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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석 Sep 24. 2015

두 번의 실패, 그리고  3년이라는 기다림

첫 번째 인터뷰_ 시지온 김미균 대표님

[시지온(CIZION)은 대한민국 정보기술(IT) 분야 제 1호 사회적 소셜벤처로서 온/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 개발을 통해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는 회사이다. 시지온은 악성 댓글을 해결하기 위해 2009년 9월 소셜 댓글 ‘라이브리’를개발했다. 웹사이트에 라이브리 플러그인을 설치하면 소셜 네트워크(SNS) 아이디로 로그인해 댓글을 작성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이를 SNS 지인에게 공유할 수 있다.] 

시지온 메인 사이트 주소 http://blog.cizion.com/


시지온의 '라이브리' / 출처 시지온 사이트

처음에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되신 건가요? 원래 아나운서가 꿈이었다고 들었어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아나운서의 꿈을 꿨던 것 같아요. 아무 의심 없이 아나운서를 위해 준비를 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방송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대학교 입학하고, 발음과 같이 기능적 인문제를 고치기 위해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은 완치 판결을 받지 3년이 되었어요. 당시에 꿈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문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아나운서를 그만 두게 되었어요. 그렇게 꿈을 접고, 시작하게 된 것이 시지온이었죠. 

굳이 창업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신문방송 전공으로 학교 다니면서 '악성 댓글 문제'에 대해 여러 고민을 했었어요. 기존에 있는 방식으로 해결이 안됐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공동 대표였던 김범진 대표가 기술로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같이 시작하게 되었어요.  


창업 초반 2년 동안은 알바를 병행하고, 또 창업 멤버도 8명에서 2명 밖에 남지 않았었다고 하던데요?


네, 맞아요. 재학 중 2학년 때 시작했었어요. 창업 동아리 사람들 중에서도 베스트 8명과 함께 시작했는데, 선배들이 3년만 버텨보라고 했었어요. 당시엔 이해하지 못했어요. 우리 팀은 베스트이기 때문에 1년 만에 해결하고 끝장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근데 얼마 되지 않아 창업 멤버들 대부분이 나갔고, 두 명만 남았었죠. 정말로 3년 동안 삽질한다고 생각하고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사실 둘이 남았을 때, 확신은 남지 않았었어요. 확신이 있어서 했던 것보다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때 나이(20대 초중반)엔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때잖아요. 멀리 보면 오히려 깜깜하고 답답하니까 딱 발 아래 까지만 봤던 것 같아요.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만. ‘오늘 내가 알차게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생각했을 때, 그 일을 하는 거였어요. 


창업은 참 위험요소가 많잖아요. 불확실성에 불안하지 않으셨나요?


저는 좀 미련하게 하는 편이에요. 남들이 아니라고 해도 끝장을 보는 편이에요. 물론 우직하게 해서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잘못된 길을 계속 가는 사람 같은 경우요. 근데 저는 다행히도 한 우물을 팠는데 그게 맞았던 거죠. 하나를 시작하면 5년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정말 좋은 사람들이 모였어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동기부여할 수 있는 대표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우선, 다른 사람이 안 한다고 하더라도, 나 혼자서라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해요. ‘나 혼자라도 할 건데, 너도 할래?’라고 되어야 하는 거죠. 나 스스로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동기부여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희의 경우엔 ‘악성 댓글’이라는 명확한 해결 과제가 있었기 때문에 3년이라는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토론 프로그램을 1년 반 했었고, 댓글 필터링 시스템도 반년 했었는데 그것도 잘 안됐죠. 그 다음에만들었던 게 ‘라이브리’였어요. 3년 동안 한 번도 돈을 못 벌었어요.  ‘라이브리’를 하고 8~9개월이 지나고 나서도 매출이 없었어요. 다들 ‘틀렸나  보다.’라고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저희는 앞서 두 번의 실패로 ‘라이브리’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어요. 단지 아직 시장을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한 고객사를 3개월 동안 설득시킨 후에 첫 계약을  성사시켰어요.  그때부터 고객사가 하나에서 20개 그리고 100개로 몇 배로 늘어났어요. 그때, 한 우물을 팠을 때, 수확이 더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템은 변했지만, 핵심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세 개 모두 ‘악성 댓글’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큰 줄기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았어요. 그 핵심 아이디어는 나의 삶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은 것을 찾아야 해요.


아나운서로 월급을 받다가 내가 투자를 받아와야 할 때, 안정적인 삶을 박차고 나가기 힘들지 않으셨어요?


불안하긴 한데요. 안정이라는 것이 무엇에 대한 안정이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부모님들이 말하는 안정은 같은 직장에서 오랫동안 있는 것인데요. 사실 우리 세대에는 그런 게 없어요. 이제 100세 시대인데, 60살에 정년 퇴직하고, 이후의 삶은 직장을 떠나 버텨 내야 해요. 경제적인 안정보다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정서적 안정인 것 같아요. 내 마음이 사람을 대할 때 따뜻하고,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안정이 중요해요. 


예비창업자들과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창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대학생들이라면 빨리 시작해서 빨리 실패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대학을 졸업했다면 창업을 권하고 싶지 않고, 서른이 넘었다면 더더욱 권하고 싶지 않아요.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빨리 시작해서, 빨리 실패하고, 또 다시 시작하라고 하고 싶어요. 

왼쪽부터 희망돌_박정석, 김미균 대표님, 희망돌_주정은


김미균 대표님은 우리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났던 첫 번째 여성 CEO 셨다. 다른 매체에서 봤던 모습보다 더 부드러웠고, 마치 학교 선배처럼 편하게 대해주셨다. 무엇보다 자기 신뢰에서 오는 여유로움이 강한 에너지로 느껴지는 분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무엇인가를 시작함에 앞서서 너무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고민을 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실행이 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기 까지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오히려 자신만의 철학을 탄탄히 굳히는 연습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by. 제이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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