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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ul 11. 2020

첫 캠핑을 다녀와서

국내에 캠핑이 유행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13년에 '아빠 어디 가'라는TV 프로그램에서 가족이 캠핑을 즐기는 모습이 꽤 인상 깊었다. 그 유명한 짜파구리도 거기서 처음 소개되었다. 다만 딸아이가 너무 어려서 '나도 가족들과 캠핑 가고 싶다'라는 생각만 했다. 시간이 지나 점차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딸아이도 무럭무럭 자랐다. 


어린 시절 캠핑의 추억

어린 시절 부모님과 캠핑을 갔다. 그때는 캠핑이라는 용어가 익숙지 않았다. 그저 산이나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코펠을 이용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놀았다. 지금보다 캠핑장비도 열악했다. 텐트를 치고 걷는데도 한참 걸렸고, 각종 장비도 지금보다 무겁고 불편했다. 그래도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성인이 되고 처음 들어간 텐트는 군용 텐트였다

성인이 되고 캠핑이 망설여졌던 것은 군대에서의 기억 때문이다. 훈련을 나가면 야외 숙영을 한다. 쌍팔년도에나 만들어진 것 같은 군용 텐트를 친다고 애를 많이 먹었다. 지휘소 텐트는 정말 무겁고 설치하기가 어려웠다. 

다들 기억나쥬?

겨울에 바람도 술술 들어오고, 냄새도 나고 별로 좋은 기억이 없다. 밤에도 침낭 속에서 덜덜 떨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으리..


20대에는 펜션이나 모텔

20대에 여행을 가면 주로 펜션이나 모텔을 주로 이용했다. 깔끔하고 저렴해서 좋았다. 굳이 텐트와 장비를 짊어지고 여행을 다닐 필요가 없었다. 우리나라만큼 펜션과 모텔이 많은 곳도 아마 드물 것이다. 여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30대에는 리조트

결혼을 하고는 리조트를 자주 이용했다. 부모님이 회원권을 구매하신 덕분에 혜택은 우리가 누렸다. 딸아이가 4살 무렵부터 리조트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숙박비가 저렴했고 깨끗하고 편리했다. 딸아이는 수영장을, 아내와 나는 스파를 즐겼다. 지난 몇 년간은 주말이나 휴가철에 리조트 덕을 독톡히 보았다. 주변에서 캠핑을 같이 가자고 했지만, 굳이 캠핑장비를 구매하면서 가고 싶지 않았다. 편리한 리조트와 호텔을 이용하면 되니깐..


코로나는 여행패턴을 바꾸었다

올해 초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했다. 나름 안전수칙을 지킨답시고 6개월가량 여행은커녕 가족 외식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리조트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집에만 계속 있자니 너무 답답했다. 그러는 동안 떠오른 게 캠핑이었다. 


'사람들과 거리두면서 텐트 치고 우리 가족끼리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지인의 추천을 받아서 작은 원터치 텐트를 하나 구매했다. 텐트가 택배로 도착한 날 거실에서 쳐보았다. 완전 신세계였다. 기둥 세우고, 줄을 당겨서 주변에 고정시키고 핀을 박고 하던 옛날 케케묵은 텐트만 가득했던 머릿속 기억이 싹 지워졌다. 원터치 텐트는 주머니에서 꺼내서 손에서 놓자 거실에 '촥'하고 2초가 걸리지 않아서 완성되었다. 

저 캡슐을 던지면 안에서 집이 나왔지

마치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던 캡슐 주택이 현실화된 기분이었다. 딸아이는 신이 나서 텐트에 들어가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캠핑장을 예약하려고 보니 주말은 이미 3주 후까지 예약이 가득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이용하는 캠핑장으로 가기로 했다. 13시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11시쯤 갔더니 자리가 없었다. 딸아이의 실망한 표정에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관리인 청년에게 다가가서 귓속말로 말했다.

"혹시 텐트를 칠만한 장소가 더 없을까요?"

"네, 여기 캠핑장이 다 찼어요"

"오늘 가족들하고 처음 나왔는데, 잠깐만 텐트라도 쳐보고 갈만한 곳 없나요?"

"1박 하실 거는 아니죠?"

"네, 몇 시간만 놀다가 갈 거예요"

"그러시면 이 길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시면 어린이 쉼터가 있어요. 거기에서 치고 노시면 돼요"


관리하시는 분의 친절 덕분에 우리 가족은 캠핑장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에 텐트를 칠 수 있었다. 텐트 속에서 미리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었다. 딸아이는 놀이터 같은 곳에서 신나게 놀았고 나는 아내와 텐트에 누워서 딸이 노는 것을 바라보면서 쉬었다. 


우여곡절 끝에 첫 캠핑을 마쳤다. 준비물은 원터치 텐트, 바닥깔개 2장, 무릎담요 2장이 전부였다. 

"다음에는 버너랑 코펠 준비해서 라면이라도 끓여먹을까?"

"좋아 좋아"


캠핑장에 자리 잡은 사람들을 보니 의자와 테이블, 각종 먹거리를 준비해서 제법 그럴싸해 보였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하나씩 장비를 갖춰서 캠핑을 즐겨보려고 한다.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딸아이가 워낙 좋아하니 한동안은 캠핑을 자주 다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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