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인터뷰_Molocoads 안익진 대표님
[몰로코는 원래 구글러 셨던 안익진 대표님께서 2013년 말에 구글에서 나와 설립한 모바일 광고 기술 전문 스타트업이다.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방해하지 않는 차원에서 광고를 송출하는 서비스를 메인으로 비즈니스를 진행 중에 계신다.]
저는 어려서부터 내적으로 항상 창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특히 실리콘밸리로 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실제로 중학교 때 PC매거진에 스티브 잡스가 나온 것을 보고 그 사진을 오려 방에 붙여 놓고 실리콘밸리로 가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죠. 그런 거 보면 그때부터 창업, 실리콘밸리에 대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창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비즈니스적인 차원으로 '돈을 벌겠다' 보다도, 개발자의 마인드에 따른 소망이었어요. 오랫동안 개발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었고, '왜 이렇게 풀면 될 것 같은데 사람들은 그렇게 안 하지?'라는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이 생각을 지속하던 중에 환경적인 기반과 내적인 동기가 맞아, 창업을 결심한 것이죠.
앞서 말씀드린 생각이 구글에 다니면서도 지속됐는데, 어느 순간 계속 회사에 있으면 아무래도 회사의 방향과 추구하는 가치가 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구글을 나와 창업을 했어요. 그렇다고 구글에서의 생활이 단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구글을 다니면서는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정을 배웠어요. 구글에서 실무자를 설득하고 팀을 만들고 논의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과정을 배웠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창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미국은 코끼리 같은 나라예요.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격으로 저도 미국의 일부분만 알아요. 실리콘밸리 역시 그렇고요. 그런 차원에서 저도 구글 밖을 나와 보니 '내가 구글을 다녔다고 해서 실리콘밸리의 회사가 이렇다'라고 얘기는 못하겠어요. 구글이 무수히 많은 기업들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구글이 워낙 독특한 회사이기도 하고요. 그나마 구글에서의 경험이나마 말씀을 드리면, 구글은 창업에 확실히 관대해요. 실제로 구글을 나오고 창업한 분들이 많이 있어요. 이런 분들 중에 물론 잘된 경우도 있지만 안 좋게 풀린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구글에 복귀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구글은 복귀한 그 사람에게 열려있어요. 대외적으로 이미 알려진 사실로는, 구글 퇴사 후 1년 안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무 조건 없이 재입사하도록 해요. 창업 아이템으로 대박까지는 아니였어도 창업을 해서 괜찮은 팀을 구성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면서 1년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면 (제가 느끼기에) 회사에서 4년 정도의 경력으로 쳐주는 것 같아요. 회사 내에서 창업한 사람들이 요직에 있기도 하고 회사 내에서 창업을 훈장으로 여기는 분위기이죠. 우리나라도 대기업은 모르겠지만, 스타트업을 경험하고 성장한 기업이라면 이런 분위기가 있을 거예요.
실무자에게 주어지는 역할과 책임이 두드러지게 다른 것 같아요. 미국에선 아무래도 실무자에게 전권을 많이 위임해요. 한국 기업도 물론 빨리 움직이고 좋은 기업들이 많아요. 젊은 친구들이 저희 때보다 더 말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고요. 제가 말하는 비교의 기준은 한국의 전통적인 회사에 비해서 미국 기업은 자신의 말을 논리적으로 하고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좀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는거에요. 관습이나 정해져 있는 루트는 없고 '이렇게 해왔으니까 이렇게 한다'라기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한다'는 자세를 중요시 여겨요.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모바일 광고 기술 사업이에요. 특정 서비스의 유저 베이스를 기반으로 수익화를 진행하도록 돕는 서비스죠. 기존에 있는 광고 모델들은 항상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해쳐요. 예를 들어 배너광고나 팝 광고 같은 것이죠. 그런데 이 문제가 모바일로 가면서 더 심각해졌어요. 모바일은 스크린이 작아 사용자가 앱을 사용하면서 웹을 사용할 때보다 광고가 더 큰 방해로 느껴지는 것이죠. 더불어 앞으로 앱 서비스는 앱을 쓰는 시간을 단축해주는 방향으로 발전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앱을 킬 필요 없이 '시리'처럼 명령어로 앱을 키고 끌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지금 있는 모든 광고들은 페이지 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이런 문제점에 착안해 사용자를 방해하지 않고 앱 서비스의 수익화를 돕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어요.
혹시 웹툰 봐요? 구글에서 매니저 할 때는 회사 가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어요. 거의 모든 시간이 30분 단위로 쪼개져 있었고 회의 하나 끝나면 바로 다음 회의가 있었는데 건물이 달라서 뛰어 다니거나 구글 자전거를 타고 정신없이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이렇게 바쁜데도 불구하고 웹툰은 제때 제때 빠짐없이 봤거든요. 그런데 창업을 하고 나니, 웹툰이 2~3주씩 밀려있더라고요. 웹툰을 보는 개수도 줄었더라고요. 그때 문득 든 생각이, '진짜 내가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었어요. 구글을 다닐 때보다 시간적으로 바쁜 건 아닌데, 몰입하는 정도가 다른 것 같아요. 내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인지, 회사에 다닐 때 보다 주인의식과 몰입의 정도가 더 강해졌어요.
