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밍아빠 Apr 24. 2017

아내의 선물

새 노트북이 생겼다

갖고 싶은 것이 별로 없다

스스로 물욕이 적은 편이라 생각한다. 스마트폰, 차, 옷, 스포츠용품 어느 것도 특별히 갖고 싶은 것이 없었다. 낡으면 낡은 대로,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그냥 쓴다. 없으면 없는 데로 산다.  


돌이켜보면 10년 넘게 혼자 살면서 짐을 줄이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좁은 방에 살면서 이사가 잦았던 탓에 번거롭게 짐을 늘리고 싶지 않았다. 물건을 빌려 쓰거나 없으면 대체해서 쓰는 것에 익숙했다.


꼭 사고 싶은 것이 생겼다.

최근 들어서 계속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이 생겼다. 바로 노트북이었다. 8년 전에 구매한 노트북은 너무 낡았고, 회사에서 지급한 노트북은 보안 프로그램이 많이 깔려서 제약이 많고, 느렸다. 틈틈이 글을 써보려면 한참을 버벅거리다가 다운되어버려서 의욕이 떨어졌다. 새 노트북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빠듯한 생활 중에 목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미루고 있었다. 우연히 노트북을 구매할 결정적인 계기가 생겼다. 주말에 내 노트북을 빌려서 과제를 하던 아내가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여보, 스트레스받아서 어떻게 써? 그냥 내가 하나 사줄게.

익숙했던 나는 불편함을 감수했지만, 잠깐 빌려 쓰던 아내는 견디기 어려웠나 보다. 부팅해서 인터넷 접속하는데 5분이 걸렸는데, 새로 구매한 노트북은 부팅에서 인터넷 접속까지 1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엄청난 속도와 기존 노트북의 1/3 정도 되는 무게에 나는 완전히 반해버렸다.


오프라인에서 구매한 덕분에 생각하던 예산을 약간 초과했지만, 아내는 흔쾌히 최신 노트북을 선물했다. 덕분에 소파에 앉아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여보, 나한테 새 노트북 선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거야"라고 큰소리쳤지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랜만에 받아보는 큰 선물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사주셨던 첫 컴퓨터. 대학교 때 친구들과 용산을 돌아다니며 사다가 맞췄던 조립식 컴퓨터. 제대 후 처음 취업 준비용으로 구매했던 노트북. 그동안 사용했던 컴퓨터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간다. 몇 년 후면 완벽한 이 노트북도 구식이 되겠지만, 그동안 이 노트북을 활용해서 나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직도 술=소통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