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정석 Sep 19. 2016

스타트업 : 우리는 지금 집을 짓고 있다.

업그라운드의 멤버들과 우스갯소리로 한 번 했던 이야기가 있다.(조이는 없었다 이 날에!)


'우리는 지금 집을 짓고 있다.'


만약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집 짓는 일에 비유한다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의 사람들은 이미 지어진 고층 빌딩 안에 있는 것이고(집단1), 스타트업, 혹은 우리는 조그마한 집 한 채를 이제 막 짓기 시작한 사람들이다.(집단2)


집단1의 사람들은 이미 갖춰진 거대한 시스템 속에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이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집 지는 것에 비유하면, 위 사람들은 거대한 건물 속 방 하나에 들어가 정해진 지침 하에 내부 인테리어 혹은 가구의 배치 정도의 일들을 감당하게 된다. 이들은 그들의 방에서 벗어날 일이 크지 않고, 이 방의 일에만 충실하면 된다. 그렇다고 이 방의 구성원들이 조금 일을 못하거나 뒤쳐진다고 해서 전체 건물의 외형이나 향방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집단2의 사람들은 주어진 것들이 딱히 없다. 머릿속으로 그려온 이상적인 형태의 집의 이미지는 있지만, 이 집을 짓는 방법 그 자체를 배우지는 않았다. 이들에게 있는 것은 바로 그들 자신이고, 이들은 이제 막 자신들이 살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야만 한다.(상상 속의 집을 상상만으로 끝내고 싶다면 필요 없지만.) 건축에 필요한 부지의 선정과 각종 부자재 구입, 그리고 집 안에 필요한 전기 공급과 물 놓는 방법, 집 내부의 인테리어까지 말이다.


집단2의 사람들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집단의 향방을 결정 지을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다.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곧 그 집 자체의 분위기와 모습이 바뀌어 버린다. 그래서일까, 집단2의 구성원들은 비교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단하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게 된다. 갖춰진 가이드나 시스템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하는 업무 그 자체가 순간순간의 길이 되고 시스템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초반에는 집단1(갖춰진 집)의 사람들이 보다 더 전문적이고 생산적인 것처럼 보인다. 만약 이 상황에서, 집단2(갖춰지지 않은 집)의 사람들이 집단1의 사람들과 아무런 차이 없이 똑같은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 일을 하게 되면 그 간극은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면 벌어졌지 좁혀지지 않게 된다.


결국은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이, 집단2의 사람들이 집단1의 사람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시간과 노력 외에도 투철한 사명감과 '운'도 이들이 하는 일에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들의 시간, 노력, 사명감이 투입된다고 해서 꼭 멋진 집을 완성하게 되는 것만은 아니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지만, 이들은 집을 완성하기 전에는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더 심하게는 오히려 내 자본을 투입해야만 할 때도 있다. 가령 집에 누수나 결로가 생긴다든지, 감당 못할 위험(화재나 사고) 처하게 될 경우에 말이다.


집단1의 사람들은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고, 그 전문 지식 덕분에 만약 집을 이사 가게 되어도 새로운 곳에서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안정적이기도 하고.

집단2의 사람들은 집 짓는 과정 그 전체를 한 번 경험해본 사람들로, 이들의 경험은 그 어떤 경험보다도 값진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경험뿐만 아니라 이들이 지은 집이 멋진 집이라면, 다른 이들에게 매각해 거대한 보상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이후에는 그동안의 경험을 가지고 새로운 집을 짓는 것에 또 도전할 수도 있고 말이다.


'무엇이 더 좋고 무엇이 더 옳은지'

이런 것은 없다.


누군가에겐 갖춰진 환경과 안정적인 일이 마음에 들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스스로가 상상해오던 집을 직접 짓는 것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체질인마냥 이런 일에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비록 고생은 많이 하겠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가치를 창출'해 내는 일에 그 어떤 것보다도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 업그라운드는?


오늘도 열심히 집을 짓고 있다.



♪high enough - Damn Yankees



청춘남녀가 120일간 한국, 중국, 미국을 돌아다니며 44인의 창업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청춘남녀의 한중미 창업 탐방기 :)


http://www.bookk.co.kr/book/view/6158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 : 편한 길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