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다섯번째 인터뷰_에누마 이수인 대표님
에누마(Enuma)는 하나 하나 센다는 뜻의 영어 단어 Enumerate(에누미레이트)에서 따온 것으로,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학습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꿈을 담은 이름이다(구 로코모티브랩스). 에누마는 교육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주로 제작하며,‘토도수학(Todo Math)’이라는 서비스로 20개국의 애플 앱스토어 교육 부문에서 1위를 달성했다. 이 서비스는수학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게임’의 형식을 가미하여 보다 쉽게 수학 공부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이다.
저는 원래 전공이 미술이에요. 그래서 미대를 나와 아트 분야에 있었어요. 그 후, 스타트업과 대기업에서 게임 디자이너, 게임 기획자로 커리어를 쌓았죠. 그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제가 게임과 교육을 접목 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해 계속 주의 깊게 보았죠. 그 와중에 남편이 박사 과정 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고, 저도 남편과 1-2년 같이 생활하기 위해 미국으로 들어왔어요. 그런데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몸이 안 좋아서, 나중에 발달에 지장이 있거나 학습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해서 매우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러다보니 저희 아이같이 공부가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이 생각이 첫 시작점이 된 것 같네요.
한국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 것은 스타트업에서 였어요. 작은 회사였지만 즐겁게 일할 수 있었고 그 경력 덕분에 다음 회사는 중견기업으로 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은 엔씨소프트였죠. 이 기업들에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했어요. 하나하나의 경험들이 모두 저를 성장시켜주었고, 저는 회사 생활에 매우 만족했었어요.
제가 2009년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내가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다녔던 회사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회사에 제안한 끝에 3년 정도 한국과 미국의 여러 사람들과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를 얻었고 2012년 초에 그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었어요. 마치고 나니 제게 남은 것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한국과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을 사귀었고, 여러 상도 수상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좋은 제품을 만든 경력과 시장 반응도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였죠. 그러다보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여기서 끝내지 말고, 창업을 해서 계속 좋은 교육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라고 조언해줬어요.
예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게임 컨퍼런스에 갈 기회가 생겨서 참가했는데 그곳에서 멋진 말을 들었어요. ‘내 돈으로 배우지 말라’는 말이었어요. 그 말은 타인의 돈으로(외주를 하던지 회사에 들어가던지) 성공에 필요한 기술을 먼저 배우라는 말이에요. 내가 창업해서 바로 뛰어 드는 것과 비교했을 때 기업에 속해 일해보는 것이 위험 부담도 덜 하고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과정이 창업을 위해 괜찮은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대학 다닐 때는 실제로 이런 과정으로 창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우선 컨설팅 회사나 대기업을 가서 일을 배우고 그곳에서 네트워크를 쌓고 기술적 노하우를 쌓은 후에 나와 창업을 하는 것이었죠. 사실 아무런 경험과 기반 없이 맨 주먹으로 일을 시작해 성공하기란 쉽지 않잖아요. 멋진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누가 이 업계에서 최고인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저는 취업 후 창업한 것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씀 드린 사회 공헌 프로젝트를 잘 진행하고 나니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VC 한 분(마누 쿠마르/K9벤처스)이 저희 서비스를 아주 좋게 보시고 ‘회사를 만들 것이냐’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회사를 만들 생각이 없다’ 라고 말씀 드렸죠. 그러니까 그분이 ‘그럼 왜 실리콘밸리에 왔느냐’라고 다시 질문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남편과 살려고 왔다'고 했죠. 사실 이런 제 답변을 들으시고 조금은 답답해하셨어요. ‘이 곳에서는 너가 물건을 만들 능력과 재능이 있다면, 우리가 너희를 위로 올려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한번 도전해봐'라고 말씀해주시면서요. 제가 그렇게 대답드렸던 것은 그 때까지만 해도 개인적으로 창업에 대한 큰 뜻이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니까 무슨 물건을 만들지 명확했고 뭐가 필요하고 제가 속해 있는 시장이 어떤 시장인지에 대해 알고 있었죠. 그렇지만 이 일을 내 이름으로 할 것이냐, 회사에 속한 형태로 할 것이냐가 고민이 되는부분이었어요. 만약 이 물건을 회사의 프로젝트의 형식으로 잘 진행하고 마무리했었다면 창업을 굳이 하지는 않았을 거에요 그런데 그 사회 공헌 프로젝트가 잘 진행됐음에도 해소 되지 않은 것들이 있었고, 그 부분을 해소하고자 창업을 결심하게 됐어요.
