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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석 Aug 16. 2016

스타트업 : 편한 길은 없다.  

청춘남녀의 창업 일상#10 

오랜만에 글을 쓴다. 마지막 글이 7월 11일이었으니, 딱 한 달만에 다시 글을 쓰는 것 같다. 
뭐가 그렇게 바빴던 것인지, 분명히 꾸준히 글을 써야지 마음먹었으면서도 또 다른 일들로 글 쓰기를 미뤄왔다. 그 와중에 오늘 밤에는 왠지 모르게 글이 쓰고 싶어 져 이렇게 브런치를 열었다. 


며칠 전에는 우연한 기회로 로댕과 함께 모 대기업의 실무자들과 미팅을 가지게 되었다. 이 기업에서는 최근 새로운 사회 공헌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그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은 예비창업자와 청년창업자의 창업을 돕는 것이었고, 어떻게 돕느냐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우리와 같은 초기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와 로댕은 그분들의 질문에 아는 범위 내에서 성실히 대답했는데, 그분들이 특히 궁금해했던 것은 우리와 같은 초기 창업자들이 현시점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계기로 현재의 사업을 하게 되었는지였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예비창업자들이 보다 쉽게(?) 창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어지저찌하면서 잘 이야기했고, 이야기는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지막 즈음에 한 분이 물어보았다. 


'만약, 작년에 굳이 한국/중국/미국을 가지 않고 한국 내에서 진씨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소할 곳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더 창업하기 쉽지 않았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물론 투입되는 시간은 줄일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곳에 도착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는 경험보다도 오히려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진행했던 그 과정 자체에서 더 많이 배웠습니다.'


'예비창업자들에게 아무런 노력 없이 그냥 주어지는 정보들이 더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필요에 의해 스스로 그 정보를 얻고자 노력해 성취한 것들이 더 도움이 될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앞서 말한 과정들이 번거로워 보이고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굳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하지만 창업에 있어서는, 돌아가는 것과 돌아가지 않는 것 둘 중에서 무엇이 더 효율적이고 맞는 길인가를 판단할 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어떨 때는 돌아가는 것이 더 도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창업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날 것'이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주변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창업을 제대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교육을 받고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창업을 한 후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큐베이팅 혹은 정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스스로 창업에 대한 생각을 확실히 하기 위해 어떤 '교육'을 받기보단 실제적인 경험을 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례로, 우리가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 장사라는 것을 경험해본 것처럼 말이다. 


책에서만 보는 창업, 그리고 강연에서만 듣는 창업은 그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 오히려 그런 시간에 거창한 아이디어가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모여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는 경험이 더 값진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이 된다. 그리고 직접 실행을 해서 경험해보면 의외로 나는 창업가 맞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또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즐거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실행에서 어느 정도 나의 적성과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자체로, 그리고 이런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배우는 과정 그 자체로, 창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는 자신에게 자산이 되고 더 나은 발전을 위한 디딤돌을 마련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부분들은 작년에 한국, 중국, 미국을 돌며 창업자들을 만나는 희망돌프로젝트를 하면서도 느꼈던 부분이다. 나는 창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창업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다고 그냥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작게라도 뭐든 시작해보자는 마음에 창업자들을 직접 만나러 다녔고, 그 과정을 지나고 나니 비로소 한국에 돌아와 창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돌아와서 안 것이지만, 객관적으로 나의 과거를 돌아보면 그렇게 한국/중국/미국을 돌아다니면서 고생 고생한 것은 효율적인 면에서 보면 그다지 현명한 행동과 생각이 아니었다. 사실 세 나라에서 만난 창업가들이 해주는 이야기는 이미 인터넷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해외까지 나가서 꼭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사실 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충분히 있었고,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사람을 모아 아이템을 발굴하면 됐었다.'


그렇다면 작년에 다녀온 희망돌프로젝트는 내가 창업을 함에 있어서 그냥 마이너스 요소만 되었던 것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시간 낭비 같고 헛수고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그 과정 속에서 배운 것과 프로젝트를 하면서 겪었던 모든 시행착오들은 내가 이 시점에서 창업을 하게 되는 풍성한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만약 누군가가 내가 희망돌프로젝트를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나를 말리면서 '네가 만나서 들을 이야기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자료를 주겠다. 뭐하러 시간 낭비하러 그곳에 가느냐.'라고 나를 말려 떠나지 않았다면, 나는 과연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만약 그 과정을 단순하게 압축하고 압축해 편하게 접하고 얻었다면, 그 과정을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배웠던 것들을 똑같이 배울 수 있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런 시행착오들이 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어 주었다. 


내가 지금까지 말한 모든 것들은 '창업을 시작하는 단계'에 관한 말이다. 창업을 하고 난 후 그 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과정은 내가 아는 범위가 아니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도 아니다. 아직 나조차도 매일매일이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위에서 창업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지인들이 많이 보이길래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해보았다. 창업이라는 분야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가장 독보적으로 아이러니컬한 분야가 아닐까 싶다. 


나를 비롯한, 창업을 시도하는 모든 분들에게 행운을 빈다. 

마이크임팩트 스퀘어 옥상을 가는 길에서 봤던 글귀.



♪Thomas Cook_청춘




청춘남녀가 120일간 한국, 중국, 미국을 돌아다니며 44인의 창업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청춘남녀의 한중미 창업 탐방기 :)

http://www.bookk.co.kr/book/view/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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