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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석 Nov 18. 2015

'데스밸리(Death Valley)'도 즐거운 마음으로

열네 번째 인터뷰_키야트게임즈 조현선 대표님

['키야트 게임즈'는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게임 퍼블리싱 회사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드 스토리(Sid Story)', '타이니 컨커러스(Tiny Conquerors)' 등을 북미 시장에 론칭했으며, 한국  모바일 게임을 미국에 선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달리고 있다.]

홈페이지: http://www.kiyatgames.com/


키야트게임즈 홈페이지 메인


조현선 대표님은 대학교 시절 아르바이트로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운영하는 '배틀탑(스타크래프트 리그 운영)'에서 게임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이후, '네오위즈게임즈'(4년 반)를 거쳐 온네트 USA지사의 매니저로 1년을 보냈으며, 능력을 인정받아 미국 '아에리아 게임즈'의 사업 개발 이사,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 총괄이사로 4년 반을 근무하셨다. 그리고 2013년,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창업에 뛰어들면서 제 2의 인생을 보내고 계신다.


게임 산업 지금까지 계신 것 보면 게임에 대한 애정이 크실 것 같은데, 원래 게임을 좋아하셨나요?  


저는 어떤 게임에도 중독되지 않아요(웃음). 매일 게임 테스트를 하지만 개인적으로 오래 플레이 하는 게임은 드물어요. 다만, 게임 산업 자체가 정말 재미있고 흥분돼요. 잘 만든 게임을 보면 정말 천재인 거 같고 게임 업계분들은 언제나 신선하고 활기가 넘쳐요.


대학교 때, 선배의 추천으로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처음 연 회사(배틀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어요. 광고팀으로 들어갔다가, 사회생활하는 것이 좋아서 1년을 일했어요. 그리고 그 이후에, 운 좋게 네오위즈에 들어가게 됐지요. 네오위즈는 원래 있던 회사(배틀탑) 이사님이 헤트헌팅 회사로 가시게 되면서 저를 추천해주셨어요. 근데 면접을 너무 까다롭게 하셔서 버스에서 울면서 집에 돌아 갔는데, 됐다는 연락이 온 거예요. 순간 당황스럽기도 했어요(웃음). 처음 네오위즈에 들어갔을 때, 제가 게임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것 때문에 핀잔을 듣기도했어요. 근데 게임 몇 개를  마스터하니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는 기준이 생기더라고요.

사실 게임은 잘하지만 일은 못하는 케이스들을 많이 봤어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 스타일이 굳혀져 있고 고집이 있으니까 자기 관심에 없는 게임은 맡아서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거예요. 그리고 게임만 열심히 하다 보니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한국에서도 이제는 인식이 바뀌어서 일 잘하는 사람을 뽑으려고 하는데, 요즘은 게임도 좋아하고 일도 잘하는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흥미를 못 느끼셔서 힘든 점이 있었을 텐데, 게임 산업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는 않으셨어요?


심지어 벗어났었어요(웃음). 네오위즈는 부서가 다양하잖아요. 한 번은 브랜드 매니저를 했었어요. 그때 정말 행복했. 근데 6개월 후에 미국으로 올 기회가 생겼어요. 당시 미국에 대한 환상도 없었고, 평생 한국을 떠날 생각이 없었던 터라 제안이 왔을 때, 좋은 기회인지 몰랐어요. 부장님한테 우스갯소리로 말했더니, 부장님이 미국 가서 일해보는 건 MBA 가서도 못 배우는 거라고 당장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심지어 울면서 안 가겠다고 했는데, 주위 사람들 역시 이미 다들 떠나 보내는 분위기였어요(웃음).


그렇게 벗어나고 싶으셨어도, 어떻게 여기까지 오시게 되었네요. 운명인가 봐요(웃음).


