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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사부터 한 번 해보자 中

[청춘남녀의 창업 일상] #3

by 박정석

과일 컵 장사를 해보기로 결정한 우리는 그 주 평일에 한 번 더 만나 구체적인 기획에 돌입했다.매주 1회 이상 정기적으로 만나며 회의를 하기로 결정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간단히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1. 과일
2. 커피 컵과 꼬지
3. 과일과 컵/꼬지를 구매할 돈

위에처럼, 처음 회의에서 우리가 과일 컵 장사를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몇 개 되지 않았다. 그런데 회의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우리가 필요한 것들도 같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결국에는 우리가 애초에 계획했던 모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아니, 애초에 이런 규모의 일이었는데 우리가 너무 모르고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일례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단순히 과일, 컵/꼬지, 돈이 전부가 아니었다.


1. 우리의 자체 브랜드(과일 컵 이름, 로고)

2. 과일 공급처(저렴하면서도 맛 좋은 과일을 정기적으로 따올 수 있는 곳)

3. 과일을 가공할 장소(과일을 깨끗하게 세척하고 가공할 수 있는 곳)

4. 과일 가공에 필요한 도구들(칼부터 시작해 퐁퐁까지, 초기 지출이 커진 주범이 되었다.)

5. 과일 컵을 판매할 대상과 그 판매 전략

이 고민들이 시작된 순간부터, 이 일은 우리가 예상했던 수준을 한참 넘어선 일이 되어버렸다.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시작한 일은 어찌 됐든 끝을 보는 성격인 우리 네 명은, 하나씩 주어진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았다.


1. 우리의 자체 브랜드

우리는 우선 우리가 판매할 과일 컵의 브랜드명을 정하기로 했는데, 다행히 마음에 쏙 드는 이름이 회의 중에 나왔다. 브랜드명은 단순하게 후룻(Fruit)! 우리가 무슨 장사를 하는 것인지 잘 나타내 주는 이름이라는 생각에 작명했다.(사실 어감이 좋다는 부분이 가장 큰 결정요인이었다.) 그리고 브랜드 이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우리 브랜드에 맞는 로고와 캐릭터도 만들게 되었는데, 우리의 로고와 캐릭터는 창업동아리 '원천동밸리' 활동을 함께한 디자이너의 재능 기부를 통해 만들어졌다. (명아야 고맙다!)

왼쪽부터, 브랜드명/로고/캐릭터(규리,애포리)

2. 과일 공급처

과일 공급처는 우리가 장사를 하는 동안 정기적으로 과일을 공수해올 곳으로, 선정 기준은 단순했다. 싸고 맛있으면 됐다. 이 기준에 맞춰 모교 근처의 대형 마트들과 근처 시장을 둘러본 결과, 매탄 시장 내에 있는 과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시장 업체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때는 몰랐다. 시장이 TV에서 보던 것처럼 따뜻하고 인정이 많은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과일 공급처를 찾기 위해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발품을 파는 일 밖에 없었다. 대형 마트를 찾고 근처 농수산물 시장을 방문하고 길을 가다가도 과일을 파는 곳만 보면 자연스럽게 과일의 질을 따지고 가격대를 살펴보았다.


3. 과일을 가공할 장소

과일을 가공할 장소를 찾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 쉽지 않은 문제였다. 우리에게 필요한 공간은 과일을 '깨끗하게 세척'하고 '깔끔하게 가공'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초반에는 과일을 네 명이 분배해 각자 집에서 깨끗이 세척해 가지고 오려고 했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결코 위생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프로젝트성의 단순한 장사지만 나름의 상도덕과 양심을 지킨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다음 생각한 것은 모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주변 지인의 집을 빌려 진행하는 방법이었는데, 이 방법 역시도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그렇게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해보다 우리가 찾은 곳은 바로 '요리 학원'이었다. 요리 학원은 요리를 가르치는 곳이기 때문에 장소 자체가 청결했고, 과일을 가공하기 위해 필요한 물과 싱크대 등이 갖춰진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있어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에 우리는 근처 요리 학원 3군데에 문의를 했고, 다행히 청년들이 열정적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좋게 보신 '동수원 요리 전문 학원'의 원장님께서 장소를 빌려주셨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4. 과일을 가공하기 위해 필요한 물품

우리가 과일을 가공하기 위해 필요한 물품과 그 지출 비용은 창업동아리를 재정적으로 지원해주는 학교 소속의 LINC 사업단으로부터 도움받았다. (이외의 지출에 필요한 금액은 우리 네 명이 10만 원씩 각출하여 지출했다.)


