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칭 서핑'과 애플 본사 방문기
미국에서 28일 동안 머무는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실 그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순탄치 않았다. 왜냐하면 물가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우리는 중국에서부터 미국 숙소에 대해 찾아봤다. 하지만 대부분 한 사람당 하루에 8~10만 원으로 우리가 머물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글에선 미국에서 머무는 동안 우리가 새로 마주했던 문화 ‘카우칭서핑’과 카우칭서핑으로 만난 인연을 통해 ‘애플 본사’에 방문했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미국 창업 문화에 대한 얘기는 이후에 다시 다룰 것이다.)
중국 테크노드 유채원 에디터님을 인터뷰하면서 ‘카우칭서핑’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카우칭서핑(Couch Surfing)’은 말 그대로 해석하면 소파에서 재워주는 것을 뜻하지만, 무료로 자신의 공간을 내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 공간을 내어준다는 데에서 Airbnb와 같은 맥락이지만 돈을 받지 않는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카우칭서핑은 단순히 무료로 공간을 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를 함께 공유하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 보통 빈 게스트 방을 내어주거나 또는 거실에서 잘 수 있도록 접이식 매트리스를 빌려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호스트와 카우칭서퍼가 서로 남겨 준 후기이다. 좋은 후기가 없거나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카우칭서퍼라면 새로운 호스트가 잘 받아주지 않는다. 카우칭서퍼 역시 후기가 많고 좋은 호스트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서부와 중부는 쉽게 방을 구할 수 있지만, 뉴욕과 같은 관광도시들에서 우리를 받아주는 호스트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실제로 우리도 뉴욕에 머물기 위해 20개 이상을 보냈지만 단 한 명에게만 답신이 왔다.)
우리는 미국에서 세 번의 카우칭 서핑을 경험했다. 처음 카우칭 서핑을 할 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조건 없이 받아주는 이들에게 고마웠고, 그래서 그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우리는 곧 이들이 공간을 내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시간도 함께하기를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꺼이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내어주는 문화를 배움과 동시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첫 번째 카우칭 서핑 호스트는 Diane(다이앤)으로 정년퇴직 후, 여행을 하고 봉사활동을 하며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있는 분이었는다. 다이앤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스탠퍼드에서 열리는 SVIA(Sillicon Valley InnovationAcademy)를 참석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다이앤은 우리가 창업에 관심이 있고 창업자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왔다고 말하자,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스탠퍼드에서 이 행사가 진행된다고 알려주었다. 더불어, 혹시 참석하길 원한다면 기꺼이 함께 가주겠다고 말해주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다이앤의 차를 타고 스탠퍼드에 갈 수 있었다. 집을 무료로 개방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이렇게 기꺼이 우리를 위해 (물론 다이앤도 워낙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차를 끌고 동행해주는 것이 참 고마웠다. 한국에서나 느낄 법한 정을 이곳에선 봉사정신이라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았다. SVIA는 6주 동안 이루어지는 창업에 대한 교육을 받고, 팀을 꾸려 실제로 기획을 해보는 워크샵이다. 마지막 주엔 TOP 팀들만 뽑아 마지막 스피치를 하는 자리를 가진다. 우리가 참석했던 것이 바로 마지막 스피치를 하는 자리인 ‘Finale;Stanford Sharks’였다. 이곳에서의 이야기와 인터뷰는 다음 번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두 번째 카우칭 서핑 호스트는 Megan(매간)과 Josh(조시)로 결혼한지 1년이 된 신혼 부부였다. 결혼하기 전에 100일 동안 미국 로드트립을 하면서 카우칭 서핑을 했었고, 그 경험이 너무 좋아 지금은 자신들의 공간을 내어주는 호스트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이틀 정도 머물렀을 때, 조시는 한 IT회사의 개발자이며, 매간은 애플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우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며칠 전 구글 캠퍼스에 갔을 때, 주말에 다가 출입증이 없어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Lucky 하게도 우리 이야기를 들은 매간은 기꺼이 애플 본사로 초대해 주었다. 더불어 조시가 회사 근무시간을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우리와 동행해주겠다고 나서 주었다. 우리는 월요일 점심에 애플 본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애플 본사는 큰 대로를 끼고 건물이 여러 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주차장은 차들로 꽉 차다 못해 넘쳐 흘렀다. 매간은 우리를 마중 나와주었고, 덕분에 게스트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개발자들이 일하는 건물을 들어가 통과하니 사변을 건물로 둘러 쌓인 푸른 들판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른편엔 넓은 뷔페식 식당이 있었다. 샐러드바, 과일, 멕시칸 음식, 피자, 파스타, 일본식, 그리고 디저트 등등 먹고 싶은 음식은 모두 있었다. 음식의 양은 밖에서 사먹는 것의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던 것 같다.