사실 창업을 결심하고 가장 두려워했던 부분 중에 하나가 미국의 법 문제였어요. 특히, 상법에 관한 부분이었죠. 이 부분을 해결할 전문가가 제 주위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사업 투자를 받고 나니 변호사 출신의 기업가 분이 자문으로 와주셔서 해결됐어요. 그리고 후에 저희 회사 담당 변호사님이 오시면서 걱정을 덜었죠. 이에 더해서, 스타트업이라 부족한 정보나 인력 그리고 자원을 이전 직장에 다니시던 분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어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저희에게 투자 해주신 VC분이 실리콘밸리에서 꽤 영향력이 있는 분이셨어요. 그래서 이 분이 저희에게 투자했다는 것이 소문이 나니까 업계에서 저희를 좋게 보는 분들이 많이 생기고 투자로까지 이어지더라고요. 이런 일들 덕분에 초반에 일이 조금 더 수월해졌어요.
저는 조금 다른 케이스인 것이, 아버님이 벤처 사업가세요. 오랜 기간 동안 그 일을 지속하시는 모습을 보아 왔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는 창업에 대한 환상이 전혀 없었어요. 내가 뭔가 창업을 해야지,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저 창업할 거에요’라고 말할 필요 없이 그냥 ‘우리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라는 것, 그것이 컴퓨터인건 IT이건 무역이건 무슨 일이든 일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런 생각이 기반에 있으니까 그냥 회사에서 서류 처리하고 프로젝트 개설 후 재정을 따오듯이 자연스럽게 창업을 접하고 투자자들에게 피티를 해왔어요. 이런 점에서 볼 때 저는 창업이 성향에 맞아서 했다기 보다 제 길을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길이었어요.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 예를 들어, 시장의 반응이 좋지 못하다던가 투자자를 못 찾는다거나 밤낮 할 것 없이 24시간을 일 해야 한다와 같은 일반적인 어려움은 겪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애초에 창업을 시작했을 때 저는 누군가를 위해 이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 아이, 그리고 세상에서 공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저는 처음에 투자를 받을 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퀄리티가 좋은 교육 제품을 만들겠다. 그런데 만약에 누가 와서, '그거 돈 안되니까 일반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어’라고 하면 나는 창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무슨 패기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웃음).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첫 투자자 분이 ‘나는 왠지 모르지만 너의 그 생각과 너의 물품이 정말 마음에 들어’ 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덕분에 회사를 세워 일반적인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많이 겪지 않고 일을 했어요.
일반적인 어려움을 상대적으로 많이 겪지 않았다고 말씀 드렸지만, 100%는 아니에요. 저희도 일을 진행하다 보니 직원들에게 월급 주는 날을 신경 쓰게 됐고 일이 잘 안될 때가 있어 심적으로 힘든 적도 있었죠. 그리고 초반에 내가 가졌던 패기, '내가 세계 최고의 물건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면 세상이 알아줄 거야 그리고 시장에서 많이 판매 될 것이야.' 라는 이상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까지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그 환경을 뚫고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있어요. 만약 저희가 그냥 순수 사업가의 마인드로, 시장에 제품을 내놓고 '어떻게 하면 유저를 많이 모을 수 있을까.'에만 초점을맞췄다면 극복하지 못했을 거에요. 그렇지만 저희는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저희 팀의 자녀들에게 필요한,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고 우리 자녀들뿐 아니라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으로는 뚫지 못했을 거에요.
실제로 이런 저희의 강점을 보시고 관심 보이신 투자자분은 저희에게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물건이 세상에 많이 없다. 하지만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전세계 어디에나 있고, 이것이 교육의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그런데 이 갭을 풀어줄 팀은 당신의 팀이다.’라는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제가 영어가 안 되는 아시안(Asian)으로, 한국인으로서의 약점은 분명히 있었어요. 그렇지만 제가 속해 있는 분야에서 저희처럼 문제의식을 갖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팀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그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는 것 자체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지, '한국인이냐, 영어를 얼마나 잘하느냐, 학교는 어디를 나왔느냐'가 투자의 기준이되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투자자들에게 보여지는 면이 중요했던 것이 아니라 저희가 하는 일 자체가 중요했던 것이었죠. 거기다 그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의지를 보여드렸고요.
