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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tist Jul 31. 2020

샐러리 캡의 모든 것

Intro

 1984년을 끝으로 북미 축구 리그(North American Soccer League, NASL)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 유독 미국에서만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최초의 프로축구 리그인 NASL은 1968년 리그가 출범한 후 펠레, 프란츠 베켄바워, 요한 크루이프 등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며 그럭저럭 괜찮은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방만한 경영이 문제였고, 그중에서도 특히 선수단 인건비는 전체 지출의 약 70%가량을 차지했다. (동시대 NFL의 인건비 지출이 약 40%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지금도 규모 대비 높은 선수단 몸값이 골칫거리인 리그가 많긴 하지만, 미국은 이 시기에 나쁜 경제상황까지 겹쳐서 NASL에 대한 투자도 점점 줄어들었다.     


 NASL이 사라진 이후 미국 프로축구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이 바로 메이저 리그 사커(Major League Soccer, MLS)다. MLS는 미식축구(NFL), 아이스하키(NHL), 농구(NBA), 야구(MLB)가 꽉 잡고 있는 4대 프로스포츠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MLS는 꽤나 성공적으로 미국 프로스포츠 시장에 안착했고, 지금도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비결이 무엇일까? MLS는 NASL의 실패에서 큰 교훈을 얻고 리그의 재정건전화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밀었다. 이를 위해 MLS는 타 리그에서는 볼 수 없는 단일실체(single entity) 지배구조(governance structure)라는 독특한 조직 체계를 만들었다. 이 구조 하에서 모든 선수와 팀은 자산으로서 리그에 귀속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구단주 개념과 다르게 MLS는 투자자의 개념이 훨씬 강하다. 리그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여 지분을 획득한 투자자들이 운영권을 가지고 비영리 구단(법인)을 설립하여, 리그에 귀속된 팀의 운영을 대행하는 개념이다. 또한 리그 운영을 통해 발생되는 모든 수익은 일정 비율로 리그와 팀에 분배되어 안정적으로 재정을 관리한다. 이 독특한 구조는 선수 계약 창구를 리그 중앙으로 일원화시켜 불필요한 영입 경쟁을 억제시킬 수 있었고, 축구 종목으로는 드물게 *샐러리캡 제도(팀 연봉 총액 상한제)를 두어 과도한 선수단 운영비 지출을 방지했다. 샐러리캡 제도는 구단들의 재무적 건전성을 확보하여 안정적인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 현재 26개 팀까지 확장되었다. (또한 4개 구단의 추가 참가가 예정되어있다.)  

   

 MLS 사례처럼 샐러리캡(Salary Cap) 제도는 잘 활용하면 약이 될 수 있으나, 자칫 리그가 폐쇄적으로 변할 수 있고, 타 리그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는 등 단점도 존재한다. 본문에서는 프로스포츠 리그 재정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샐러리캡 제도의 탄생 배경과 개요, 장단점 등을 알아보고 실제 리그에서 어떤 방식으로 제도가 적용되어 있는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샐러리캡 (Salary Cap, 팀 연봉 총액 상한제)      

