 주거지 인근 식당 이용)
5. 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한 식당
보통 이런 곳에서 접대나 모임이 많다. 가격이 좀 있더라도 맛이나 분위기가 좋은 경우가 많다. 시내보다는 외곽지나 외진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6. 검증된 프랜차이즈 식당
지역 특화된 음식을 먹지 못하더라도 중간은 한다. 큰 실패를 피할 수 있다.
7. 회식이나 모임에서 가본 식당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회식이나 모임에서 미리 가보고 맛있는 곳을 기억해둔다. 그리고 가족들을 데려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단 회사 사람이나 지인을 만날 리스크 존재.
피해야 할 식당
1. 단체관광버스가 자주 오는 식당
단체관광객들이 온다고 무조건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사를 끼고 손님을 받는 집은 마진을 높이기 위해 식사가 부실해지거나 단체손님이 아니면 소홀하게 대한 적이 많았다. 이런 곳은 단체관광객들에게 양보하자.
2. 가성비가 좋지 않은 식당
맛있는 집이긴 한데 가격이 비싼 곳은 맛집이 아니라 그냥 고급식당이다. 돈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그냥 특급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가성비 좋은 맛집을 찾지, 고급식당을 찾는 것이 아니다. 가성비가 좋은 집을 가는 이유는 기분 좋게 먹고 한번 사 먹을 것 두 번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관광지에서 인접한 식당
관광지에서 맛집을 찾기는 어렵다. 관광지에서 접근성이 좋은 곳은 임대료가 높다. 그래서 가성비가 좋기 어렵다. 접근성이 좋아서 사람이 붐비는 경우가 많다. 지난 휴가 때도 여행지에서 유일하게 실패한 곳이 관광지 입구에 위치한 식당이었다. 비싼 가격에 비해 맛이 없는 최악을 경험했다.
4. 식사 시간에 손님이 없는 식당
피크타임에 손님이 없다는 것은 뭔가 사연이 있을 것이다. 맛이 없거나, 비싸거나, 친절하지 않거나.. 단골 식당이 아닌 경우 조용한 식당은 왠지 망설여진다.
5. 너무 다양한 메뉴를 파는 식당
1~2가지 메뉴로 승부를 보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OO천국처럼 다양한 메뉴를 파는 식당도 있다. 한 가지 음식에 집중에도 맛있기 힘든데, 많은 메뉴를 다 맛있게 할 수 있을까? 경험한 바로는 대부분 이런 식당은 실패다.
추가적으로 식당에 음식을 먹으러 가면 메인 메뉴를 시키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카레전문점에 갔다면 카레를 시키고, 돼지갈비집에 갔다면 돼지갈비를 시키는 것이 좋다. 메뉴가 다양한 것은 주인이 이윤을 늘리기 위해서 다양하게 취급하는 것이지 본래의 주 메뉴보다는 못한 경우가 많다.
※ 지난주 휴가 때 지인 추천, 블로그 검색한 맛집을 여러 곳 찾아갔지만, 한 번도 식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전부 줄을 서서 1시간씩 기다려야 한다기에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대신 관광지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깔끔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유명한 식당이 꼭 정답은 아닌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