그 부분은 미국에서 창업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이든지 ‘외국인’의 입장에서 타국에서 창업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미국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어려운 것은 아니죠. 공통적인 어려움은 기본적인 언어조차 되지 않는다면 애초에 진입하고자 하는 곳의 장벽이 너무 높아지는 것이죠. 저도 초반에 언어가 안 되는 외국인 창업자로 미국에서 창업하는것이 많이 어려웠어요.
제가 얼마 전에 되게 멋진 분을 회사에 뽑았어요. 이분이 한국에서 태어난 분인데, 외국 생활을 오래 하셨어요. 그런데 상위직급의 직원을 뽑을 때는 투자자 분들과의 상의가 필요해서 저희 투자자 분을 만나 뵈러 간 적이 있었죠. 그런데 투자자분께서 새 직원분에게 ‘수인이 알고 보면 참 똑똑하다’라고 하셨어요. 저는 한국에서는 ‘알고 보면’ 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무슨 말이냐 하냐 면은, 제가 언론 인터뷰를 하거나 이렇게 멀리서 찾아오신 분을 보거나 새로 회사에 올 분을 인터뷰할 때 정보 뿐만 아니라 인상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이사람이 ‘교육을 잘 받았구나’, ‘말을 잘하는구나’, ‘눈치가 빠르구나’ 같은 것이죠.그런데 언어가 잘 안되면 감점이 될 요소들이 많아요. 말을 못 알아 들으니까 눈치가 없는것이고. 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눈빛이나 시선을 못 주고 고급 단어를 구사하지 못하니까 첫인상이 좋을 수 없고 머리 회전이 좋아도 말로 표현을 못하니까 제가 어떤 논리의 흐름으로 그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설명한 방법이 없는 것이죠. 그럼 그 사람은 저에 대한 좋지 못한 인상을 갖게 되고 신뢰하기 꺼려질 수 있어요. 투자자분은 그 부분을 캐치해주신 것이죠. 제가 비록 언어가 아주 원활한 대표는 아니었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 직원에게 인식시켜 주신것이에요. 이런 말을 해주지 않으면 다른 직원들이 저를 잘못 재단할 수 있게 돼요. 그렇게 되면 팀으로서의 역할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죠.
그래서 보통 대부분의 외국에서 창업하는 창업자들이 기술 기반, 혹은 물건 기반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언어가 잘 되지 않더라도 물건이 멀쩡하다면 일을 진행할 수 있는것이죠. 저는 정확히 이 케이스였어요. ‘프레젠테이션 기술이나 나의 능력보다 물건이 더 멀쩡하다’라고 얘기했죠. 그런데 저는 운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하는게, 많은 창업자 분들이 순수하게 물건으로만 승부하는 상황에 놓이는 분들이 많지 않잖아요. 경력 혹은 네트워크로 승부를 하거나 말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니까 물건에 집중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보여줄게 정말 물건 밖에 없다면 내가 백 마디 말을 하는것보다 물건을 더 잘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게 돼요. 제 개인적으로는 언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이 초반에는 핸디캡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니 오히려 좋은 작용점이 되었던 것 같아요.
미국에 있는 사람들은 13명이에요. 이 13명이 다 같이 처음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회사의 가치에 모두 동의하고 진행하고 있어요. 사실 처음에는 이 일을 혼자 시작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개발을 아웃소싱하고 임시 개발자들로 진행했죠. 처음에는 개발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나중에 제 남편이자 코파운더가 엔지니어로 합류 했고요. 뭔가 안정적으로 팀원을 구축하기 까지는 꽤 오래 걸렸어요.
맞아요. 그렇지만 본인이 뭘 만들어야 할지 알고 있고, 기술적으로 아웃소싱이 가능하고 불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고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결국 적정기술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장 먼저 만들었던 물건은 사람의 손을 4번 거쳤어요. 코어 엔진 쪽은 PHD 하고 있는 미국인에게 외주를 맡겼었고 최적화 시키는 것은 또 다른 외주 개발자가, UI는 아웃소싱, 마무리는 저희 자체 엔지니어가 진행했어요. 이렇게 해도 제품의 가치나 방향이 달라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저희 팀이 뭘 원하는지 확실히 알고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런 시기가 너무 길어지면 안되겠죠.