 샐러리캡은 흔히 프로스포츠에서 팀 연봉의 총액이 일정 금액을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두는 제도를 말한다. 특히, 미국 프로스포츠 시장에서 대다수의 리그가 샐러리캡 제도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프로스포츠 시장의 과열 경쟁으로 파산하는 구단이나 리그가 생겨났던 역사에서 기인하여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1983년, NBA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KBL과 WKBL, KOVO가 시행하고 있다. (2023 시즌부터는 KBO도 시행할 예정이다.) 샐러리 캡 제도가 주는 의미는 다양하지만, 큰 틀에서 아래의 두 관점으로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 비즈니스적 관점 : 수익-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여, 리그와 팀 파산을 방지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 경기적 관점 : 자금 동원력이 월등한 구단(기업)이 좋은 선수를 대거 영입하는 사태를 방지하여, 전력 평준화를 야기할 수 있다. (*물론 하향평준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먼저 살펴보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리그와 구단의 재정 상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이다. 구단은 선수단 몸값에 지출할 수 있는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무분별한 경쟁으로 선수의 몸값이 과열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샐러리 캡 제도를 잘 활용하면 단순히 구단의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합리적인 수익지출 모델도 만들 수 있다. NBA에서 사용하는 BRI(Basketball Related Income, 농구 관련 수입)라는 개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NBA 사무국은 농구와 관련된 리그의 총수익을 샐러리캡과 연동시켜서 샐러리캡을 BRI의 51%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따라서 리그의 수익이 증가해야 선수단의 몸값도 올라갈 수 있는 구조이다. 종종 중계권 계약을 새로 체결하며 BRI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즌이 있는데, 이 시기에 맞춰 FA로 나오는 선수들은 대박 계약을 체결할 확률도 높아진다. 보통 샐러리캡이 있는 경우 자신의 몸값을 제어하려는 제도에 맞선 선수노조 측이 집단 보이콧(직장폐쇄 등)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높은데, NBA는 위와 같은 제도를 체계화시켜서 안정적으로 선수단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샐러리캡 노사 협의 실패 사례

 NHL : 미국 프로스포츠는 매 시즌 샐러리캡 노사 협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협의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아 종종 시즌이 대폭 축소되는 경우도 발생하지만 NHL은 사상 초유로 아예 한 시즌을 날려먹었다. 연맹과 구단은 수입의 75%를 다른 북미 스포츠에 비해 더 많은 선수단 인건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선수 협회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완강히 버티다 결국 CBA가 2004년 9월 15일에 만료되었다. (*CBA : 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 리그와 선수협회 사이의 계약) 결국 사상 초유로 2004-05 시즌 전체가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경기적 관점에서 보면 전력 평준화가 가장 큰 장점이다. 모든 구단에게 동일한 총알을 주었기 때문에 특정 구단이 장기간 상위권에 랭크하기 어렵다. 부자 구단의 독주를 막을 수 있고, 스몰 마켓 구단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은 KBL(샐러리캡 有)과 KBO(샐러리캡 無)의 최근 8 시즌 구단 랭킹을 비교한 그래프이다. 확실히 샐러리캡 제도가 있는 KBL이 시즌별로 큰 낙차 폭(변동폭)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어떤 모델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리그를 선도하고 투자를 이끌어내는 확실한 리드 구단이 있는 것이 좋을지 (프리미어리그의 빅 4~6라던지 혹은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등) 아니면 매 시즌 상위권 구단이 뒤바뀌며 이슈가 풍부해지는 것이 좋을지. 개인적으로 전자의 경우는 조금 더 세계적인 수준의 리그에 적합하고, 후자의 경우는 자국 내에서만 피 터지게 싸우는 리그에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확실한 강팀이 존재하는 리그일수록 더 많은 글로벌 팬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샐러리캡 제도를 활용하는 리그라 하더라도, 소프트캡을 통해 어느 정도는 리드 구단을 만들어낼 수 있다. 소프트캡은 아래에서 다시 다루기로 한다.)      



AFL(Australian Football League)은 1987년 샐러리캡이 도입된 이래 18개 팀 중 17개 팀이 리그 결승에 도달했고, 13개 팀이 리그에서 우승했다. 도입 이전 시드니 스완스가 50 시즌 동안 단 네 차례만 결승에 올랐다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샐러리캡 시행 이후 시드니 스완스는 24 시즌 중 20 시즌에 본선 진출 자격을 얻었고, 5차례 결승에 진출해서 우승을 차지했다.



