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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Jun 03. 2020

열 번 부러웠던 날

2020년 6월 2일 화요일

날씨

아침은 맑았다. 점심나절을 지나며 흐려지더니

저녁에는 잠깐 빗방울이 떨어졌다.

머리 위에 고작 몇 개가 ‘톡톡’하더니 그쳤다.


   ㅍㅅ와 같이 저녁 달리기를 한다.

나는 200m 트랙 운동장을 열 바퀴 돈다.

일곱 바퀴를 뛰고 사이사이 세 바퀴를 걷는다.

그럼 2km다.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뛰고 걷는다.

ㅍㅅ는 다섯 바퀴를 뛰고 걷는다.

      

오늘은 ㅍㅅ 없이 혼자 뛰고 걷는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빠와 딸을 지나쳐 뛴다.

"시선은 아래가 아니라 앞을 봐야지."

아빠가 말한다. 딸이 시선을 앞으로 한다.

다시 한 바퀴를 돌아 지날 때는

“힘은 다리에만 주고.”

라고 아빠가 말한다. 딸이 다리에 힘을 준다.

멀어져 보이지는 않지만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두 사람에게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한다.

뛰어서 일곱 번, 걸어서 세 번.

시선은 앞을 보고 다리에 힘을 주고,

그렇게 두 사람 곁을 열 번 지난다.

한 바퀴 돌 때마다 한 바퀴 부럽다.

오늘은 열 번 부럽다.

     

"나도 딸이 있으면 좋겠군."


집에 가면 딸 같은 ㅍㅅ가 있기는 하지만.

그 사이 아이의 스케이트보드는 조금씩 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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