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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사부터 한 번 해보자 下

[청춘남녀의 창업일상] #4

by 박정석

2016년 3월 1일!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하기로한 개강 바로 '전날'이 다가왔다.

우리 모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동아리방에 모여 첫 날 장사를 진행하기 위한 큐시트를 짰고, 준비가 다 된 후에는 당일에 팔 과일을 구매하기 위해 매탄 시장으로 넘어갔다. 우리는 과일을 구매하는 것조차도 신중을 기했는데, 과일 구매를 위해 여러 업체를 조사하면서 과일에도 궁합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우리가 첫 날 판매하기로한 과일은 오렌지/사과/딸기/파인애플이었다. (감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감과 사과는 상극 관계라고 했고, 바나나를 사자니 시간이 지나면 색이 까맣게 변해버려 신선해보이질 않았다.) 과일을 구매한 후에는 전날이라 긴장을 해서 그런것인지 모두 말이 많지 않았고, 묵묵히 해야할 일을 마무리 하고 조용히 각자의 집으로 해산했다.


당일, 장사 첫 날이라 준비가 미숙할 것이라는 생각에 우리는 이른 아침 6시 30분부터 동아리방에서 만났다. 그리고 과일컵 제조에 필요한 도구들을 챙겨 다시 동수원요리학원으로 부랴부랴 내려갔다.

그 당시를 생각하면 우리의 모습이 조금 웃긴데, 청년 네 명이 검은색 과일 봉다리를 양 손에 바리바리 싸들고 겨울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만나 조용히 동방에 들어가 다시 짐을 싸 요리학원으로 내려 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와중에 우리는 왠지 모르게 모두 비장했다.(웃음) 그리고 나중에는 이렇게 요리학원과 학교를 오고가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 나름대로 이동 루트도 다시 고민하고 수정했다.(학교를 들렸다가 동수원요리학원을 가는데에만 20분 이상이 소모되었는데, 아침 시간에 20분이란 시간이 얼마나 꿀 같은 시간인지는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 알 것이다. 아침에 20분을 더 잘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다.)

(왼쪽) 동수원요리학원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 생각에 잠긴 로댕. 자세히 보면 짐 보따리가 왼편에 놓여 있다. (오른쪽) 동수원요리학원에서 과일 손질 작업을 마무리하고.

짐을 다 가지고 동수원요리학원에 도착한 우리는, 과일을 깨끗이 씻고 깎고 담는 작업을 시작했다. 모두 처음해보는 작업이라 조금 서툴었지만 나름대로 요령이 생기기도했다. 그리고 과일의 크기를 하나 정하는 것도 모두 상의 하고 진행했는데, 우리가 먹을 과일이라고 생각하고 과일 컵 하나 하나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웃음) 그렇다보니 나중에는 각자 전문 담당 과일 생겼는데, 나같은 경우 파인애플 손질 전문이었다. 이젠 눈 감고도 파인애플 손질을 깔끔하게 할 수 있다는 소문이.(웃음)

하지만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닌데, 첫 날 이후 시간이 지나고 하루 하루 지나면서 점차 우리는 작업을 하면서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과일 깎으려고 공부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의 반나절을 장사로 보내다보니 체력이 떨어졌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이런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하지만 막상 작업을 마치고 만들어진 과일 컵을 볼 때는 왠지 모르게 뿌듯해지기도 했는데, 무엇보다도 우리의 로고와 캐릭터 스티커가 붙여 있는 컵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쁘게 과일 컵을 만들고 어느정도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들뜬 마음을 갖고 장사를 진행하러 모교 정문으로 나갔다. 우리 키보다 훨씬 기다란 배너와 책상, 의자 그리고 아이스박스 두 통을 양 손에 가득 들고 신호등에 선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관심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 우리는 쪽팔려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짐을 가지고 도착한 정문 앞 공터, 이전에 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별로 생각 없이 지나쳤던 그 곳이 그 날따라 왠지 모르게 넓어 보였다.
장사 준비를 마친 우리의 모습. 지금 다시 보니 그 때의 우리는 참 해맑았다 ;)

그렇게 시작 된 과일 컵 장사는 다행히 사람들의 이목을 충분히 끌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가 워낙 활기차게 홍보를 하기도 했고 이런 '차원'의 장사는 학생들이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목을 끌었다고 해서 장사가 잘 되었다는 것은 아닌데, 사람들은 우리를 관심 있게 보고 지나갔지만 실제로 지갑을 열어 과일 컵을 사가지는 않았다. 대부분 우리를 보고 신기해하거나 배너를 보고 웃고 지나치는 것이 대다수였다. (그 때는 우리 네 명 모두 '오늘은 장사를 처음 시작한 것이고, 사람들도 우리를 처음 본 것이라 신뢰하지 못해서 안 사가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위안했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첫 날 사람들의 차가운 반응이 마지막 장사날 까지 계속될 것이라고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지갑을 열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불안해 하는 우리를 살린 것은 바로 '지인'이었는데, 이때 우리 네 명 모두 학교 생활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것에 내심 감사했다. 우리가 과일 컵을 판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하나 둘씩 등교길에 우리의 과일 컵을 사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일부러라도 우리 부스에서 과일을 먹으며 '맛있다'고 홍보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한 명 두 명 씩 지인들이 과일 컵을 사가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도 구경을 하면서 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팔려 나가는 과일 컵을 보면서 자극을 받은 우리는 더욱 열심히 '과일 컵 사세요'를 외쳤다.(웃음) 자신감이 생긴 우리는 첫 날 이후에는 직접 홍보 종이를 들고 교내를 돌아다니며 홍보하기도 했다.

