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짓이 통하지 않을 때는 몸짓
시외터미널에 내리자 점심시간이 지나 있다. 당신과 나는 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자그마한 식당에 들어갔다. 앳된 소녀가 주문을 받으러 나온다. 소녀는 펜과 메모지 한 장을 들고는 우리 옆에 서서 그냥 웃는다.
“MENU?”
라고 네모를 그리며 말하자 소녀가 다시 웃는다. 당신과 나는 따라 웃는다. 우리는 소녀에게 어떤 말로 이야기를 할까 망설이며 손짓과 발짓을 하다가 다시 그냥 웃는다. 그녀가 무어라 답하고 이번에는 우리가 말없이 따라 웃는다. 무슨 말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고개까지 끄덕거린다. 식당인데 설마 먹지 못할 게 나올까 하면서.
잠시 후에 푸짐한 쌀국수 두 그릇이 우리 앞에 놓인다. 말없이 후루룩! 후루룩! 그릇은 금세 말끔히 비워진다. 우리는 계산을 하고 다시 손짓과 발짓과 웃음을 섞어,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정류장을 묻는다. 계산을 마친 그녀는 다시 손짓과 발짓과 웃음을 섞어 대답한다. 주문 때보다는 쉽게 그녀의 몸짓을 알아듣는다.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는 그녀가 가리키는 정류장을 향해 걷는다. 뒤를 돌아보니 테이블을 정리하던 그녀가 우리를 보고는 손을 흔든다.
#여행의사물
#쌀국수
#쌀쌀맞을수없는여행의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