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밍아빠 May 09. 2017

아빠의 복잡한 마음

짜증을 다스리기 위한 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것.
하기 싫은 것을 하는 것.


이 두 가지 마음이 짜증의 원인이다. 회사나 집에서 짜증이 심해졌다. 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평가, 실적에 따라서 하고 싶지 않은 일, 왜 해야 하는지 납득가지 않는 일을 그저 명령을 따르는 로봇처럼 하고 있다. 또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지만, 시키는 일을 해내기 벅찬 나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지시와 평가만이 존재하는 회사생활에 신물이 난다.


집으로 돌아와도 몸과 마음이 편하지 않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은 휴식을 휴식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개인 시간은 포기한 지 오래다. 그조차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아내와 잦은 다툼에 서로 마음이 많이 상했다. 친구를 만나는 횟수가 연 1~2회가 채 되지 않는다. 그마저 경조사나 업무 중에 마주친 경우다.




운동, 독서, 글 쓰는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다. 잠깐 짬을 내보려면 "아빠, 여보"하고 찾기 일쑤다.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다. 마음을 잡다 잡다 짜증이 나서 덮어버린다. 짜증난 나에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보내지 말아줄래? 몇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대화의 마음을 닫아버렸다.



나에게 퇴근은 무엇이고, 휴일은 무엇일까? 오롯이 30분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게 안되어서 나는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잠깐씩이라도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게 잘 안 되는 것은 휴일이 크게 세 가지 시간으로 나눠지기 때문이다. 딸과 보내는 시간, 아내와 보내는 시간, 딸과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 딸과 내가 보내는 시간은 아내가 쉰다. 아내와 내가 보내는 시간은 딸이 쉰다. 아내와 딸이 보내는 시간은 거의없다. 항상 나를 불러들이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부터는 딸이 나를 찾는다. 옆에 누워라. 이야기를 해달라. 같이 TV를 보자. 놀이를 하자.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좋다. 다만 텀이 없으니 아빠도 힘들다. 너희 둘이 좀 놀아라. 둘이 놀아라고 붙여두면 꼭 나를 찾는구나. 둘이 놀다가 나를 부르면 아내가 얄밉다. 이 문제로 화를 내다가 아내와 싸운 적도 있다.




선배들이 그랬다. 자식들이 학교 다니면 너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지금 아니면 관심 안 가지니깐 고마운 줄 알고 가족들과 시간 많이 보내라고 한다. 퇴근하고 늦게 들어가도, 주말에 회사에 나와도 가족들이 찾지 않는 선배들을 보면서 씁쓸한 위안을 삼는다. 저런 모습은 아니라도 나에게는 밸런스가 필요하다.  


그냥 내가 게으른 것일까? 시간관리를 잘 못하는 것일까?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내가 직장생활도 가정생활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일까? 마음이 상당히 복잡하다.


"아빠 왜 또 짜증 났는지 물어봐"

또 뭔가 나를 부르는데 해명이 필요하겠지? 그렇지만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둬 좀.




※ 이 시기를 현명하게 살아낸 인생 선배님들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의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