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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체 무엇일까요?




나를 위한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강의들은 현대 과학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5쪽)

 

 

 

 책은 7개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론이라고 소개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시작으로 양자역학, 우주의 구조, 입자, 공간 입자와 블랙홀, 그리고 우리 존재에 대한 강의가 마지막 장이다.  

 

 

저자는 인류의 모든 지식 중에서 상대성이론이 단연 특별한 이유가, 일단 이 이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원리만 알게 되면 말도 못 하게 간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15쪽). 상대성이론이 말도 못 하게 간단하며, 특별하고, 아름답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동의한다고 해서 전부 이해했다는 뜻은 아니며, 이해하지 못해도 주장에 동의할 수는 있으니까. 

 

 

 

아인슈타인은 어릴 때부터 전자기장의 매력에 흠뻑 빠져 아버지가 지은 전기 발전소의 회전자(전동기나 발전기에서 회전하는 부분의 총칭)를 돌려보면서 중력에도 전력처럼 일정한 범위, 즉 ‘장(field)’이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눈치챘습니다. 다시 말해 ‘전기장’과 동일한 ‘중력장’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깨달은 아인슈타인은 이 ‘중력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방정식을 이용해야 이것을 설명할 수 있을지 알아내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아주 특별한, 진정 천재적인 발상을 하게 됩니다. 중력장이 공간 속에서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중력장 자체가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일반상대성이론의 개념입니다. 그에 따르면 사물이 이동하는 뉴턴의 ‘공간’은 중력을 갖고 있는 ‘중력장’과 똑같은 것입니다. (17쪽) 

 

 

 

공간이 이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의 하나로서, 파도처럼 물결을 이루며 휘기도 하고 굴절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는 실체라는 명제를 이해한 건 아니다. 공간이 그런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을 ‘믿는다’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저자는 얼마나 친절한지. 이해가 잘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깔때기 속에서 굴러가는 작은 구슬 그림을 보여 준다. 행성들이 태양의 주위를 돌고 물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공간이 곡선을 이루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해진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기본적인 직관, 즉 공간(space)과 장(field)이 같다는 개념에서 만들어진 결과라고 한다. 이를 보여주는 방정식은 다음과 같은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얼마나 간단한지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얼마나 간단하지 감상을 나누고 싶어서 이미지를 첨부해본다. 

 

 

 

 

 

 

강의를 묶은 책이라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느낌상으로는 저번 주에 읽은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보다 쉽게 느껴진다. 물론! 전자와 쿼크, 광자, 글루온이 우리 주변 공간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의 구성 요소라거나(59쪽),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 루프 양자중력이론의 핵심 내용, 즉 공간은 연속적이지 않으며 무한하게 나누어지지도 않지만 알갱이, ‘공간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어떤 의미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책은 얇고 부지런히 책장을 넘긴다. 과학자의 책을 읽으며 신기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열이 있을 때만 발생합니다.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현상은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합니다. (93쪽) 

 

 

 

 

내게는 이 문장들이 이렇게 읽힌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열(정)이 있을 때만 발생합니다. (열정에 불탔던) 과거와 (열정이 사라져 버린) 미래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현상은 열(정)이 뜨거운 곳(상태)에서 차가운 곳(상태)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합니다.   

 

 

열정이 그렇지 않던가. 사랑이 그렇지 않던가. 사랑에 빠진 이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갈망과 열정으로 가득 찬다. 열정에 들떴던 연인들은 어느 틈엔가 둘 사이가 냉랭해진 것을 느낀다. 오랫동안 뜨거운 사랑의 온기를 간직한 연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랑의 에너지가 새롭게 생겨난 게 아니다. 그들의 사랑 역시 차갑게 식고 있다. 다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식어가고 있을 뿐이다. 어디에서 온 건지 알 수 없었던 뜨거운 사랑의 열정은, 역시 어디로 간 것인지 확인할 수 없는 그 어느 곳으로 사라져 버린다.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고, 뜨거운 열정은 이내 차갑게 식어버린다. 

 

 

 

기다리던 7강에 드디어 도착했다. <마지막 강의 :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 나는 과학이든 문학이든, 철학이든 수학이든, 진리를 탐구하는 모든 사람의 마지막 물음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고 생각한다. 일곱 살 아이, 열다섯 청소년, 스물여덟의 청년, 서른여섯의 젊은이, 예순의 중년, 일흔의 노인, 여든의 어르신. 결국 인간은 이 질문을 하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고, 정답을 찾을 수 없다 해도 피할 수 없는 의문이다. 과학자가 묻는다. 

 

 

 

세상이 하루살이처럼 금방 사라지는 공간 양자와 물질 양자의 무리이자 공간과 기본 입자를 끼워 맞추는 거대한 퍼즐 게임이라면 우리는 무엇일까요? 우리 역시 그저 양자와 입자로만 만들어졌을까요? 그렇다면 각자 개별적으로 존재하고 스스로를 나 자신이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의 가치, 우리의 꿈, 우리의 감정, 우리의 지식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요? 이 거대하고 찬란한 세상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일까요? (112쪽) 

 

 

 

우리는 누구일까 보다 근원적인 질문. 우리는 무엇일까. 이 거대하고 찬란한 세상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일까. ‘루프 양자중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블랙홀의 본질을 새롭게 규명한 우주론의 대가가 답한다. 우리는 내면에 새겨진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존재이며(123쪽), 모든 세포의 총체로 만들어진 하나의 프로세스이다(125쪽). 우리는 자연에서 통합된 부분이자,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자연의 표현 방식 중 한 가지로 살아가는 자연의 일부(127쪽) 일뿐이다. 

 

 

타고난 우리의 호기심이 보여주는 모든 것이 우리의 집, 우리의 자연입니다. 우리 존재도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물들과 똑같이 별 가루로 만들어졌고, 고통 속에 있을 때나 웃을 때나 환희에 차 있을 때나 존재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 존재할 뿐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일부이기 때문이지요. (132쪽) 

 

 

 

치워도 치워도 치워지지 않는 작은방 치우기를 결국 포기했다. 미안하다, 아들. 네 방에는 각종 가방이 쌓이는구나. 아빠 노트북 가방, 엄마 핸드백, 아들 학교 가방, 각종 쇼핑백에 사용하지 않는 비치용 가방까지. 정리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노동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방은 저절로 어지럽혀진다. 엔트로피 법칙. 이토록 정교하고 아름다운 우주가 오랜 세월에 걸쳐 저절로 생성되었으며, 그 많은 항성과 행성이 각각의 질서에 따라 스스로 운행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믿어지지도 않지만, 어쩌면 우리 세계는 이렇게 알 수 없는 일 투성이 일지도 모른다. 80년, 아니 근래의 추세로라면 100년을 사는 인간이, 100년밖에 못 사는 인간이 137억 년 전 시작된 우주의 역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긴 스티븐 호킹 박사는 빅뱅으로부터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단지 인간의 관점일 뿐이라고 말했다. 과학의 언어로는 우주의 시작, 태고의 탄생을 끝까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별 가루. 과학자는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 속에서 일어난 일을 통해 존재하게 된 우리를 별 가루라 칭했다. 우주의 일부, 별의 먼지라는 표현만큼 별 가루도 마음에 든다. 우리는 모두 별 가루다. 나도, 내 옆의 그 사람도. 쿨쿨 자고 있는 예쁜 아가들, 이젠 너무 커버려 아가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 아이들도. 나도, 당신도. 

 

 

우리는 모두 별 가루다. 우주 속, 작은 지구별의 더 작은 별 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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