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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Nov 19. 2017

퇴사가 정답일까?

퇴사에 관한 생각

퇴사에 관한 책과 글을 자주 접한다. 그만큼 직장 생활이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구직이 어렵고, 직장에서 불합리한 부분 때문에 퇴사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아닐까?


퇴사라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알바 그만 두는 것처럼 '내일까지만 일할게요.'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2주 ~ 4주 전에는 직속상사나 인사과에 이야기하고, 면담하고, 퇴사일 조율하고, 퇴직금 정산, 인수인계, 사직서 작성 및 결재, 노트북과 사원증 반납 등등.. 복잡한 일이다.


회사를 생각해서 너무 빨리 이야기하면 남은 기간이 민망하고 괴롭다. 그렇다고 너무 임박해서 이야기하면 인수인계나 후임인력 공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보통 2주 ~ 4주 전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 내규에는 보통 1개월 전에 통보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근로기준법을 찾아보면 퇴사에 관한 날짜는 언급 되어있지 않다.


퇴사전에는 직속상사, 인사과 직원, 담당 임원 등과 면담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꽤나 곤혹스러운 일이다. 대부분 퇴사를 만류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지역이나 팀으로 보내줄게' 라고 회유 하거나,


'지금 나가면 취업 어려워'라고 겁을 주기도 한다.


'너 같이 몇달 하다가 나가서 잘된 X 못봤다'는 악담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10~20년 한 직장에만 쭉 다닌 사람이 퇴사를 만류하는 것은 그다지 신뢰가지 않는다.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조언을 마치 세상일 다 안다는 듯한 태도로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3번의 퇴사를 했고, 4번째 직장에 다니고 있다. 짧게는 8개월 길게는 6년을 다녔다. 직간접 경험을 통해 몇 가지 느낀바가 있다.


1. 젊을수록 퇴사가 유리하다.

입사하고 3개월만 생활하면 구성원, 분위기, 기업문화, 근무강도, 복리후생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정말 아니라 생각하면 퇴사해야 한다. '3개월은 다녀라', '3년은 다녀라'는 조언이 많다.


내가 적응을 못해서 어려운 건지, 회사가 나와 맞지 않는 것인지는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퇴사에 대한 결정을 내렸으면 최대한 빨리 나가야 한다.


젊을 때는 신입 공채 등 기회가 많고, 채용인력도 00~000명이다. 문이 넓다는 뜻이다. 하지만 30대가 넘어가고, 3년 차 이상이 되면 경력 있는 신입이 될지, 경력직으로 갈지 고민하게 된다. 기업들은 경력 있는 신입을 선호한다. 필자도 신입사원만 4번 했다.(나중에는 신입교육 프로그램이 따분하기도 했다)


경력직의 경우(대리~부장)는 채용되면 짧은 교육을 받고 즉시 현업에서 근무해야 한다. 대부분 규모가 작은 회사로의 경력직 이직이 더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경력직 채용은 인원이 매우 적다. 또한 경력직 T.O가 왜 나는지도 잘 생각해봐야 한다. 만족스러운 자리였다면 전임자가 계속 그 자리에 있었을 테니깐..


2. 학벌과 스펙이 좋을수록 퇴사가 유리하다.

너무 당연한 말인가? 학벌과 스펙 좋은 동기들이 이직을 너무 잘해서 신기하고 부러웠다. 현업에 투입하기 전에는 일을 잘하는지 알 수 없다. 학벌, 스펙 좋고 면접을 잘 보면 대부분 합격이다. 일단은 학벌과 스펙은 성실함을 나타내고, 대한민국 사회와 교육시스템에 잘 적응해서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입장에서는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실상이 어떤지는 그 이후 문제다.


경험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은 너무 튀거나 창의성이 뛰어난 인재를 원하지 않는다. 공모전에서나 통할 뿐이지.. 스마트하되 시키는 일 잘하고, 불만 없고 무난한 사람을 선호한다. 특출난 인재는 대졸공채에서 안 뽑는다. 벤처 사업가, 해외 석박사, 특정분야의 전문가(김연아급)는 되어야 한다.


3. 갈 곳을 결정하고 퇴사하는 것이 유리하다.