15년 동안 게임을 계속 해왔고, 미국 회사에 다닐 땐 1년에 200개의 게임을  테스트해봤어요. 게임을 안 좋아해도, 내 안에 게임에 대한 감각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거죠. 게임을 보는 기준이 생기고 계속 머리 속으로 돌리다 보니 개인적으로 게임 플레이를 하지 않더라도, 게임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이 생겼어요. 더불어 같이 일하던 친구들이 다른 모바일 게임 회사로 옮기면서 간접적으로나마 더 넓은 시야를 얻을 수 있게 되었죠. 누가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보이고, 같이 일할 사람도 보이고, 또 제가 프로듀서 출신이니까 게임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할 수 있는 바탕도 생기더라고요.


그렇다고 이런 경험들이 성공을 점치진 않는 것 같아요. 게임만 좋다고, 개발사가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직접 개발사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뭐가 부족한지 일일이 테스트하고 고민하고 피드백을 드려요.


학부 때 심리학을 전공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원래 하시고 싶으셨던 게 있으셨나요?


저는 꿈이 없었어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놀았던 것 같아요. 다만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에요. 요즘 젊은 친구들도 뭘 해야 할지 고민 많이 하잖아요. 저는 일단 'TAKE'하고 아니면 버리고, 주로 그렇게했어요. 저는 이전에 제가 했던 경험들(마케팅, BI,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등)이 지금 회사를 이끌어 가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돼요. 정말 친한 언니 한 명은 ‘너는 이거 하려고 지금까지 그 모든 과정을 보내온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예요. 꿈이 있지 않더라도, 그때그때 열심히 즐겁게 일하다 보니 잘하게 되고, 일을 잘 하니 다른 기회도 얻을 수 있고요. 또 그 기회게 다음 기회로 연결되더라고요.



미국 회사와 한국 회사의 분위기는 많이 다른가요?


여기는 한국처럼 푸시하는 사회가 아니에요. 한국은 영어도 잘해야 하고, 이것도 알아야 하고, 저것도 경험했어야 하고…. 사람들이 뭐든 열심히 하고, 사회도 그렇게 하라고 압박하잖아요. 근데 미국은 모르는 것에 정말 당당해요. ‘난 그걸 모르지만, 이건 알고 있어.’라는 식이에요.


그렇다면 그런 좋은 환경의 회사를 놓고 나오게 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인적인 것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성과에 있어서는 매우 엄격해요. 제가 본 미국 회사는 만만치 않아요. 4년 반 동안 다녔는데,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매일 잘릴 위기에 있었어요. 보통 일을 시작하고 3개월 안에 성과가 없으면 잘라요. 근데 3개월 만에 성과를 내는 게 쉽나요? 성과를 내기 위해선 보통 6개월은 잡아야 해요. 이런 부분을 본다면 어쩌면 미국 회사가 더 치열하다고 할 수도 있어요. 한국 회사는 다른 기회라도 한 번 더 줘보고, 한 번  인정받으면 무한정의 신뢰를 얻잖아요. 물론, 미국에서 한 회사만 다닌 거라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요.


당시 회사를 나오겠다고 마음 먹었을 땐, 이 회사가 더 이상 나에게 행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명확했어요. 근데 나오고 나서 뭘 해야 할지 몰랐었죠. 다른 회사에 면접도 많이 보러 다녔는데, 면접을 보는 동안 마음이 쉽게 동하지 않았어요. 다시 들어가면 또다시 매일매일 나를 증명하는데 온 신경을 써야 하잖아요. 그리고 나는 경력과 네트워크나 경험도 많지만, 이제 막 졸업한 네이티브 또는 MBA 나온 친구들이 으스대는 걸 볼 수 없을 것 같은 거예요. 실제로 나보다 경력도, 경험도 없지만 네이티브라는 이유로, MBA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그 친구들이 뽑히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아무리 4년 반 동안 잘 해왔다고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가치가 있을까. 그것에 얽매어 애쓸 만큼 인생에 큰 가치가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리고 한편으론 미국 게임 산업의 흐름을 누군가는 읽고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느 날, 네트워크 파티를 갔는데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진 거예요. 분명 온라인 산업이  활발할 땐, 모르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근데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많은 것이 변했어요. 시장이 끊임없이 변하고 바뀌는데 한국에서 미국으로 게임을 퍼블리싱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곳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니 제가 그 사이에서 흐름을 읽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미국에서 처음 창업을 하셨을 때, 어떤 일을 겪으셨는지 궁금해요.


