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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 Dec 19. 2016

✔︎ 범어사 가는 길

The way to Beomeosa Temple








범어사 가는 길





산길이 앞서 가는 나를 붙잡습니다. 


숲길은 나를 헤치며 더빨리 나를 앞서 나아갑니다.  


그런 나를 외면하듯 스쳐가는 또다른 누군가의 모습.  


그 모습만 바라보며 급하게 뒤따라 가지만, 너무 빨라 따라 잡을 수 없어, 멈춰선 채로 뒷모습만 바라봅니다.     





내가 멀리서 고함치며 부르는 소리, 멀리서 소리치며 이리 오라고 손흔드는 나의 초췌해진 모습.  


드리워진 가시나무처럼 서로의 가슴에 남겨진 상채기가 가시 때문임을 알았을 땐, 서로간 믿음의 깊이 만큼 아파하면서도 그런 상처에서 자라난 질투와 분노의 싹들, 미워할 수 없는 아픔 만큼의 인연으로 슬퍼하는 세월의 노래, 그 속에서 바라보는 오늘의 모습입니다.  





걷고 걸어도 보이지 않았던 꿈같았던 길, 텅 빈 허공에 남겨진 것은 모두 그런 사랑이라는 자화상으로 감춰져 있던 자질구레한 속좁은 것들이었습니다.





차가운 법당, 허공을 향해 무릎 꿇은 채로 아무런 의미없이 번뇌망상煩惱妄想만을 내질렀던 내 오체투지五體投地의 시간, 부처님께 백팔배를 올리고 나서야 내 곁에 아무도 없음을 알고 깜짝 놀라며, 그렇게 눈섶을 타고 흘러 내리던 땀줄기를 훔치고 나서야 가까스로 내가 꿈 길 위에 놓여진 외줄을 타고 걷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범어사 가는 길'은 그런 내 전생前生의 아픔과 미련未練과 속내를 보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범어사 가는 길'은 그런 내 금생今生의 이루지 못한 꿈과 아픔을 애써 눈물 감추며 확인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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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몇일간 뭔가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나 스스로에게 의혹의 질문을 던졌던 시간들, 그로하여 금요일 오후가 되니 잦아들던 감기증상이 다시 두통과  잔기침, 재채기와 몸살기운으로 나타납니다.


일주일 동안의 부족했던 운동을 보충하려고 영남알프스를 가려 토요일 오전 5시에 기상벨을 맞춰 놓았지만, 벨소리를 듣고서도 몸이 으스스 춥고 온 몸이 욱신거려 일어나지 못합니다.


침대의 온도를 뜨겁게 올리고 충분한 잠을 자고 일어나서야 몸살기운은 사라졌고, 점심식사 후 걷기운동이라도 할 겸, 전철을 타고 한 시간 거리의 범어사로 향합니다.


범어사역에서부터 도보로 범어사 경내까지 3.5Km 조용한 도로를 따라 사진을 담으며 걸어 올라갑니다.


법당에 들러 천천히 백팔배를 올리노라니 불공을 올리는 마음은 평화롭기 보다 되려 번뇌망상으로 가득합니다.


차가운 법당에서 연속된 오체투지로 내 몸은 서서히 더워오고,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으로 젖은 눈섶을 훔치고 나서야 그런 번뇌망상이 되려 사라지고 부처님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조용히 법당에 앉아 호흡과 마음을 추스리고서야 법당을 나섭니다.


산신각에서 현생現生의 내 의지와 꿈에 대한 기도를 올리며 삼 배를 올리고서야 범어사를 돌아나와 아무도 없는 도로변 조용한 산길을 따라 걸어내려 옵니다. 썬글래스를 벗어야 하는 시간, 날이 저물어 감을 느낍니다.


부처님께 올리려 했던 불공이 오히려 허공에 의미없이 던진 나의 번뇌망상으로 가득했던 오체투지가 되어버린 듯한 그런 마음을 글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을 향해 절을 올리고 나니 내 마음은 평화로웠습니다.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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