 샐러리캡 제도가 주는 단점도 존재한다. 리그의 전체 파이가 커지려면 불가피하게 구단의 투자가 필요한데, 여력이 되는 부자 구단이 스타급 선수 영입 의지가 있더라도 샐러리캡에 막혀서 영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 스스로 성장의 기회를 막는 것이다. NFL처럼 미국에만 있는 독점 종목이거나 혹은 NBA, MLB처럼 리그 수준이 압도적으로 높을 경우 경쟁 자체가 불가하지만, 프로축구처럼 글로벌 종목이 비슷한 위치에서 경쟁할 경우 샐러리 캡은 리그에 독이 될 수도 있다. 투자가 활발한 리그에 좋은 선수들이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축구의 경우 미국(MLS)과 호주(A리그) 등 일부 리그만이 샐러리 캡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MLS는 그 유명한 베컴 룰(지정 선수 규정, Designated player rule)을 만들어서 스타급 선수 영입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도 샐러리캡 제도는 KBL 김승현 선수 사례처럼 이면계약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고, 소프트캡을 통해 사치세를 걷는 경우 빅마켓과 스몰마켓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사치세 역시 아래에서 다시 다룰 예정이다.)      


 샐러리캡 제도가 주는 장단점은 명확하다. 자율이냐 통제냐. 하드캡(*무슨 일이 있어도 인건비 총액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으로 시행할 경우 샐러리캡 제도의 취지에는 부합하지만 자율경쟁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의 단점도 명확하다. 만약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스포츠 리그의 총재라면 인건비 제한을 없앤 완전 자율 경쟁 시장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샐러리가 총상한액을 절대 넘지 못하도록 캡을 씌우고 통제할 것인가. 위의 선택지를 앞에 두고 몇몇 리그는 본인들의 특색에 맞은 절충안을 만들어냈고, 그렇게 탄생한 제도가 소프트캡이다.



하드캡과 소프트캡

 하드캡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팀 전체 연봉의 합이 연봉 상한선을 절대 초과할 수 없는 제도를 말한다. 어떠한 예외조항도 없고, 위반 시 페널티가 부여된다. 여기서 말하는 페널티는 단순 벌금만이 아니라 계약 취소, 드래프트 선발권 제한 등 행정적 페널티도 포함된다. (국내에선 KBL, WKBL, KOVO가 미국에선 NFL, NHL 등이 하드캡 모델을 적용했다.)     


 이와 달리 소프트캡은 팀 연봉 상한선을 넘을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둔 것을 말한다. 가령, 한 팀에서 오래 뛴 선수에게는 샐러리캡을 초과하여 고액 연봉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한다던지, 혹은 특정 조건의 지명 선수는 팀 연봉 상한선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의 규정을 적용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이럴 경우 구단은 소속팀에 헌신한 프랜차이즈 스타를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스타급 플레이어의 이적 가능성을 낮춘다는 점에서 대형 이슈를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있다. (NBA, MLS 등이 소프트캡 모델을 적용했다.)      


 하지만 소프트캡이라고 해서 조건 없이 연봉 상한선을 초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소프트캡을 채택한 리그는 연봉 상한선을 초과한 구단에게 사치세(luxury tax)라는 일종의 세금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사치세에 대하여

 사치세란 리그가 정한 샐러리캡과 사치세 라인을 초과한 팀에 부여되는 가산금이다. 재정이 넉넉한 구단이 연봉 상한선을 초과하여 우수한 선수들로만 팀 전력을 꾸릴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부자 구단의 리그 독식, 스몰 마켓의 동기 상실 등) 사치세로 거둬들인 수익금은 스몰 마켓의 구단들에게 배분되거나 혹은 리그가 정한 목적사업 등에 활용되는데, 미국에서는 MLB와 NBA가 이 제도를 도입하였다.



MLB (Major League Baseball) : 사치세

NBA (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 : 소프트캡 + 사치세

NFL (National Football League) : 하드캡

NHL (National Hockey League) : 하드캡

MLS (Major League Soccer) : 하드캡 + 지정 선수 제도  (DP룰, 유효 소프트캡)

 *MLB는 캡 제한은 없지만 사치세 라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투자의 제약을 받는 구조이다.



 사치세는 하드캡에 대한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고, 리그 평준화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무임승차 구단이 생겨날 수 있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만약 스몰마켓의 구단이 성적을 완전히 포기하고 운영비를 줄이는 것에 집중한다면, 흑자를 볼 순 있지만 성적(경기력)으로 인한 팬들의 이탈과 매출 감소는 리그에 악영향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물론 사치세만 보고 이런 막장 운영을 할 순 없겠지만 리그의 수익 분배 제도까지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막장 구단이 종종 등장한다.)        

