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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Oct 14. 2016

저는 회사 중간관리자입니다.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회사에서 중간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관리를 하고 관리를 받기도 하는 위치다. 게다가 사무직이 아닌 현장관리자는 본사(사무실)와 현장의 중간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장의 의견을 본사로 피드백하고, 본사의 지침을 현장에서 적합하게 적용시켜서 지시해야 한다. 그래서 정답도 없고 어려움이 많다.


관리자의 역할은 다변적이다.

시키기만 해서도 안되고, 실무를 하기만 해서도 안된다. 때와 장소에 맞게 유연하게 일해야 한다. 하지만 기준은 없다.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잘 안 되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1. 내가 '그런 일'까지 해야 해?

관리자는 부하직원에게 일을 시킨다. 시키는 것까지는 좋은데,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입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명색이 관리자인데 그런 일을 어떻게 해?' 같은 특권의식을 가지고 도움이 필요한 사항에서도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매장에서 부하직원들이 땀 흘리며 박스를 옮기고 있는데 한 관리자가 옆에서 소리만 지르는 것을 보았다. 나는 팔을 걷어붙이고 같이 박스를 날랐다. 숨을 헐떡이는 나 그 관리자는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런 일도 직접 합니까?'

'필요하면 저라도 도와야죠.'


이런 유형은 대부분 부하직원들의 반발심을 사기 쉬운 경우다. 부하직원들도 관리자가 허드렛일을 잘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나 역시 직원들이 2~3박스 나를 때 1박스밖에 못 나른다. 그럼에도 힘들 때 함께 해준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2. 나는 '그런 일'도 잘해!

정반대의 경우다. 솔선수범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면 역효과가 난다. 초급장교 시절 교육받는 동안 솔선수범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자대에서 청소를 감독해야 하는 입장임에도 청소시간에 직접 빗자루를 들고 나섰다. 그리고 열심히 땀 흘리며 청소를 마쳤다. 청소시간이 끝나갈 때쯤 선배(대위)에게 불려 갔다. 솔선수범했으니 칭찬해주겠지라는 기대를 했다. 그런 웬걸, 크게 혼이 났다.


"네가 그러고도 장교야? 거기만 깨끗하면 뭐해? 네가 분대장이야? 시간 내 막사 전체가 깨끗해지도록 통제하고 조율을 해야지. 멍청한 놈! 간부 마인드를 가져라!"


머리가 띵했다. 내가 일부 구역을 열심히 청소하는 동안 놀고 있는 병력도 있었고, 일손이 부족해서 청소를 마치지 못한 구역도 있었다. 부지런히 다니면서 병력을 재배치하고, 필요한 것은 없는지, 애로사항은 없는지 전체를 관리하는 역할에 실패했던 것이다. 그 선배는 그런 역할을 잘하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간부들과 병사들의 신뢰가 두터운 인물이었다. 2년 반 동안 이 선배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물론 잘못할 때마다 "병신 같은 XX"라는 말을 하루에 몇 번씩 들었지만 싫지는 않았다.




관리자는 직접 하는 일보다 시키는 일이 많다.

그것은 조직의 효율성을 위한 것이지, 관리자가 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현 직장에서 존경하고 따르는 직속 상사(부장)는 항상 멋진 모습으로 감동을 준다. 이번 태풍 때 지시만 해도 되는 높은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진흙을 뒤집어쓰며 복구작업에 앞장섰다. 박스를 나르거나, 단순작업도 함께하고 웬만한 실무자보다 잘한다. 오랫동안 몸에 베인 솔선수범 때문이지 않을까?



자신과의 약속

관리자에게는 권한이 많다. 평가에 대한 권한, 보상에 대한 권한, 근태에 대한 권한 등이 있다. 하지만 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이를 악용해서 갑질 해서는 안된다.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과 약속을 했다.

1) 존댓말 하기

2) 고개 숙여 먼저 인사하기

3) 질문에 떳떳하고 합리적인 답변하기

4) 새로운 업무는 먼저 해보고 시키기

5)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사과하기


비상상황이 일어나면 미군은 직급이 높은 순서로 복귀한다고 한다. 장군, 영관급 장교, 위관급 장교, 부사관, 병사 순으로 말이다. 우리나라는 군대든, 공무원이든, 회사든 정반대로 움직인다. 부하직원들이 먼저 나와도 판단과 결정은 결국 윗사람이 하게 되어있다. 그게 효율성이고 관리자의 권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관리자는 존경을 바라야지 인기를 바라면 안 된다.

인기를 얻기 위해서 부하직원들의 말은 무조건 들어주는 관리자도 있다. 또는 부하직원들의 평가나 불만을 두려워한 나머지 소신껏 하지 못하는 관리자도 있다.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하면 부하직원들에게 약점을 잡힌다. 상사뿐만 아니라 부하직원들 앞에서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급여를 더 많이 받고, 직급과 직책이 높은 만큼 더 많이, 열심히, 잘해야 한다. 그래서 무겁고 어려운 자리다. 업무로는 철저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어야 따라온다. 관리자 생활 7년 차. 아는 것은 많으나 나의 행동은 어디까지 왔을까?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칼리쉬의 작은 은신처) 미드-밴드 오브 브라더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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