한국에 기여를 하거나 한국에 오피스를 만들거나 하는 바람은 있는데, 여기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처음에 미국 유학 온 이유도, 미국을 온전히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여기서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리고 사실 제가 골수 개발자라 '본고장에서 하고 싶다'라는 생각도 강했어요. 개발과 창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내 실력을 검증받고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사실 기반 없이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이 없고요.
이건 질문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제가 미국에서 창업을 하고 겪은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어요. 첫 번째는 회사 계좌를 만들러 은행을 갔는데 은행 직원에게 사업 계좌를 만든다고 하니까 '무엇 때문에 사업 계좌를 만드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창업을 해서 필요하다'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호기심을 가지면서 웹을 하느냐, 커머스를 하느냐, 모바일을 하느냐고 구체적으로 묻더라고요. 그래서 심지어 은행 다니는 아저씨도 이런 얘기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죠. 두 번째는 창업하고 한국 출장을 마친 후 미국으로 돌아왔는데, 공항 직원이 입국심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왔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창업을 했는데, 비즈니스를 하러 다녀왔다'고 말했더니, '창업을 했냐고, 축하한다'고 하더라고요. 이 두 경험은 단적인 예이지만, 이 경험을 통해 미국이라는 사회가 얼마나 창업에 열려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사회적으로 창업을 응원하는 분위기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사를 다닐 때도 즐거웠어요. 회사를 다닌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고 창업을 한다고 해서 더 행복한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사람마다 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회사 내에서 일을 하며 사는 게 즐거울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회사에만 있는 것이 불편해 나오는 사람도 있고요. 답은 없는 것 같아요. 제 기준에서는 회사도 재미있었지만, 창업을 진행하는 과정이 주는 즐거움 자체가 제게 큰 매력이었어요. 그 즐거움이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더 즐거웠기 때문에 저는 창업을 한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결과를 무시한 과정은 잘못된 생각이고요.
예비 창업자가 만약 대학생이라면 그 친구에게 꼭 부럽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실 생각해보면 젊은 친구들이 제일 부러워요. 지금 뭔가를 실패했어도, 제 나이 때보다 도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더 잘 할 수 있는 잠재력의 정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의 시간 그 자체가 큰 자산이 될 것이에요. 창업에 있어서 준비하고 창업하는 것은 없어요. 준비를 아무리 철저히 했어도 창업을 하다 보면 항상 새로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저 같은 경우에도 준비를 참 많이 했어요. IT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유학을 다녀와야 기반이 생기지'라고 생각하고 유학을왔고 미국에서 창업하려면 '기업 경험이 있어야지' 해서 구글을 갔어요. 이렇게 꾸준히 준비를 해왔던 것이죠. 그런데 오히려 준비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들로 인해 기회 비용이 생기기도 했고, 제가 준비한 것 이상의 노력이 창업을 하는데 필요하더라고요.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준비가 덜 되었다고 망설이거나 너무 지나치게 걱정하진 마세요.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베스트 팀을 만들고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정말 좋은 사람이 모여서 일을 빨리 진행해서 끝내겠다는 생각은 되도록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사람이 모여있다가도 나가고, 나갔어도 또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이 스타트업이에요. 수시로 생기는 인원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있어야 하고 이런 변화를 잘 견딜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분명히 창업을 진행하면 난관들이 있을 거예요. 그 위기를 이겨낼 패기와 에너지가 중요해요.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구글 매니저로 있을 때 스탠퍼드로 특강을 간 적이 있었어요. 한국인 대학원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자리였어요. 그 자리에서 일부는 제가 구글에 다닌다고 하니까 구글 어떠냐고,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느냐라고 많이들 묻더라고요. 그런데 한 친구는 제가 구글 다닌다니까 오히려 ‘아 구글 다니세요? 저는 창업했어요’라고 당당히 말하더군요. 뭔가 다른 느낌과 패기가 있는 친구였어요. 이렇게 어떤 환경이나 분위기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당당하게 어필할 수 있는 자신감에 근거한 패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는, 대표님을 인터뷰하기 전에, '구글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좋은 위치에 계셨다면 굳이 구글을 나와 창업을 할 필요가 있으셨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대표님은 갖고 계셨다. 대표님은 구글이라는 직장으로 해소할 수 없는 오래된 소망이 있으셨고, 그 소망을 생각으로만 끝내신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루기 위해 직접 행동으로 옮기신 '실천파'셨다. 우리는, 안정적인 환경이 주는 편안함에 도태되지 않을 수 있는 '우리만의 철학'이 있을까?'
by. 피제이.
청춘남녀가 120일간 한국, 중국, 미국을 돌아다니며 44인의 창업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청춘남녀의 한중미 창업탐방기 :)
http://www.bookk.co.kr/book/view/6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