              


 NBA 최악의 구단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LA 클리퍼스의 도널드 스털링의 행태는 사치세 규정을 악용한 대표적 사례로 의심받고 있다. 선수 영입 등을 포함한 팀의 전권을 장악한 채 투자를 하지 않았고, 열심히 뛴 스타급 선수들을 계속 팔아넘기며, 팀 샐러리를 낮추는 작업을 했다. 이 덕분에 LA 클리퍼스는 샐러리캡을 초과한 구단들이 지불한 사치세의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었다.



 NBA와 MLB는 사치세 부과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 MLB는 초과 시즌을 기준으로 징벌적 사치세를 적용한다. 사치세 라인을 넘긴 첫 시즌은 초과액의 20%, 두 번째 시즌은 30%, 세 번 이상은 50%가 적용된다. 다시 사치세 라인 미만의 연봉을 사용하면, 세율이 초기화된다. NBA는 아래와 같이 초과 구간별 적용 세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NBA는 구단으로부터 사치세를 걷어서 사치세를 내지 않은 구단들에게 재분배하고 있지만, MLB는 보다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50%는 선수 혜택 기금, 25%는 MLB 산업 성장 기금으로 투입되고 나머지 25%는 고교야구 미개 도국의 야구 프로그램 지원 기금으로 활용된다.




각 리그의 소프트캡 제도와 예외조항


 ① MLS (하드캡 + 지정 선수 제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MLS는 구단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리그 균형을 보다 공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했다. 기본적으로 하드캡 시스템이지만, 지정 선수 제도(Designated Player Rule, 이하 DPR)라는 아주 일부의 예외조항을 두었다. (사실상의 유효 소프트캡 제도랄까. 사치세도 발생될 수 있긴 하지만 MLS, NBA와 비교하면 워낙 미미한 규모라 우선은 논외로 한다.)      


 미국 내에는 수많은 축구팬이 있었지만, 대부분 월드컵과 챔피언스리그 등 국제무대에 대한 관심층이 많았고, 이에 대한 지지가 자국 리그까지 이어지진 않고 있었다.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에게는 열광하지만 자국 선수들에겐 시큰둥한 축구팬 수요가 제법 된다고 판단한 MLS는 오랜 고심 끝에 2007 시즌을 앞두고 DPR을 도입했다.


 MLS는 기본적으로 구단당 총 30명의 선수를 구성할 수 있는데, 이 중 샐러리캡에 적용되는 선수는 20명이다. (19, 20번을 비우고 18명으로 구성해도 괜찮다.) 나머지 10명의 선수는 샐러리캡의 적용을 받진 않지만 또 다른 제한이 있다. 10명 중 4명은 (21~24번 슬롯) 별도의 시니어 연봉 상한선이 발생되고, 나머지 6명의 선수는 (25~30번 슬롯) 24세 나이 제한과 함께 최저 연봉 기준을 적용받는다. 또한 6명 중 2명은 (29~30번 슬롯) 반드시 각 구단의 유소년 아카데미를 통해 직접 육성한 선수여야 한다. (이래저래 많은 고민이 담긴 모습이다.)   

   

 그리고 DPR을 통해 20명의 선수 중 연봉 제한이 없는 최대 3명의 지정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엄밀히는 2+1명이다. 3번째 지정 선수까지 영입할 경우 사치세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봉은 샐러리캡에 ‘일정 액수’만 포함되고, 초과분은 구단주가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서론에서 소개했던 단일 실체 지배구조 덕에 선수단 연봉은 MLS 사무국에서 직접 지급하고 있다.) LA, 뉴욕 등 빅마켓은 지정 선수들에게 6~700만 달러 수준의 고액 연봉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스몰마켓은 지정선 수라 하더라도 100만 달러 이상의 계약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참고로 MLS 샐러리캡은 424만 달러, 개인 연봉 상한선은 53만 달러 수준이다.)      