처음 창업했을 때, 저희가 새로운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로 시작한 것은 아니잖아요. 경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MBA가 없으니 조금 힘들더라고요. 학위가 문제가 아니라, 그 기간 동안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제겐 없는 거잖아요. 또 ‘여자’라는 것이  유니크해서 장점이 될 때도 있지만, 사업할 때 불리하게 작용된다고  생각될 때도 있었어요. 그리고 International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개발사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 어려움도 초반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다른 사람들이 1년 정도 준비하고 있다가 시작하라고 했었어요. 그 말을 안 듣고 바로 창업해서 초반에 퍼블리싱도 못하고  무산된 경우가 몇 번 있었어요. 근데 오히려  그때 잘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세상이 나를 받아주는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일단 몸을 먼저 던져 놓고, 잘  서바이벌하다가 세상에 기회가 왔을 때, 딱 만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3년이 다 되어가니까, 기다리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스타트업 쪽에선 3년은 기다리라고 하잖아요. 저도 3년 동안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기쁘게 건너다가 그때도 안돼서 접는다 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지금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올해 가장 힘들었어요. 부사장이랑 우스갯소리고 '우리 바닥을 친 것 같다.'고, '근데 지하실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농담을 해요.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큰 기회가 올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다만, '내가 아직 준비가 안돼서 좀 더 준비시키고 있는 가보다.'라며 생각하고 있어요.


'Employee(고용인)'와 'Employer(고용주)' 입장을 모두  경험하셨는데, 어떤 차이점을 느끼고 계신가요?


차이점이라고 하면 정말 커요. ‘과연 같은 게 있을까?’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요. 미국 회사에서 연봉 협상을 할 때마다 너무 힘들었는데요. 나는 내 회사처럼 헌신하면서 일하지만 성과가 회사가 원하는 만큼 안 나오니까 연봉을 안올려주는 거예요. 근데 지금 창업을 하고 입장이 바뀌고 나니, 그전에 제가 했던 말들은 정말  터무니없는 것들임을 알게 됐어요. 직원들이 아무리 자기 회사라고 하지만, CEO가 느끼는 만큼 ‘내 회사’가 아니에요. 그 전에 회사를 분명 정말 내 회사인 것처럼 생각하고 일했다고 자부했는데, 지금 느끼는 것과 비교해보면 교집합이 10%도 안 되는 것 같아요.


더불어 창업하면 회사에 대한 애착 때문에 힘든 일을 극복한다고 하는데, 단순히 회사 이름 때문이 아니에요. 내가 비즈니스를 여기까지 끌고 왔고, 직원들의 희생과 여러 프로세스를 거친 것들을 생각하면 그 시간들과 에너지를 알기 때문에 놓을 수가 없는 거예요. 저희가 처음 회사를 차렸을 때, 적어도 5년 이상 그리고 10~15년의 경력자들이 만들었거든요. 그땐 뭐든 바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개발사와 얘기를 할 때, 개인이 만든 포트폴리오가 아닌 지금 함께하고 있는 ‘팀’이 같이 만든 게 뭔지를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 이해해요. 개인의 경력도 중요하지만, ‘한 팀’으로 팀워크를 어떻게 발휘했는지가 더 중요해요.


요즘 우리나라에선 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는데, 미국의 창업 환경은 어떤지 궁금해요.


