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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갑부훈 Sep 16. 2022

눈치 보지 마

4. 내가 그에게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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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상대방의 기분을 많이 살피는 편이야.

하루는 직장에서 나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훈에게 한참을 하소연했어. 그리고 훈이는 대나무 밭처럼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서, 이렇게 이야기했지.


“라니는 왜, 언제부터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었을까?”


나는 곰곰이 생각했어. 그리고 아주 오래된 일기장을 펼치듯 지난 일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어.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이를테면 가족들과 선생님의 응원에 실망을 안기기가 싫었던  같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더욱이 미움받고 싶지 않은 욕구가  컸어.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일이   좋게 번지는 것을 막으려 일종의 방어기제가 발동하는  같아. 그래서 눈치를 살피게 됐나 .  모든 불편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하지만, 눈치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있어. 눈치는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게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선물할 수도 있지.”


그러자 훈이 다시 말했어.


“나는 눈치를 보지 않아. 나는 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그 누구에게도 자문을 구하지 않아, 그래서 누구에게도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어. 내 삶을 나 스스로 책임지는 거지. 나는 주인공이니까. 내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자의 적은 단 하나야. 바로 <두려움>. 두려움과의 싸움에서 이기던, 두려움과 친구가 되던 내 안에서 주인공의 단단함을 찾으면 두려움이 만들어낸 외부의 부산물은 사실 아무것도 아닌 걸 알게 돼.”


그 일이 있고 나서 ‘눈치 보지 않는 나’를 하나씩 연습해보기 시작했어. “오늘은 다른 약속이 있어서 회식에 참석이 어려울 것 같아요.”, “그 부탁은 제가 아무래도 할 수 없겠네요.” 그랬더니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바를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상상했던 두려운 일들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아, 라니는 단호하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다>라고 인식하더라고. 그 실험 결과를 시작으로 지금은 <눈치 보지 않고 내 멋대로>가 아닌 공자가 말한 것처럼 <자기 멋대로 해도, 예에 어긋나는 것이 없는 상태>를 향해 성숙해가고 있는 중이야.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눈치는 여전히 조금 보는 것 같기도.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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