그 부분은 제가 쉽게 판단 내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정답이 없어요. 마크 주커버그나 빌 게이츠를 보면 대학을 다니는 중에 혹은 자퇴를 하고 바로 창업을 했잖아요. 그리고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기업을 일궈냈죠. 실제로, 저희 회사에 다닌 스탠포드 출신 인턴이 있었어요. 그 친구가 기숙사 친구가 '나 창업할건데 같이할래?'라는 제안에 '나는 좋은 기업에 들어 가서 멋진 일을 할 거야'라고 거절을 했데요. 그런데 그 친구가 만든 기업이 '스냅챗'이었어요. 소위 대박이 난 기업이 된 것이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대학을 다니는 중에 빚을 내고 창업을 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아서 포기하고, 경력도 버리고 대학도 늦게 졸업한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이 부분은 누군가의 말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자신을 돌아보고 개인의 기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무엇을 잘하고, 내가 이 일에 합당한 사람인가 아닌가에 대한 부분은 본인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이에요.
저는 실리콘밸리에 있다고 해서 저희가 크게 특별한 팀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 혹은 최근 창업에 관한 단어와 트렌드가 일어나기 전에도 창업하는 사람과 팀은 있었어요. 지금 시대적 분위기에서 보니, 실리콘밸리, 벤처, 스타트업 이런 단어들이 붙어서 저희가 하는 일도 되게 멋져 보이죠. 그렇지만 이전 시대의 언어로 지금 저희 팀을 표현한다면, 미국 버클리에서 외국인의 핸디캡을 딛고 조그마한 학습 교재 공장을 만들어 영세 창업해 직원 10명과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표현 될거에요. 저는 이런 표현이 더 편해요. 그래야 마음이 들뜨지 않고 겸손해질 수 있어요. 스타트업 구성원은 중심과 가치가 흔들리는 것이 가장 위험하거든요. 그런데 그 위험은 회사의 겉치중에 신경쓰기 시작하고 중심을 잃을 때 발생해요.
저는 역사를 되게 좋아해요. 금광 시대 혹은 산업 시대 그리고 콜럼버스 시대의 기업가들이나 지금의 기업가들이 생각하는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손에 모바일 기기를 들고 있다고 해서 그더 똑똑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이 말씀을 드리기 전에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희는 다른 사람들보다 상황이 괜찮지 않아요. 매일이 고민이고 매일이 어려워요. 이 부분을 전제로 제 개인적인 경험과 주위 분들을 보면서 느낀점을 말씀드릴게요. 창업을 하고 어려워 하시는 분들의 경우를 보면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한국말로 번역 된 미국 뉴스에 속는 경우가 바로 그런 일이죠. 실리콘밸리에만 오면 창업이 쉬울 것 같고 투자받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돼요.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거든요.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한국의 창업 환경이 더 좋다고도 말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우리랑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가 구글에 우리 가치의 4배에 팔렸다. 만약에 우리가 미국에 있었으면 우리한테도 4배를 쳐줬겠지?" 그렇지만 현실은 달라요. 단적으로 우리는 미국인이 아니기 때문이죠. 실리콘밸리의 뉴스 중 좋은 것들 만 한국에 비춰지기 때문에 이 부분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이걸 잘 모르니까 환상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무조건 미국으로 넘어오면 잘 될 것이다 라는 생각은 지양해야 해요. 그 대신에 내가 진짜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부분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만약에 청년 창업을 한다면, 내가 성장하는 속도가 과연 내 꿈의 속도를 쫓아갈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것 같아요. 만약 쫓아갈 수 있다면 지속하는 것이고 반대라면, 무너지는 것이고요. 본인이 선택할 산업 혹은 분야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분야에 대한 공부 그리고 수율 계산이 필요해요. 그리고 내가 지금 꾸고 있는 꿈이 내 고민과 생각에 의해서 만들어진 꿈인지 언론 매체를 통해 생겨난 것인지에 대해 부단히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시대적 분위기가 창업을 띄워주니까, 혹은 실리콘밸리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낸 몇몇 기업의 표본만을 보고 아무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드는 것 만큼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어느 시대든지 창업가는 존재했고 그 본질은 같았다. 다만, 그 분야와 환경만이 달랐을 뿐이다.
이 시대라고해서 크게 특별하거나 쉬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중해야할 것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지금 그 가치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 이 질문이 창업을 위해 집중해야할 부분일 것이다.
by. 피제이
청춘남녀가 120일간 한국, 중국, 미국을 돌아다니며 44인의 창업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청춘남녀의 한중미 창업탐방기 :)
http://www.bookk.co.kr/book/view/6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