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나 평가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도 내 업무가 있는데..
최근 들어 한계치에 도달했다. 팀에서 하는 모든 보고서를 내가 만들고 있다. 예전에 일을 나눠서 하던 선배가 다른 부서로 옮기고 나서 1부터 100까지를 혼자 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받고, 야근이나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언제부터였을까?
7개월 전 직속 상사가 바뀌었다.
새로운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많은 일을 한다는 자기만족, 고생했다는 상사의 칭찬, 그에 따른 높은 평가. 한동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그냥 자료만 주세요. 제가 수정 보완할게요."
"제꺼하는 김에 같이 할게요. 그냥 두세요."
적극적으로 일을 했다. 나눠서 할 업무를 혼자서 했다. 처음에는 동료들이 고마워했다. 번거로운 일을 덜어 주었으니깐..
시간이 흐르자 그 일은 원래 내가 해야 되는 업무가 되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 자료를 주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는 동안에도 더 많은 일이 몰렸다.
직속 상사는 "이것도 네가 해. 내가 누굴 믿니?" 그러고는 업무를 넘겨주었다.
나는 죽어라 일을 하고 있는데, 쉽게 하는 줄 알았던 것일까?
혼자 야근하고, 새벽에 출근하고, 주말에도 일을 할 때, 다른 동료들은 일찍 퇴근해버렸다.
처음에는
"뭐 도와줄 것 없어요?" "필요한 자료 없어요?"라고 물어보더니 이제는 관심도 없다.
"괜찮아요. 제가 하면 돼요. 어서 들어가세요"라고 답했던 것이 후회된다.
이제는 본인들 일을 해주느라 요청하는 자료도 귀찮아한다. 마치 바빠 죽겠는데, 귀찮은 부탁을 하는 것처럼..
업무과중은 일상 문제로 번졌다.
항상 나는 바쁘고, 예민하고, 짜증이 나있다. 가족과의 생활, 개인생활에도 지장을 받았다. 어제도 아내와 다투었다.
"당신 요즘 너무 예민해. 그리고 왜 폰을 놓지를 못해"
"보고할 것 있고, 자료 받을 것 있어서.."
"그걸 왜 당신만 해? 회사 전체가 바쁜 것은 이해하는데, 혼자만 바쁜 건 문제가 있는 거지"
"아무도 안 해. 상사도 나한테만 시켜"
"당신이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어"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어."
"그럼 하지 마. 펑크 내버려"
항의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예전에 혼자서 야근을 하는데, 내일 아침까지 다른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사항을 듣고 상사에게 항의한 적이 있다.
"너무하십니다. 저 혼자 어떻게 다 합니까?"
"내가 누굴 시키겠냐? 다들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데.."
"그래도 사람이 몇 명인데, 조금씩만 나눠서 해도 금방 할 텐데요."
"알았어. 내가 이야기할게"
사람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상사도, 동료들도 변하지 않았다.
나는 직장생활에서 밀당에 실패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인정받고 싶어서였을까?
지금 내가 직장생활을 잘 못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 직장상사와 동료들과의 관계, 회사에서의 평가를 우선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나 봅니다. 이제 관계나 평가보다 가족과의 시간, 개인생활에 비중을 두고 행동을 변화시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