한국은 창조 경제 이후, 창업에 대해 지원을 많이 해주잖아요. 물론 안 좋은 점도 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미국은 엑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에 들어가기가 정말 힘들어요. 어쩌면 그래서 성공 확률이 높은 것일 수도 있는데,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기회를 주는 것은 거의 없어요.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회가 많잖아요. 모두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흔히들 '선취업,후창업' 또는 졸업 후 '바로 창업하는 것'을 두고 얘기하잖아요.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주변에 보면 창업하고 취업을 하신 분들이 헝그리 정신으로 얼마나 열심히 하시는지 몰라요. 근데 회사를 다니시다가 창업하신 분들도  힘들어하시고, 창업하고 취업하신 분들도 힘들어하세요. 어떤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친구들이랑 바로 창업을 했는데, 회사의 큰 흐름을 경험해 보지 못해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회사를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또 취업을 했다가 나와서 창업을 하고 또 안돼서 다시 취업했다가 다시 나와서 창업한 친구들도 있어요. 이것저것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인생은 마라톤이잖아요. 한 친구가, 인생은 마라톤이고 결국 마지막에 남는 사람들이 남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제게 참 도움이 많이 됐는데요. 사람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꺼내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대표님 주변에서 창업을 한다고 하면 뭐라고 말씀해주세요?


창업을 하면 힘들다고 생각하시잖아요. 실제로는 지금 상상하시는 것에 100배 이상이예요. 그리고 창업한다는 사람들에게 지지해줄 건지 말릴 건지 물어본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말릴 거예요. 요즘 고민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이 어려움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에요(웃음).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제 맘 같지 않았어요. 환경도, 직원도, 비즈니스 등등 다 내 뜻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그걸 인내하고 삼키는 게 쉽지 않아요. 정말 힘들어요. 근데 그만큼 보람은 있어요. 창업 2년 차까지는 기대하지 못한 보상들도 있었어요. 예를 들면, 이 시장에서 소위 잘 나가신다는 분들을 내가 굳이 만나자고 하지 않아도, 만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생겨요. 그럼 30분이건 1시간이건 1대 1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예요. 그게 그때의 행복이었어요. 내가 정말 존경하던 대표님들을 만나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창업하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행운인 것 같아요.


여기서 잠시 머무르는 거지만, 지내보니 미국 사람들이 좀 더 여유롭고 젊게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맞아요. 여기 사람들은 나이 얘기를 하면, ‘왜 나에게 그런 얘기를…?’하는 반응이에요. 한국은 출근도 딱 맞춰야 하고 야근도 하는데, 여기는 그런 스트레스는 없어요.


한국 게임 회사는 3개월 마다 조직 개편을 하고, 게임 순위를 보면 탑 빼고 아래 순위들은 1~2주마다 바뀌어요. 근데 미국은 바뀌긴 바뀌는데 1년이 걸리는 때도 있어요. 한국에선 정보를 빨리 찾아 남보다 먼저 알고 있는 게, 또는 적어도 남들이 아는 것은 나도 알고 있는 게 중요하잖아요. 게임 회사 역시 경쟁사에 대해 빠싹하게 알아야 하고요. 물론 그런 것들이 도움되기도 하지만, 여기는 다른 회사의 사정보다는 나의 업무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시간도 더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같은 1년을 두고 봤을 때, 좀 더 여유롭게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외로운 것도 있고, 힘든 것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은행 업무의 경우, 송금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1초면 할 수 있지만, 미국은 하루, 길게는 일주일이 걸려요. 그래도 지금까지 한국에 있었으면 아마도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거나 늙은 아줌마가 되어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면 지금에 만족해요(웃음).


얘기를 나눠보니 정말 긍정적이신 것 같아요.


저는 예전에 더 긍정적이었어요. 항상 'Hyper'였어요. 살아가는데 이런 태도가 도움이 돼요. 웬만해선 걱정도 안 하고, 고민도 안 해요. 스스로도 웃기다고 생각하는 거는 ‘차도 없고, 집도 없고, 잔고도 없지만,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데 앞으로는 못 살겠어?’ 라면서 ‘일단 자고 일어나서 고민하자’고 생각해요. 정말 축복받은 성격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이런 성격을 어디서 받았나 보니까, 예전에 아버지께서 크게 다치셨었어요. 하루 종일 집에만 계셨어야 했는데도  우울해 하시기보다 콧노래를 부르시더라고요. 저도 2주 전까지만 해도 정말 힘들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도 좋고, 직원들과 놀러 갈 생각에 기분이 다시 좋아지더라고요.