외국인이 반응이 좋다는 생각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교내 홍보를 나가기도 했다.

얼마의 시간 동안 구호를 외쳤을까, 어느새 우리가 만든 과일 컵들이 하나 둘씩 판매되더니 거의 모든 수량을 판매하게 되었다. 처음 시작한 몇 십분 동안은 '과연 오늘 내에 다 팔 수 있을까, 못 팔면 떨이로라도 다 팔아야지'라고 생각했던 우리였는데, 지나가는 친구를 굳이 붙잡아 하나 팔고, 수업 들으러가는 외국인에게 하나 사가라고 부탁하고, 지나가던 행정팀 선생님이 우리를 발견하시고 하나 사가시면서 하나 둘씩 팔리기 시작한 과일 컵이 몇 개 안남고 다 팔린 것이다. (물론 지인 찬스가 컸다.) 이렇게 어느정도 성과를 내고나니 아침부터 고생하며 노력했던 시간들이 그렇게 큰 고생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성과는 우리로 하여금 '내일도 또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과 '내일은 더 많이 팔리지 않을까?'라는 조그마한 희망이 생기게끔 만들어주었다. (물론 아침은 항상 힘들었다.)

이렇게 첫 날의 결과에 힘 입어 자극을 받은 우리는 장사를 마무리하고 동방으로 돌아가 다음 날의 장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이 첫 날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장사를 진행한 나머지 기간 동안도 우리 네 명은 모두 과일 봉지를 한보따리씩 들고 요리학원에서 만나 과일 손질 작업을 하고 동방에서 과일 컵 제조를 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일을 진행하면서 아침에는 너무 피곤해서 힘이 들다가도 네 명이 모여 서로 웃기고 시너지를 내다보면 또 기분이 좋아져 즐겁게 일하기도 했다. 그리고 완성된 과일 컵을 가지고 판매 장소로 가서 열심히 홍보하고 판매하다 보니 시간도 금새금새 지나갔다. 다행히 판매 실적도 수치상으로는 거의 매일 '완판'을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수익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수익과 우리의 아쉬웠던 점들은 '우리 장사부터 한 번 해보자 에필로그'에서 계속]

정문에서 과일 컵을 팔던 우리는 좋은 기회로 동아리 박람회에서도 과일 컵 장사를 할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후룻이라는 과일 컵 장사는 우리에게 참 의미가 남다른 시도였다. 비록 2개월이라는 장기간의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실제 판매 기간이 동아리 박람회를 포함해 단 6일 밖에 안 됐지만 말이다.(웃음)

이 일은 누가 우리에게 시킨 일도 아니었고, 이 일을 해서 어떠한 스펙을 쌓거나 진로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시작한 일도 아니었다. 우리는 이 일을 순전히 '하고 싶어서' 했다. 그리고 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생각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팀 단위'로 실질적인 '실행'에 옮겨 결과를 도출해낸 하나의 일이었다. 물론 '장사'이기 때문에 너무 가벼운 프로젝트 성이 아닌 실질적인 수익 측면도 신경을 써야하는 일이긴하다. 한편으론 장사를 생존을 위해 하시는 분들이 보시면 우리의 시도가 어설프게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수익을 목적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면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에헴) 하지만 우리는 이번 일의 초점을 단순히 수익을 내기 위한 일이라고 보지 않았다. 우리는 그보다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누군가와 '함께'해볼 수 있는 것에 더 큰 의미를 가졌다. 결국 우리 네 사람은 이번 일을 통해 합을 맞추고, 함께 했을 때 좋은 시너지가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라면, 무슨 일이든 한 번 시도해보고 끝장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살면서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는 사람을 몇이나 만날 수 있을까?) 수익은 많이 내지 못했고, 수치적인 성과는 크지 않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람', '팀' 더 나아가 하나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기회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SW 교육 사업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는 수익이라는 토끼도 잡을 수 있기를:) )

[우리 장사부터 한 번 해보자. 끝.]


다음 이야기는 '우리 장사부터 한 번 해보자, 에필로그'와 함께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진행하려고 합니다. 꾸준히 관심가져 주세요 :)


청춘남녀가 120일간 한국, 중국, 미국을 돌아다니며 44인의 창업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청춘남녀의 한중미 창업탐방기 :)

http://www.bookk.co.kr/book/view/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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