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독립생활
현재 타지에서 직장 생활하면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다. 방이 대학교 주변에 있다 보니 원룸을 드나드는 대학생들을 자주 본다. 문득 대학시절이 떠오른다.
친구 부모님들께 인기가 좋았다
대학시절 나는 친구 부모님들께 인기가 좋았다. 담배도 안 피우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했고, 학군단 후보생이라는 사실이 신뢰감을 심어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가끔 친구들이 늦게까지 놀거나 일탈할 때 부모님들은 나한테 연락하셨다.
"여보세요? OO이니?"
"네, 안녕하세요? 어머님"
"어, 우리 ㅁㅁ이 너랑 같이 늦게까지 과제한다고 하던데.."
"네? 아닙니다. 아직 집에 안 들어갔나 봐요. 제가 연락해서 들여보내겠습니다"
이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된 후 부모님들의 신뢰를 엇었다. 연락을 받으면 친구들을 술집이나 당구장에서 찾아내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지금은 귀찮아서 못할 일인데 당시에는 의무감이나 정의감 같은 게 있었나 보다.
자취는 아무나 하나?
2학년 생활이 시작되기 전 친한 친구가 들뜬 모습으로 말했다.
"나 이번 학기에는 자취할 거야"
"어? 너 버스로 1시간이면 통학되는데 웬 자취?"
"나도 자유를 좀 누려보자"
"넌 술이랑 여자 좋아해서 안돼"
"부모님께 허락받았지롱~"
"글쎄? 과연 그럴까?"
아니나 다를까? 친구 어머님께 전화가 왔다.
"잘 지냈지?"
"안녕하세요? 어머님"
"그래, 내가 상의 좀 할 게 있어서 그러는데.."
"네, 말씀하세요"
"우리ㅁㅁ이 자취하고 싶다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니?"
"흠.."
"솔직하게 말해줘. 괜찮을까?"
친구 녀석은 내 앞에서 파리처럼 싹싹 비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야~ 한 번만 잘 이야기해줘"
바른 소리, 쓴소리로 얻어낸 이미지인데 거짓말할 수는 없지.
"음.. 어머님, 제 생각에 ㅁㅁ이는 자취시키면 안 됩니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해서 맨날 술 마시고 수업 빠지고 그럴 것 같습니다."
어머님은 내 말에 힘을 얻었는지 대단히 반가워하셨다.
"너도 나랑 생각이 똑같구나. 어쩜"
친구는 거의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면서 속삭였다.
"너 절교야. 절교. 너 안 볼 거야"
"내가 너무 했나?"
그래도 우정이 우선이지?
친구 부모님께 신뢰도 좋지만 그렇다고 우정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절충안을 찾기로 했다.
"어머님, 그런데 ㅁㅁ이가 통학하면서 너무 힘들어하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기숙사 신청하면 어떨까요?"
"기숙사? 거긴 통제가 되니?"
"저도 기숙사 사는 거 아시잖아요? 제가 방에도 데리고 오고, 일찍 깨워서 같이 아침도 먹여서 수업 보내고 하겠습니다"
"정말? 아유~고맙구나"
그렇게 친구는 처음 집에서 벗어나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 자기 관리가 잘된 상태에서 자취생활은 장점이 많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방탕한 생활(술, 담배, 게임, 이성, 게으름)로 몸과 마음이 황폐해지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혼자만의 자유도 좋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모님이 해주시는 따뜻한 밥과 깨끗한 의복이 그리울 때가 많습니다.
※ 위에 나온 친구도 현재 금융업계에 종사하면서 아이 둘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