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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석 Jun 01. 2016

우리 장사부터 한 번 해보자 : 에필로그

청춘남녀의 창업일상 #5

이번에 진행한 과일 컵 장사는 2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하며 기획했지만, 결국 단 5일밖에 장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접었다. 뭐 지금이야 우스갯소리로 '5일 장사하려고 2개월이나 기획했나'하고 말할 수 있지만, 그때는 나름 심각했다.(웃음) 그리고 보다 현실적인 관점으로 돌아와서 왜 이렇게 됐나를 분석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일을 또 반복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차분히 원인 분석을 해보기로 했다.


1) 시장 조사와 표본조사를 실패했다.

2) 수지가 맞지 않았다.

3) 시간 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졌다.


1) 생각 의외로 과일을 먹고 싶어 하는 학생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만의 생각'으로, 과일이 교내에 없기 때문에 과일을 학생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래도 조금 찔리는 마음에 우리 주변에 있는 자취생에게 의견을 들었는데, 왜인지 우리 주변에선 모두 '교내에서 과일을 팔면 누구나 먹을 것 같다'라는 의견을 내주었다. 아전인수인 격이었다. 우리는 앞선 소수의 의견에만 집중한 나머지 제대로 된 표본 조사를 해보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판매되었을 때 정작 학생들은 사서 먹을 정도로 과일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애초에 시장에 정말 필요해서 사업 아이템을 선정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눈대중으로 생각한 아이템이었던 것의 한계였다. 여기서 새삼 다시 느꼈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과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2) 과일 단가가 지나치게 높았다.  우리가 구매하고 사용한 과일은 학교 근처에 있는 매탄 시장의 한 가게에서 구매한 것이었는데, 그 당시 우리가 구매하는 과일의 가격이 높다는 것은 알았지만 조금은 어린 생각에 조금 비싸도 질이 높은 과일을 사서 학생들에게 공급하면 호응이 좋아 더 많이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왕 만드는 과일 컵인데 퀄리티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비싼 단가를 감안하고 지속적으로 그곳에서 구매했다. 그렇다면 과일의 질이 높은 만큼 판매하는 컵의 가격을 올렸으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또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사 먹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러지도 못했다. 결국 진퇴양난, 이도 저도 아닌 상황 속에서 수지가 맞지 않아 우리의 인건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차라리 과일컵이 많이 팔리거나 많이 만들 수라도 있었다면 달라졌겠지만, 과일컵이 많이 팔리지도, 시간이 모자라 많이 만들 수도 없었다.)


3) 투입되는 시간에 비해 노동의 효율이 떨어졌다. 과일 컵을 제조하고 판매하기 위해 우리가 할애한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평균적으로 아침 7시 30분에  모여서(심지어 첫날에는 긴장한 나머지 아침 7시까지 만나기로 하고 모였다. 기상 시간은 새벽 6시.) 과일컵을 다 팔 때까지 적어도 오후 2시까지는 밖에 서있었다. 그리고 당일의 판매 상황을 회의하고 밥 먹고 또다시 다음날 팔 과일을 구매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인 6시가 다가왔다. 결국 과일 컵 장사를 위해 거의 하루 종일을 투자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열심히 한 만큼 수익도 따라줬다면 좋았겠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수익은 우리의 시급을 최저시급의 반의 반으로 해도 제대로 커버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과일 구매 지출 내역

위의 문제 상황 3가지는 우리가 장사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마주한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쉽게 해결점이 찾아지지 않았고, 제작한 컵을 매일 완판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의욕은 점차 떨어져 갔다. 그리고 결국 장사를 그만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여기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사업이나 장사라는 것은 좋은 의도만을 갖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재미있는 일이어도 그 일이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면 그저 고상한 취미나 단발성 프로젝트일 뿐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필요로 할 것이다라고 '예상' 하는 것은 시장에서 생각만큼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도 맛보고 '왜 안 되는가?'에 대해도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번 시도를 통해 낙담만 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아직도 이 시기를 웃으면서 회상한다. 그만큼 즐거웠고 충분히 재미있는 일이었다. 아마 우리 네 명이 처음으로 합을 맞춰보는 일이기도 했고, 뭣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한편으론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일을 벌일 수 있는 것도 우리 청춘들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언제 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그저 '즐겁다'는 이유 하나로 시도할 수 있을까? (우리 참 잘했다!)


어쨌든 후룻은 우리가 더 나은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참 좋은 경험이었다.(Feat. 로댕)

                                                                                               [우리 장사부터 한 번 해보자 : 에필로그] _ 끝.

다른 이야기로 또 봐요~~~~
청춘남녀가 120일간 한국, 중국, 미국을 돌아다니며 44인의 창업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청춘남녀의 한중미 창업탐방기 :)

http://www.bookk.co.kr/book/view/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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