            


 * DPR 덕분에 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늘어났지만, 구단의 고민거리도 함께 늘어났다. DPR로 영입한 선수들이 저액 연봉 선수들보다 연봉 값어치만큼의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DPR 선수들은 유럽 무대에서 받은 연봉보다 MLS에서의 연봉이 높아질 정도로 시장 가격이 왜곡되는 현상도 보인 사례가 있다.



 MLS의 각종 제도와 비즈니스 방식을 살펴보면 상당히 합리적인 모습이다. NASL을 통해 한차례 시행착오를 겪었고, 타 종목에 비해 시작이 늦은 만큼 많은 고민을 담아 리그를 출범했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리그를 가꿔나가고 있다. 특히, 균형 잡힌 선수 제도는 각국의 프로스포츠 리그가 참고해봐도 좋은 모습이다. 이번 섹션에선 샐러리캡 관련된 이슈만 다뤘지만, 다음엔 홈그로운 제도 등 MLS의 다양한 선수 제도를 깊이 있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② MLB (사치세)       

 MLB는 1997년 리그의 평준화를 위해 사치세를 도입했다. 엄밀히 말하면 캡 제한은 없지만, 사치세 때문에 부자 구단이 마음껏 돈을 쓸 수 없는 구조다. (전력을 평준화시킨다는 점에서 균형 세라 칭하기도 한다.) 큰 지출을 장려하면서도 리그의 균형을 유지시키려는 모습이랄까.      


 각 구단은 사치세 제한(luxury tax threshold) 금액 이상의 팀 연봉을 지급할 경우 그 금액에 상응하는 벌금을 내게 되는데, 지금의 규정이 만들어진 2003년 이후 2018년까지 사치세를 납부한 구단은 아래의 8개 구단뿐이다. MLB 사치 세계의 거물, 양키스와 다저스는 지금까지 각각 $325m, $113m 달러를 납부했다.                           


 위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2015년 다저스는 사치세로만 무려 4,360만 달러 납부라는 대기록을 세웠는데, 월드 시리즈는커녕 NL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도 실패했다. 참고로 동 시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연봉 총액은 $129m로 전체 13위였다. 캔자스시티에 져 준우승에 그친 뉴욕 메츠는 $110m로 19위였다.


 참고로 MLB는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징벌적 사치세 제도를 적용하고 있는데, 제한 금액 연속 초과 연수에 따라 사치세율을 다르게 부여한다. 제한 금액을 초과한 첫 해는 초과액의 20%, 2 시즌 연속 초과 시 30%, 3 시즌을 연속으로 초과하면 50%의 사치세가 부과된다. 사치세계의 거물 양키스와 다저스는 2017년을 기준으로 사치세 리셋에 성공했다. 다저스와 양키스가 사실상 부실기업이라는 여론에 더해 고연봉의 선수단이 반드시 좋은 성적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리그 전체에 퍼진 것으로 보인다.           


 ③ NBA (소프트캡 + 사치세)

 NBA는 세계 모든 프로스포츠 리그를 통틀어서도 샐러리캡 제도가 가장 복잡하다. 노사협상(CBA : 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 시, 샐러리캡을 농구 관련 수익(BRI)의 몇 퍼센트까지 설정할지 협의해서 결정되는데 현재는 BRI의 51%를 샐러리캡으로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2019-2020 시즌 샐러리캡은 $109,140,000으로 전 시즌 대비 730만 달러가 증가한 금액이다.) NBA 역시 샐러리캡을 초과할 수 있도록 소프트캡을 허용하고 있는데, 초과분에 대해 사치세를 적용하며, 모든 팀들은 샐러리캡의 90% 이상을 반드시 써야 한다. (달성하지 못할 경우 모자란 금액은 선수들에게 분배되어야 한다.)     

 

 NBA의 소프트캡은 프랜차이즈 선수에게 샐러리캡을 초과하고도 고액의 연봉을 지불할 수 있게 만든 Larry Bird exception 외에도 Early Bird exception, Rookie exception, Minimum Player Salary Excepion, Non-Taxpayer Mid-Level Exception, Taxpayer Mid-Level Exception, Room Mid-Level Exception, Bi-Annual Exception, Diabled Player Exception 등 복잡한 조항이 많다. 아래에서는 그중 몇 가지 예외 조항만 살펴보고자 한다.      


