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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Apr 06. 2017

아직도 술=소통일까?

 술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인사발령

3월 초 인사발령으로 상사들이 바뀌었다. 군대로 치자면 대대장과 연대장이 동시에 바뀐 셈이다. 존경하고 따르던 상사는 영전에서 본사로 가셨다. 1년간 함께 하면서 업무, 인품, 자세 등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술 좋아하시는 것만 빼고는 다 좋았다. 술자리도 강제성이 없었기에 더할 나위가 없었다.


새로운 상사들

새로운 팀장은 이전보다 많은 업무 내려보냈고, 새로운 직속 상사는 꼼꼼하게 모든 업무를 챙겼다. 새로운 직속 상사는 꼼꼼하기로 사내에서 정평이 난 분이다. 게다가 본사에 보고하는 대부분의 보고자료를 나에게 시켰다. 믿고 맡기는 것은 좋으나 2~3명에서 하던 것을 혼자 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야근에다 퇴근 후 집에서도 일을 했다. 덕분에 가정생활과 개인생활의 밸런스는 완전히 무너졌다. 주말에도 절반은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새벽에 응급실 신세를 진적도 있다. 심지어 그날도 오후에 출근해서 일을 했다. 정신없이 한 달이 지났고, 브런치는 엄두도 못 냈다.


치명적인 술자리

일은 많아도 어떻게든 할 수 있다. 다만, 일주일에 3~4번의 술자리가 엄청난 고역이었다. 퇴근 후 3~5시간씩 이어지는 술자리는 나에게 치명적이다.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 마시지도 않는데, 친구도 아닌 회사 사람들과 개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말 싫었다. 아직 그런 회사가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회사가 아직 있다.


퇴근하면 육아와 가정에도 충실해야 하고, 개인적인 시간(운동, 독서, 글쓰기 등)도 필요하다. 그런데 완전히 회사에 모든 시간을 올인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참 안타깝다. 예전 상사에게도 너는 소통이 부족하다, 업무는 괜찮은데 관계 형성에 신경 쓰라는 충고를 들었다.  


밤늦도록 술을 마셔야 소통일까? 술 마시고 어울려야 관계가 좋아질까? 어쩌면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40대~50대 관리자들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회사가 아직도 보수적이고, 구시대적인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40~50대 그들의 생각

40~50대는 가정에 충실하지 않던 세대였고, 외벌이가 많던 세대다. 나처럼 퇴근 후 일찍 집에 갈 필요가 없었다. 퇴근하고 술 한잔 마시고 늦게 가는 게 당연하던 사람들이었다. 아내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고, 남자가 바깥에서 돈 벌어오는데, 늦게 들어가도 괜찮다는 생각이 강했다.


어떤 분은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온다고 잔소리하는 아내에게 화를 내서 찍소리 못하게 했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한심해 보일 수가 없었다. 내가 신경 안 써도 자식들이 잘 자란다는 가장들도 보았다.


누가 더 소중한데?

의리, 술자리의 관계나 소통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얻어가는 것도 있겠지만, 퇴사하거나 좌천되고 나면 그렇게 부르짖던 의리와 소통은 온데간데없고, 제 살길만 찾던 이중적인 모습도 종종 보곤 한다.


회사나 동료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지도, 바라지도 않으려고 생각한다. 그중에 분명 오래가는 관계도 있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마음을 나눈 벗이나 영원한 내 편인 가족보다 소중할까?  



얼마 전 아내가 회사 다니랴, 대학원 다니랴, 가정 챙기랴 자기도 바쁜 와중에 나에게 해주는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여보, 빨리 승진 못해도 괜찮고, 일 못해도 괜찮아. 당신이 스트레스 안 받고 건강하면 돼"


그래 어쩌면 나는 직장에서 인정받고, 빨리 승진하고 싶어서 다른 소중한 시간을 희생하면서 점점 더 회사생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이 아닐까? 결국 자기만족 때문이었던 것일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중간중간 체크하면서 살아야겠다.




※ 술 안 마셔도 소통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점심식사, 커피 한잔 하면서 이야기 들어주고 맞장구치는 거 잘합니다. 술 안 취해도 잘 놀고, 술기운 안 빌려도 할 말 하는 성격입니다. 제가 40~50대가  되면 술 마시는 문화가 많이 변할 거라 믿습니다. 그렇게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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