실내에도 많은 자리가 있었지만, 날씨가 좋은 마운틴뷰에선 실외에서 먹는 걸 직원들이 선호하는 듯했다. 우리도 매간과 조시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동료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하고 있었다.
잔디밭에 그늘 아래 앉아 먹는 모습은 꼭 대학교 캠퍼스를 보는 듯했다. 매간의 얘기를 들어보니 점심 시간은 11시부터 2시로 먹고 싶을 때,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매간이 우리를 초대했듯이 다른 직원들도 가족들을 초대해 같이 먹기도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저녁 때는 종종 아이들이 잔디밭 위에서 뛰 노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산책할 겸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사무공간 밖으로 나와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고,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도볼 수 있었다. (애플 본사 내부에선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수 없었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몇 장만 찍을 수 있었다.)
매간과 조시에게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더 물어봤다. 매간과 조시 둘 다 일 년에 최대 3주 동안 휴가를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해외 여행을 간다며, 이번 추수감사절엔 독일로 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말해주었다. 더불어 근무 시간은 한두 시간 정도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으며, 야근은 거의 없고 일을 다 하지 못해 야근을 해야 할 땐, 늦어도 7시까지 일을 하고 돌아온다고 했다. 부부 모두 그들의 삶에 만족해했다.
...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조깅 후, 출근을 하고, 5시에서 6시 사이에 퇴근해 저녁을 함께 먹고, 10시 반 취침 시간 전까지 비디오 게임을 하며 취미생활 공유하는 매간과 조시의 모습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
솔직히 그들의 삶이 부러웠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경우다. 일 년에 한 번, 고작 일주일을 여름휴가로 내는 것이 전부이고, 월차를 쓰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 유동적인 근무시간은 말할 필요도 없고, 매일 칼퇴근을 하는 것 역시 거의 불가능이다.
... 우리 친언니는 18개월 된 아들이 있다.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아들의 자는 모습을 보며 6시 40분에 집을 나선다.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은 야근을 하는데 집에 오면 밤 10시가 넘는다. 출근할 때도, 퇴근할 때도 아들의 잠든 모습만 볼 수 있다.
어쩌면 요즘 젊은 청년들이 공무원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정신적인 건강을 챙겨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적인 여유와 그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여유로움보다 정신적인 건강을 인생 최고의 가치로 두고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우리는 적잖은 자극을 받았고,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카우칭서핑 문화' 그리고 '애플의 기업 문화', 둘 다 모두 한 번에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카우칭서핑'은 원래 유럽에서 시작되었지만, 미국 사람들이 유럽에서 경험한 것을 다시 미국 내에서 베풀기 위해 미국에서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낯선 이에게 그저 함께 '소통하고 나누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들의 집을 아무 대가 없이 개방할 수 있는 이 멋진 문화는, 아마 오랫동안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 완성되었을 것이다. 애플의 기업 문화도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인터뷰 한 대표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미국의 기업 문화는 구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하셨다. 구글이 기업 문화를 바꾸는데 선도했지만, 이런 복지와 환경이 모두 갖추어진 기업 문화를 차용하려다 오히려 망한 기업도 많다고 한다.
여유롭고, 봉사하고, 핵심 가치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삶엔 분명 이런 거대한 복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성과와 자본이 필수적일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 그 나라의 분위기와 문화 그리고 시민의식이 이보다 앞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가 때론 우리를 압박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의 문화에 압도되지 않기 위해 우리만의 문화를 창조해내는데 집중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모리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말이다.
by. 제이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