퇴사사유는 이직, 창업 등 다양하다. 그냥 현재 하는 일이나 회사가 싫어서 홧김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은 만류하고 싶다. 회사 다니면서 이직 준비가 어렵고 눈치가 보인다고 퇴사하고 준비하겠다는 사람도 만류하고 싶다. 회사 입장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개인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아주 크다.


이직을 하려다가 실패해도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은 든든한 일이다. 그만큼 믿을 구석이 있기 때문에 부담도 적고, 자신감도 생긴다.


하지만 퇴사하고 재취업을 못하면 초조해진다. 당장 수입이 끊기고, 백수가 되었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넣어보다가 구직기간이 길어지면 후회를 한다. 그냥 참고 다닐걸.. 결국 직장을 구할 수는 있다. 그게 꼭 더 나은 직장이라는 보장이 없어서 그렇지(이게 다 나의 경험담이다)


이직을 해야겠다면 더 좋은 직장을 구한 후에 이직을 하는 것이 더 낫다. 회사 입장에서는 얄밉겠지만, 이중 취업이 아니고서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4. 비슷한 조건과 처우라면 기존 직장이 더 유리하다.

연봉 1000만 원 더 준다고 이직한다? 근무여건이 좋으니깐 이직한다? 정말 신중해야 한다. 몇 번의 이직을 하다 보니 직장마다 장단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 직장에서 장점이 이직한 직장에서 단점이 되는 경우도 있다.(사택지원, 유류비 지원이 당연한 줄 알았다가 없는 곳으로 이직했을때 그 황당함이란..) 연봉 1000만원(월급 환산 약80만원 정도)더 받으려고 하다가 엄청난 근무강도와 스트레스가 기다릴지도 모른다.


최대한 현직자를 통한 정보수집이 필요하다. 천국같은 회사에 또라이 상사나 선배가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모든 면에서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했다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이직한 지인들이 자주 토로하는 고충) 경력직으로 이직하게 되면 공채직원들과의 갭이 생긴다. 실력이 월등하지 않다면 인맥이나 진급 등에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은근히 따돌림당한다는 고민도 들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5. 퇴사하겠다는 말을 달고 다니는 사람은 퇴사 안 한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더러워서 때려치운다"는 선배가 있었다. 하지만 그 선배는 어떤 불합리한 처우와 환경에서도 꿋꿋이 다니고 있다. 퇴사한다는 말은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지만 말이다.


정말 퇴사할 사람은 표를 내지 않고, 모든 준비를 끝내고 조용히 찾아와서 말한다.


"저 다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달까지만 하고 퇴사하겠습니다."




퇴사하고 후회가 없어야 한다.

나갔더니 너무 힘들고 후회가 되서 다시 재입사를 하는 지인도 있다. 이직에 대한 준비 부족일 수도 있고, 현재 직장의 장점을 당연하게 생각하다가 퇴사하고서야 당연한 것이 아님을 새삼 느낀 사람들이다.


퇴사를 했다면 더 좋은 직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퇴사하길 잘했다며 웃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직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직장보다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퇴사하면 비로소 느낀다.

월급이 나오는 직장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다. 연봉이 1억 이상 된다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것은 월급이다. 투자금액은 0원인데, 매달 수백만 원씩 수익이 난다. 월급만큼 매달 수익을 내려면 수천~수억 원을 투자해서 손실 없이 잘 운용해야 한다."


어느 투자 서적에서 읽은 내용이었다.


나는 3번의 이직 과정에서 마지막 1번을 제외하고는 공백기간이 있었다.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매월 같은 날 일정 금액의 월급이 이체되다가 그것이 사라진 것이 힘들고 불안했다. 형편이 넉넉해서 몇 달 월급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반지하 고시원에서 2,000원짜리 밥을 사 먹으며 전전긍긍했다.



현재 직장에서 6년째 다니고 있다.    

하고 있는 일이 좋아서? 잘해서? 그렇지 않다. 현재 직장의 장점을 생각하면서 다니는 것이다. 덕분에 가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고, 생계 걱정하지 않고 좋아하는 글을 쓸 수도 있다.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욕심을 가지고 충실히 한다. 회사에서는 나에게 주는 급여가 아깝지 않게, 스스로는 월급 이상의 일을 하면서 떳떳한 생각이 들도록..


하지만 안주하지 않으려 한다.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하면서 수입을 늘이려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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