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몫만큼 더 일할게
8~9월부터 신입사원과 일하는 횟수가 늘었다. 본사에는 공채 신입사원이 입사했다. 지사에는 새로 신입 업무 사원, 슈퍼바이저를 채용했다. 그리고 우리 부서에도 신입사원을 4명이나 채용했다.
신입사원들은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과 낯선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힘들 수밖에 없다. 직장과 직업을 4차례 바꾸면서 4번의 신입사원 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서 그 심정 이해한다.
신입사원의 고충이야 자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신입사원과 함께 일하는 기존(헌) 사원의 고충도 공유해보려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기존에 동료들과 일하던 습관 때문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OO 씨 ㅁㅁ데이터 집계한 것 좀 공유해주세요"
"네? 잠시만요"
그러고는 한참 답이 없다. "아~ 신입사원이지'
모니터 너머로 시선을 돌리니 진땀을 흘리고 있다. 기존의 동료가 1분 만에 처리하던 일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료를 받아서 일처리 하던 습관이 들어서인지 답답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거 한 번도 안 해봤죠?"
"네, 피벗 돌리는 건 처음이라.."
"그럼 여기 보세요. 알려드릴게요"
하나씩 설명했다. 아는 것과 가르쳐서 이해시키는 것은 다르다. 정확하게 알고 숙달되지 않으면 가르치는 것도 버벅거린다. 그러면 배우는 입장에서는 헷갈린다.
매번 동료에게 쉽게 자료를 받아쓰다가 직접 하면서 설명까지 하려니 쉽지 않았다. 어떻게 가르쳐줬는데 썩 만족스럽지 않다. 할 줄만 알고, 능숙하게 하지 못해서 그렇다. 이 참에 가르치면서 나도 복습을 좀 해야겠다.
현장에 근무하면서 본사에 업무 요청이나 문의할 일이 많다.
"A라는 문제 B로 처리하면 되나요?'
"네. 근데 C로 처리하셔도 돼요"
"네, 감사합니다"
기존에는 보통 이런 프로세스였다. 게다가 길어도 10분 내에 해결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대화는 이렇다.
"A라는 문제 B로 처리하면 되나요?"
"네? 제가 처음이라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30분쯤 후에 연락이 온다.
"그렇게 하시면 된다고 합니다"
"그럼 C로 처리해도 되나요?"
"아.. 확인해보겠습니다"
이런 식이다.
그나마 말이 통하면 다행이다. 동문서답하거나 용어 자체를 모르면 용어를 풀어서 설명까지 해야 한다. 그 이후에 업무 문의를 해야 한다. 그럴 때면 내가 문의를 하는 건지, 일을 가르치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내가 처리하는 업무는 다른 담당자나 관리자를 통해서 해결하면 그만이다. 현장에서 요청받은 문제는 직원들이 계속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빨리 처리해주지 않으면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그러면 괜히 중간에서 내가 죄인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도 괜찮다.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질 것이고, 숙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이든 기존 사원이든 그 시기를 잘 버텨야 한다.
신입사원은 빨리 업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려는 의지와 자세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은 퇴사한 직원 중에 신입사원 시절 업무를 알려줘도 계속 실수를 하고, 상사가 따로 학습하라고 숙제를 줘도 안 해오길 반복하다 결국 미운털이 박혔다. 결국 오래 다니지 못했다.
기존 사원이나 관리자는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어서 신입사원을 가르쳐야 한다. 가르치고, 테스트하고, 확인해야 한다. 물론 기존 업무 하기에도 바쁘고, 피곤하지만 신입사원이 빨리 성장해서 자기 몫을 해줘야 모두가 윈윈 하는 것이다.
가끔 주변을 보면 신입사원을 방치하거나, 혼만 내는 선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또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잘 기르자 무럭무럭 자랄 때까지..
* 한 번에 수많은 신입사원과 일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구관이 명관이다" 하지만 "잘 키운 신입 한 명 열 선배 안 부럽다"는 말이 나오도록 함께 잘해봐야겠습니다.
* 실제로 3~4년 전에 채용해서 일하던 신입사원들이 일을 잘해서 시상받고 칭찬받으면 그러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