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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후 Aug 09. 2020

꿈에서의 재회

떠나버린 반려견이 나에게로

 꿈은 무의식의 거울이라 했던가.


 얼마 전 나는 TV <동물농장>에서 죽은 반려견을 묻어준 사연을 보았다. 강아지는 불행히도 뺑소니를 당했고 그 자리에서 숨이 멎었다. 주인은 갑작스레 강아지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슬픔에 빠진 주인을 대신해, 지인이 산기슭에 강아지를 묻어주었다.

 놀랍게도 며칠 뒤 강아지가 주인의 집 앞에 나타났다. 강아지는 죽은 게 아니라 사고로 인해 잠시 숨이 멈췄던 다. 눈을 뜬 강아지는 얕게 묻힌 흙을 헤치고 나왔다. 그리고는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며 기어이 주인을 찾아왔다. 강아지와 주인이 재회한 상황은 그들에게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었을까. 기가 막히고 말도 안 되는 그 순간이, 나는 부러워서 눈물이 났다.


 지난밤 꿈에는 나의 반려견 명수가 나왔다.

산속에 묻혀있는 명수는 사연과 똑같이 흙을 파헤치고, 다시 나의 곁으로 왔다.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명수는 어느 때와 같이 내 머리맡 매트리스에 턱을 괴고 잠을 잤다. 나는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는 명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명수의 선한 눈동자도 나를 바라보았다. 함께 있다는 자체로 평범한 일상은 꿈처럼 행복했다. 꿈이었기에 행복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명수는 여전히 아팠고 점차 말라갔다. 힘이 빠진 채 축 늘어진 명수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이런 명수를 어느 노숙자가 호시탐탐 때를 노리며 훔쳐가려 했다. 굶주린 그는 아픈 강아지라도 잡아먹으려는 듯 보였다. 그의 눈에는 탐욕이 가득했다. 그가 명수에게 다가올 때마다, 나는 명수를 품에 안고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을 쳤다. 두려움에 가득 찬 채 명수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못했다. 땀에 흠뻑 젖은 나는 그렇게 꿈에서 깼다.


 여전히 생각한다. 아직은 떠나지 말라고, 아직은 내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면 안 된다고. 나는 예전도, 지금도 부족한 사람이라 너를 추억이란 이름으로 떠나보낼 수가 없다.


 내가 명수를 떠나보내지 못해서 명수는 꿈에서조차 아픈 걸까. 내가 조금 더 성숙했더라면, 조금 덜 이기적이었다면, 명수가 나를 잊고 행복하기를 바랄 수 있었을까.

 일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 수가 없다. 네가 나에게 준 사랑이 나의 일부로 남아 있기에 나는 너를 떠나보낼  없다. 마음이 찢어지는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 나는 나의 일부를 버릴 수 없다. 어떤 사랑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큰 구멍으로, 그냥 그렇게 남아있다.


상쇄할 수 없는 사랑과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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