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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May 30. 2020

노래가 온다는 건-<팬텀싱어3>

2020년 5월 29일 토요일

날씨

산에 구름이 걸린 걸 본다.

파란 하늘, 흰 구름, 초록의 산. 자연은 선명하다.

몹시도 맑아 잠깐 더위를 잊는다.

세상에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살결 같은 자연색이 있다.

출처 : jtbc <팬텀싱어3> 유튜브 캡쳐


저녁 9시에 맞춰 서둘러 집으로 온다.

금요일은 <팬텀싱어3>를 보는 날이다.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한편으로 촉촉하다.

촉촉한 마음은 쓸쓸한 마음이기도 한데,

쓸쓸한 마음은 삶 앞에 겸손한 태도를

강요하지 않고 이끈다.

나는 아름다운 노래 앞에 순한 양이 된다.

     

유채훈은 그런 노래를 부른다.

(존노나 고영열도 좋지만)  

그는 첫 회에서 ‘IL MONDO’를 불렀다.

가사가 자막으로 같이 나왔다.

노래를 들으며 의미를 쫓아가다,

‘세상은 한 순간도 멈춘 적이 없어요.’라는 가사에,

조금 쓸쓸한 마음이 생겼다.      

곡이 끝나갈 때 즈음

‘그리고 또 하루가 밝아와요.’라는 대목을 듣다가는

울었다  


내가 왜 눈물을 흘렸나 생각한다.

그러자 정현종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를 빌리자면,

노래가 온다는 건 실은 어마머마한 일이다.

그리고 내가 그의 노래에 감동한 건,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부서지기 쉬운,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같이 왔기 때문이다.


그의 노래에는 쓸쓸한 마음이 있다.      

아마 그의 지난날에도 그런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라고 나는 추측한다.


지독한 ‘세상은 한 순간도 멈춘 적이 없어요.’라는 쓸쓸한 위로는,

그 지독한 시간을 건너온 사람이 건넬 때,

위로가 된다.

그래서 쓸쓸한 마음이 지나간 자리에는

사막처럼 고요한 평안이 찾아든다.

깨끗하게 울고 나면 마음이 편안하다.


 


유채훈이 부른 <팬텀싱어3>의  ‘IL MONDO’

https://youtu.be/vuGXFe_ae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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