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31일 일요일
몸이 조금 지쳐 20분 정도 낮잠을 잤다.
아파트 창으로 바람이 불어들었고,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좋네’하고 혼잣말 했다.
날씨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그냥 '맑음'이라 적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사한다.
ㅍㅅ와 찾아가 거든다.
옮겨온 짐들을 구획하고 차곡차곡 정리한다.
두 분은
새로 살 집에서 새로 살 준비를 한다.
먼저 산 사람들의 흔적을 지운다.
주방의 손때를 지우고
거실바닥의 발자국을 지운다.
필요한 몇몇의 요소는 새 걸로 교체한다.
식탁에 갓등을 달고
누렇게 때가 낀 부속품들을 간다.
조금씩 이전에 살던
누군지 알지 못하는 그 사람들의 흔적이 사라진다.
사랑하는 마음은 이사와 닮았다
첫 사랑이 지나고 나면,
그 다음은 마음의 집에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떠나보내는 과정의 반복이다.
그리고 새로운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첫 걸음은
옛 사람의 흔적을 지우는 거다.
말끔하게.
그렇다고 말끔하게 지워질까.
미처 인식하지 못한 어딘가에는
나조차 모르는 옛사랑의 그림자가 있다.
물론 달라지는 건 없다.
사랑하는 동안 살아 있고,
살아 있는 동안 사랑한다.
사람은 떠나도
집은 떠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은 남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