 

다만, 좀 무딘 편이예요(웃음). 워낙 긍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제가 정말 잘 살고 늘 좋은 일만 있는 줄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건 아닌데 '죽진 않았으니 죽을 만큼 힘든 건 아닌가봐'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겨버리기도 하죠.


대표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행복이 뭔지 궁금해요.


저는 ‘사람’인 것 같아요. 항상 참 적절한 시기에 때가 되면 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나타나는데요, 예를 들어, 미국에 처음 연봉 협상을 할 때, 동시통역사를 준비 중이던 친구가 다 도와줬었어요. 저는 사람 때문에 돈 없이도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또 사람들에게 잘 해주는 게 제 재주이기도 하고요. 아, 그렇다고 사람’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에요.


앞으로 '키야트 게임즈'를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으세요?


음, 다른 회사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아쉬운 점 하나를 꼽자면, 결국은 'Employer'와 'Employee'라는 것이었어요. 그 틀을 벗어날 수가 없더라고요. 보통 선배들이 퇴근하면 직장 일은 잊어버리라고 하는데,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내 하루 24시간 중에 출근을 준비하고, 출퇴근하고,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엄청나잖아요. 근데 그걸 회사는  회사일뿐이야 하면서 'work-life balance'를 따지는데, 회사도 좋고 일도 좋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제가 회사 청소를 하고, 먹을 것들도 많이 가져다 놓는 것도 직원들이 회사에 와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해주는 직원들에게 너무 고마워서 더 열심히 하게 되었어요. 사장도 회사에 오기 싫은 날이 있는데, 직원들은 얼마나 더 그러겠어요. 적어도 인간적으로 대우해주고,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해 주려고 해요.


혹시 중국으로 사업 진출 계획은 있으신가요?


아직은 없어요.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지금 중국으로 들어가는 건 위험요소가 너무 크다고 생각해요. 특히, 중국은 내수가 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게임에 관심을 크게 주지 못해요. 그리고 게임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고 얘기를 들었어요. 중국인들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관찰해야 해요.


더불어 지금은 오히려 중국에 역전돼서 한국 게임이 중국 게임보다 값어치가 낮아졌다고들 해요. 그래도 아직 기획력은 우리나라가 좋다고 하지만, 한국에서 글로벌 라이센스를 가진 게임사가 별로 없어서 한국에서도 중국으로 진출하기 힘들어요. 보통 글로벌 이센스는 대기업 게임사들이 거의 다 가져가기 때문에 한국 게임사가 중국에 가서 성공하기 더 힘들죠. 지금은 우선 미국에서 한국 게임사에게 피드백을 주고, 퍼블리싱을 도와주는 게 더 중요해요.


창업 선배로서 예비 창업자들에게 한  말씀해주신다면요?


음…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힘든 일은 언젠가 꼭 와요. 내가 힘든 게 가장 커 보이긴 하지만, 누구나 다 힘든 일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몸에 근육을 키우듯 정신적인 관리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걱정을 많이 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에요. 다만, 그 걱정에 갇히지 말고 회사에서 경험도 하고, 그 안에서 좋은 인재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네트워크도 많이 쌓았으면 좋겠어요. 만약 본인이 미국에 와서 창업을 하고 싶으시면 직접 와서 스스로 느끼고 경험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이게 마지막 종착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제 100세 시대잖아요(웃음). 창업도 한 번으로 끝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다들 첫 창업은 실패한다고들 하는데, 두 번째부턴 좀 더 오기가 생기겠죠.



우리는 대표님과의 인터뷰 후, 키야트 게임즈 팀장님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대표님의 기분 좋은 에너지 덕분에 인터뷰 내내 즐거웠는데, 팀장님들도 역시 모두 밝고  긍정적이신 분들이셔서 점심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먹을 수 있었다. 이후, 대표님께서 한국으로 출장을 오실 때 먼저 연락해주셨는데, 수 많은 사람들이 모인 네트워킹 자리였다. 아마도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위할 줄 아는 이런 마음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고 계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일을 잘 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인정해주고 존중해 주는 것이 더 따뜻하다는 것을 대표님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BY. 제이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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