5. 과일 컵 후룻을 판매할 대상과 그 전략

우리가 후룻을 판매할 대상과 우리 나름대로 짜 본 과일 컵 '후룻'의 판매 전략은 다음과 같았는데, 전략이라고 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참 단순했다.


(1) 메인 타깃은 역시 모교의 '학생'

우리의 핵심 고객이 '학생'이다 보니 등교시간과 점심시간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메인 판매 시간이 되었다. 구체적으로, '아침을 먹지 않고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아침 식사 대용으로 홍보하여 판매한다.' '점심시간에는 점심식사 대용 혹은 식사 후 후식용으로 홍보하여 판매한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공략하고자 했다.


(2) 외국인/교직원을 서브 타깃으로 삼는다.

우리는 외국인들, 특히 북미/유럽권의 친구들이 과일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외국인 친구들의 호응이 꽤 높았다.)

교직원 역시 교내에서 상당 비율을 차지하는 고객이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고객이었고, 이분들한테는 사무실까지 직접 배달해 주는 배달 중심의 판매 전략을 세웠다.


(3) 배달 주문 방식을 준비한다.

초반에는 교내에서 상업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 정문 앞에서 후룻을 팔기로 했지만, 이 모델로 이 장사를 계속하기엔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았고 지속성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온라인을 통해 학생들이 주문을 하면 우리가 직접 과일 컵을 수업을 듣는 건물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우리는 고객이 과일 컵을 정기적인 횟수로 주문할 수 있도록 주문표를 만들었고, 카카오 아이디라는 서비스를 통해 주문을 받았다. 그리고 배달은 1주 단위로 원하는 요일,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듣는 건물 앞으로 배달해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4) 나름의 손익분기점 계산

그리고 우리 나름대로 손익분기점을 계산해보았는데, 지금 돌아보니 이런 걸 손익분기점이라고 계산했나 싶기도 하다.(하하) 그리고 이때 우리는 앞으로 진행할 장사가 큰 돈을 벌기엔 쉽지 않다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계산해보니 우리의 인건비를 최저시급으로 계산해도 수지에 맞지 않았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일을 준비 하다 보니 어느새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우리가 장사를 개시하기로 한 2016년 3월 2일이 다가왔다. [... 계속]



여담이지만, 이 과일 컵 장사를 그만두기로 한 마지막 날에 우리의 '장사'를 돌아보니 이 장사는 우리가 애초에 처음 기획했던 그 '장사'가 아니었다. 그냥.. 과일 사서 컵에 담아 팔면 되는 그 일이 아니었다..(하하) 사실 이 부분은 우리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SW 교육 사업에서도 느끼고 있는 부분인데, 사업 아이템은 정말 시시때때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물론 우리가 일을 하는 비전과 우리의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일을 하기로 계획하고 나름의 계획을 통해 세워 놓은 우리의 사업 아이템, 모델은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시작한 그 원형의 모습을 '많이' 벗어났다.
이런 류의 경험을 하면서 한 가지 느꼈던 것은, '사업 모델이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 없이 일을 시작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사업을 할 것이고,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할 것이다'라는 기초적인 준비는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완벽하고 철저하게 아이템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에 처음부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은 지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고민을 할 시간에 차라리 하고 싶은 일의 최소 모델을 기획해 실전 적용해보고 바로바로 수정해 나가는 것이 더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린스타트업의 방법처럼 말이다. (우리도 이 사실을 책에서 보기만 할 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By 직진


청춘남녀가 120일간 한국, 중국, 미국을 돌아다니며 44인의 창업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청춘남녀의 한중미 창업탐방기 :)

http://www.bookk.co.kr/book/view/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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