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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an 22. 2018

"까라면 까"에 대처하는 방법

빨리 없어져야 할 말

야! 그냥 까라면 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 불편한 말과 자주 마주친다.


※ 까라면 까 :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하라면 해'라는 명령이다.


전형적인 상명하복의 상징적인 말이다.


저 거부감 물씬 풍기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 새내기 때였다. 예비역 선배들은 간혹 어이없는 일을 시키고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묻는 나에게 저 말을 했다.

 

사실 저 말은 리더십 부족한 사람들이 자주 쓴다. 일종의 갑질이다. 직위나 힘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억지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지시하는 말이다. 그래서 저 말을 대단히 싫어한다.

 


군대에서의 '까라면 까'


군 복무 시절 "까라면 까"라고 지시하는 선배나 상관이 간혹 있었다. 역시 인품이나 능력에서 존경할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청년 장교 시절의 나는 지금보다 유연하지 못했다.


'까라면 까'라는 지시 중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아닌 경우도 많다. 대부분 억지나 괴롭히기 위한 지시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내 부하들을 괴롭히는 선배장교와는 멱살잡이까지 하기도 했다.


"너 XX, 이거 항명이야"

"네, 대대장님께 상세히 보고 드리고 같이 처벌받겠습니다"

"이 XX, 맞고 싶어?"

"계급장 떼고 한판 붙으시겠습니까?"


젊은 혈기로 불합리함에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었다.  



직장생활에서의 '까라면 까'


전역을 하고 직장생활을 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디서나 저 "까라면 까"를 부르짖는 자들은 존재했다. 대부분이 불합리한 지시를 하고, 권위적이고 지시에 대한 배경이나 이유를 설명하기 싫어했다. 어쩌면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역시 나는 첫 번째, 두 번째 직장에서 또 그런 부류들과 맞섰다.

 

"회사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비합리적인 업무입니다."


입바른 소리를 해댔으니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 그렇게 미운털이 박혔다.


'내가 저 자리에 오르면 그렇게 안 할 거야.'


누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미운털이 박힌 사람은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불합리함을 현명하게 극복하고, 내가 저 자리에서는 그렇지 않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지시할 수 있는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세 번째 직장에 와서야 깨달았다.



 '까라면 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 말단사원

지시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지시를 이행해야 하는 위치다. '까라면 까'를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실제로 하지 못하더라도 시도하고,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게 싫으면 나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1) 최악

"~때문에 못하겠어요"


2) 면피

"한다고 했습니다만, 안되네요. 다음에 더 잘하겠습니다"


3) 차선

"지시하신 수준은 안되지만, 부분적으로 완료했습니다"


4) 최선

"지시하신 것 완료했습니다."


5) 최고

"어려웠는데 지시하신 대로 했더니 잘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핑계되거나 할 수 없다고 안 했다가는 상사에게 크게 혼이 날 수 있다. 대부분 상사들은 지시하면서도 그 수준만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이미 알고 있다.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지시를 이행하는 자세를 보는 것이다.



2. 중간관리자

처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다. 상부로부터 어렵고 불가능한 지시를 받는다. 부하직원들이 잘 이행하도록 시켜야 한다. 부하직원들은 "어렵다. 못한다. 네가 해보세요." 난리를 친다.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다. 자칫 잘못하면 위아래에서 동시에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미움받기 쉬운 위치.


1) 최악

"까라고 까" 지시받은 대로 그대로 부하직원에게 전달하는 사람


2) 면피

"어렵겠지만 잘 좀 해보세요. 나도 지시하고 싶어서 시키는 거 아니에요"


3) 차선

왜 해야 하는지 배경과 당위성을 설명해야 한다. 없으면 그럴 듯 한 스토리텔링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동기부여가 되는 인센티브 등이 있다면 부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4) 최선

차선의 방법에 추가로 잘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확실한 방법을 찾으면 좋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부하직원들은 관리자가 함께 고민하고 어려움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5) 최고

새로운 업무, 어려운 지시사항이 내려오면 먼저 시도해보고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서 공유한다.


부하직원들에게 "내가 먼저 해보니 이런 어려움이 있는데 이런 방법으로 극복해야 한다. 이런 팁이 있으니깐 활용하면 일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지시하면 부하직원이 좋아한다.



불만 표출하는 사원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추가로 불만이나 어려움을 토로할 때는 진지하게 들어주어야 한다. 해답을 알려줄 필요가 없고, 알려줄 수도 없는 경우가 많다. Just 경청 + 공감 + 경청 + 공감이다.  


"~때문에 어려워요."

"해보니깐 ~라서 안돼요"


처음에는 이처럼 불만을 표출하거나 핑계되는 직원이 대단히 싫었다. 그래서 일부러 밀어붙였다.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은 행동이다. 공개석상에서 불만 표출을 하는 사람은 직원들 사이에서 용기 있고, 신망이 두터운 경우가 많다.


공개적으로 억누르거나 무안을 주면 안 된다. 잘 다독이고 설득해서 마음을 돌린다면 나머지 직원들도 한 마음이 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도 군대 분대장 같은 존재들이 있다. 실제로 군대에서 분대장들만 잘 컨트롤하면 부대가 아주 잘 돌아간다)


불만을 힘으로 억누르면 직원들은 관리자와 등을 지게 된다. 앞에서는 표출하지 않지만 뒤에서 불만을 표출하고, 실제로 일이 잘 되지 않는다. 지시사항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충분히 공감해야 한다. 그리고 사례나 방법을 계속 찾아서 공유하고, 시도하는 직원을 칭찬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최종적으로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혼내서는 안 된다. 노력해서 이룬 만큼 칭찬하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그럼 분명 다음번에는 조금 더 성장할 것이고 신뢰가 쌓일 것이다.  




우리가 오너가 되지 않는 한. "까라면 까"라는 지시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어떤 직위에 있든 저 말은 들을 수밖에 없다면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최선이나 차선이라도 찾아서 대처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리고 지시를 할 수 있는 위치에 간다면 권위와 갑질이 아닌 소통과 배려하는 리더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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