  - Larry Bird exception : 소프트캡 하면 거론되는 대표적인 예외조항이다. 고생 고생해서 프랜차이즈 스타를 육성하고도 샐러리캡 문제로 선수를 내보내야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항으로, 보스턴 셀틱스의 래리 버드 선수 이름을 딴 조항이다. 버드는 셀틱스와 연장 계약을 맺고 싶었지만 기존 선수단의 연봉이 비대해져 연장 계약을 할 수 없게 되었고, LBE는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고자 만들어진 조항이다. 이 조항을 적용할 시, 한 팀에서 최소 3 시즌 이상(방출 없이) 뛴 선수는 샐러리캡이 초과하더라도, 계약기간 최대 5년까지 최대 8%의 연봉 상승률로 계약이 가능하다. (*래리 버드 예외 조항의 축소 버전으로는 2년 계약 만기 선수에 한해 적용되는 얼리 버드 예외 조항이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대형 계약은 대부분 이 버드 권한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 Rookie exception :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된 신인을 “루키 스케일(Rookie scale)”로 정해진 금액 내에서 계약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다. (*루키 스케일 : 드래프트 순위별로 계약 금액이 다른데, 보통 1 라운더의 경우 기본 2년 계약을 맺고, 다음 2년은 팀이 선수와의 계약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총 4년 간 루키 스케일 계약이 만기 되면 구단은 선수에게 1년 단기 계약인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할 수 있는데, 선수가 응 할 경우 소속 팀에 1년 더 머무른 뒤 제한 없는 FA 권리를 획득한다. 다만,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할 경우 제한적 FA로 풀리게 된다.)



*제한적 FA와 비제한적 FA

  제한적 FA란 말 그대로 이적에 ‘제한’이 생기는 제도다. NBA는 루키 선수들이 첫 팀에서 프랜차이즈 선수로 육성되길 원하는데, 선수가 일찍 팀을 떠날 경우, 지역 팬들과의 유대 경기가 약해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NBA 사무국은 노조 동의 하에 4년 이하의 선수가 FA로 이적할 경우 이적에 제한이 생기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제한적 FA가 될 우 다른 팀과 계약에 합의하더라도, 원 소속팀이 ‘매치’ 한다면 잔류해야 한다. 재미있는 건, 제한적 FA 선수를 매치할 경우 다른 팀과 맺은 계약 내용을 똑같이 이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타 구단은 제한적 FA 선수를 잡기 위해 계약에 까다로운 옵션을 넣는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그래야 원소속팀이 해당 선수의 잔류를 결정하는데 고민이 깊어질 테니 말이다.



  - Derrick Rose Rule : NBA에서 7 시즌 미만으로 뛴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연봉은 전체 샐러리캡의 25%를 넘을 수 없으나, 루키 스케일 계약 기간에 아래의 조건 중 하나를 충족시키면 전체 샐러리캡의 30%까지 계약할 수 있다. 이 조항 덕분에 시카고 불스는 2011-2012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 시즌 MVP였던 데릭 로즈와 5년간 9,480만 달러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1) All-NBA팀 선정 : 계약 직전 해 1회 혹은 최근 3년간 2회 선정

