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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Nov 16. 2017

특별하지 않아도 특별히 기분 좋은 하루

맞벌이 부부의 로망

'회사에서 업무 스트레스'

'집에서 가사와 육아에 대한 피로'

나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꿋꿋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비교하기 싫다. 그냥 힘들어서 엄살 부리고 싶다.

나쁜 짓을 꾸미다

예전에 아내와 같이 연차 쓰고 육아에 밀린 집안일을 해보니 출근한 날보다 더 힘들었다.(내가 전업주부들을 직장인보다 존경하는 이유)


잠깐 볼일이 있어 오후에 나가려고 했더니 육아와 살림을 해주시는 장모님이 달가워하시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나쁜 짓을 꾸몄다.


"우리 연차 쓴 거 이야기하지 말까?"

"그럼 어쩔 건데?"
"그냥 평소처럼 출근하자!"

"어디 갈 건데?"

"그냥 자유롭게"


출근하는 길에 잘 다녀오라는 장모님의 인사에 가슴이 뜨끔했다.

'이틀 전 어머니가 오셔서 1박 2일 동안 딸아이 봐주셔서 장모님 쉬셨으니깐'하고 애써 합리화시킨다.


특별하지 않아도 특별히 기분이 좋다

막상 평소처럼 차를 타고 나왔지만, 아침일찍부터 갈만한 곳이 없었다.

영화는 보고 싶은 것이 없고, 멀리 놀러 가자니 피곤했다.


"뭐하고 싶은 거 없어?"

"아침부터 뭘 하지? 찜질방 같은 데서 뒹굴 거리고 싶다"

"말끔하게 씻고 차려입고 나와서 찜질방이라니.."

"그럼 당신은 뭐하고 싶은데?"

"도서관 어때? 책 읽고 글도 좀 쓰고.."

"여보! 오랜만에 연차 쓴 날 아침부터 도서관을 꼭 가야겠어?"


결국은 우리 부부는 커피숍으로 합의를 봤다.

책 읽고, 글 쓰고, 과제하고..

특별하지 않아도 특별히 기분이 좋다. 평일 아침부터 커피숍에 왔다고 부부는 히히덕거린다.(일상의 로망이다)


연차 쓴 날은 특별하지 않은 일도 특별하다.

오후에도 아마 특별한 일은 없을 것 같다. 오랫동안 가지 못해 덥수룩한 머리를 짧게 깎고, 마트에 가 서장을 보고, 딸아이에게 부드러운 겨울 이불 하나 사주고, 아내에게 겨울 니트라도 하나 사주면  짧은 겨울 해가 저물 것 같다.


그리고 평소보다 일찍 집에 들어가서 장모님께 말씀드릴 것이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조금 일찍 들어가세요."


그럼 장모님이 즐거운 표정으로 조금 일찍 퇴근하실 테지..

특별하지 않은 일들로 특별했던 나쁜짓한 하루는 그렇게 막을 내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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