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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Nov 27. 2017

결혼기념일을 망쳤다.

가성비 좋은 방법 없을까?

결혼기념일 = 회사 교육

지금 다니는 회사는 연 1회 관리자 교육을 한다. 그것도 2박 3일로.. 

하필이면 교육 날이 결혼기념일이다. 그래서 결혼하고 기념일을 한 번도 챙기지 못했다. 올해도 역시 그날이 교육가는 날이다.


어쩌면 이번에는..

회사에서 돌발상황이 생겼다. 상사는 돌발상황 대처를 위해 본사에 교육 불참을 요청했고 승인이 났다. 일상을 벗어나 외부교육받을 기회가 사라져서 아쉬웠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올해 결혼기념일을 멋지게 챙겨야지. 


일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매일이 야근이었다. 그래도 당일날은 일찍 마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여보, 오늘 엄마, 아빠가 슈밍이 봐주신대.."

"아 그래?"

"둘이 영화라도 한편 보고 오라고"

"잘됐다. 데이트하자"


약속을 덥석 잡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마무리 단계로 갈수록 일이 늘어났다. 퇴근시간까지 몇 시간 안 남았다.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여보, 몇 시쯤 마쳐?"


가슴이 철렁했다. 아무리 계산해봐도 지금 속도로 정시퇴근시간은 어렵다. 아내에게 전화했다.


"미안해, 늦을 거 같아. 장모님, 장인어른과 같이 식사해"

"어쩔 수 없지. 알겠어"


퇴근은 했으나..

서운함이 담긴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니 미안했다. 집중해서 일했지만 마치니 이미 저녁 8시. 상사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고생 많았어. 소고기 사줄게. 가자"

"저 오늘 결혼기념일이라서.."

"그래? 어서 가봐. 잠깐만 이거 식사라도 해"

"감사합니다"


상사는 결혼기념일인데 식사하라고 상품권을 한 장 쥐어주셨다. 퇴근하니 아내는 이미 식사를 마치고, 화장 지우고 편안한 차림이다. 


"미안해, 분위기 좋은데 커피라도 한잔하러 갈까?"

"아니, 피곤해서 그냥 됐어"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내심 들떴을 텐데.. 약속이 깨져서 그런지 뾰로통하였다. 선물이나 이벤트도 없었고, 함께해준 시간도 없었다. 갖고 싶다던 옷을 사서 깜짝 선물을 해주려고 했는데.. 망쳐버렸다.


'아니야, 정신 차려.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


선물을 사려고 미리 주식 팔아놓은 돈을 봉투에 담았다. 그리고 급하게 손편지를 썼다.


"결혼기념일 축하해. 미안하고 고마워"

"이게 뭐야? 언제 준비했어?"

"사실 미리 준비하고 있었어. 착오가 생겼지만.."

"고마워. 기분 다 풀렸어. 근데 무슨 돈을 이렇게 많이 넣었어?"

"그거.. 주식 오른 것 좀 팔았어. 사고 싶어 했던 옷 사줄게"

"됐어. 그거 너무 비싸서 안 살 거야."


그럴 줄 알았다. 그냥 옷 사서 택을 떼고 선물로 줬어야 하는데.. 

결혼기념일 밤은 여느 날처럼 조용히 저물었다. 



※ 다음날이 주말이라 아내와 맛있는 식사를 하고, 와인도 한잔 사서 마시면서 밤늦게까지 대화를 많이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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