  2) Defensive Player of the Year 선정 : 계약 직전 해 1회 혹은 최근 3년간 2회 선정

  3) MVP 선정 : 최근 3년간 1회 이상 선정     


  - Mid-Level Exception : 이 규정도 많은 구단이 사용하는 예외 조항이다. 미드레벨은 NBA 선수들 연봉의 ‘평균값’을 의미한다. 이 규정을 활용하면 구단이 사치세 라인을 넘겨서도 선수들에게 리그 평균 연봉을 줄 수 있다. 샐러리캡을 초과했지만 롤 플레이어나 핵심 식스맨급 선수를 추가 영입하고 싶은 구단이 사용하기에 좋은 규정이다. 사치세 라인을 넘기는 팀과 넘기지 않는 팀이 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이 다른데, 넘기는 팀은 1718 시즌 기준으로 최대 3년·519만 달러, 넘기지 않는 팀은 최대 3년·840만 달러까지 계약이 가능하다. 참고로 미드레벨 익셉션은 래리 버드 익셉션과 달리 여러 명의 선수에게 쪼개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간단하게 몇 가지 예외 조항만 살펴봤지만, NBA는 타 리그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선수 계약 규정으로 무장했다. 그래서 그럴까. NBA는 1년 내내 시즌이 진행되는 느낌이다. 시즌 중 코트에서 벌어지는 선수들의 농구 게임과 비시즌 중 코트 밖에서 벌어지는 프런트들의 비즈니스 게임이랄까. 복잡한 규정이 주는 장단점이 있지만 팬 입장에선 몇 가지 주요한 예외 조항만 익힌다면, 리그를 지켜보는 재미가 배로 쏠쏠해질 것임은 자명하다.           

                                                                                     

여담① - 최소 소진율(샐러리 플로어, salary floor)도 중요하다.

 구단 간 경기력과 성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팀 연봉 총액을 제한하는 샐러리캡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반대로 보면 구단이 지나치게 선수단 투자에 인색해서 균형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 소진율(salary floor) 제도도 함께 운영하는 리그가 있는데, 국내에서는 KOVO가 대표적이다. (선수 인권을 위해 개인 연봉의 최저 기준을 설정하는 규정은 그 고저를 떠나서 대부분의 리그에서 명시하고 있다.) 언젠가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KOVO의 샐러리캡 기준은 남자부와 여자부의 차이가 왜 이렇게 큰가요? 심지어 여자부가 관심도도 더 큰 것 같은데?” (당시 남자부는 25억, 여자부는 14억이었다.) 그 당시 내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샐러리캡 차이가 정말 큰 문제가 되려면, 여자부의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이 적어도 90%는 넘어야 의미가 있을 텐데, 지금 정말 큰 문제는 저 수준의 샐러리캡 수준도 맞추지 않는 구단이 다수라는 점입니다. 최소한 90%는 소진해줘야 남자부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요구를 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70%대 수준입니다. 먼저 최소 소진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그다음 스텝으로 캡 문제를 논하는 게 더 유의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얼마 뒤, 남자부의 한국전력은 70%의 최소 소진율 규정을 위반하고, 50%대의 샐러리캡을 소진해서 KOVO로부터 페널티를 받았다. 또한, 20년 4월 9일 이사회에서는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최소 소진율 기준을 50%로 하향 조정했다.      


여담② - 규정 제정의 목적과 균형성

 마찬가지로 KOVO에 대한 언급을 해야겠다. 모든 규정은 만들어지는 이유와 배경이 있다. 하지만 만들어진 규정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설사 그것이 아주 사소한 문제점이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세부적인 규정이 만들어지며 누더기법이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그 규정의 가장 큰 기둥인 모규정 탄생 배경을 항상 생각하며 연관 규정들의 제개정을 논의해나가야 한다.      


 샐러리캡은 당연히 구단 간 격차를 줄이고, 과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KOVO의 샐러리캡 제도는 모순되는 문제점들이 굉장히 많았다. 선수에게 주는 보수는 연봉과 인센티브로 구분되는데, KOVO의 샐러리캡은 여기서 연봉만을 기준으로 책정되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캡 제한 없이 인센티브(옵션) 계약을 통해 무제한으로 선수단에 급여를 지급할 수 있었기 때문에 팀 연봉 총액 상한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다행히도 최근 이사회에서 향후 3년간 샐러리캡을 대폭 인상하며 여기에 옵션 금액을 포함시키는 결정을 했지만, 동시에 샐러리 최소 소진율을 70%에서 50%로 하향 조정했다는 점에서, 구단 간 격차를 더 벌리는 결정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연 이 결정이 향후 3 시즌 간 V-리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균형성을 갖춘 결정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는 요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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