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인터뷰_TataUFO 정현우 대표님
[TataUFO는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매일 밤 10시에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콘텐츠를 추천(소개) 해주는 서비스이다. 서비스는 2012년부터 시작했지만, 한국인 정현우 대표와 중국인 공동창업자와 함께 TataUFO의 이름을 걸고 본격적으로 창업한 것은 2014년 7월부터이다. 현재 중국 370여 개의 대학교가 등록되어 있으며, 2015년 초 30만이었던 회원이 반 년 만에 160만을 넘어섰다.]
사람과 사람의 커넥션을 생각하고 중국어로 ‘그/그녀’를 의미하는 ‘Ta’ 를 썼어요. 그리고 중국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당시 ‘다른 차원의 세계’라는 말이 유행했어요. 그래서 ‘UFO’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작명을 했지요.
새로운 사람을 한 명 사귀었을 때, 인생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실제로 관계를 맺어가면서 더 다채롭고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TataUFO를 시작했어요.
정말 오래된 얘긴데요. PC통신 안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업로드를 했었어요. 저는 다른 사람보다 조금 빨리 접한 것 같아요. 부산 도심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있어서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 많았어요. 그래서 컴퓨터도 학교에 빨리 들어왔는데, 선생님들께서 컴퓨터실을 항상 열어놓으셨어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그냥 들어가서 가지고 놀았어요. 중학교 때부턴 인터넷으로 넘어가면서 인터넷으로 대전에 있는 친구와, 서울에 있는 친구를 알게 되었고, 그 친구들이랑 사이트 개발을 같이 하게 되었죠. 그게 사업으로 이어졌던 거였어요.
사업은 학업 때문에 고등학교 3학년 때, 다 접었어요. 사실 제가 베이징으로 오게 된 2005년만 해도 다들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일단, 한국 자체가 너무 작다는 것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시아가 서로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부산 가는 거랑 베이징 오는 거랑 별반 다르지 않잖아요. 이런 측면에서 계속 가까워질 것이고, 시장도 통합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미국, 유럽과 같이 서양권을 가서 아시아인으로서 메이저로 활약할 수 있을까도 고민해 봤는데, 아시아가 앞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 있는 시장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고 왔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왔기 때문에 부전승과 같은 운을 얻었죠.
저는 부모님 말씀을 잘 안 들었어요. 사회가 됐든, 문화가 됐든, 모든 발전은 젊은 층과 기성세대와의 충돌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저희 부모님은 제가 어떤 것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많은 배려를 해주셨죠.
제가 98년도에 사업을 할 때, 부모님께 300만 원을 빌렸었어요. 지금 나이에 부탁드려도 주시기 힘드실텐테, 제가 그런 선택을 했을 때, 밀어주셨죠. 다만, 사업을 하려면 사업 계획서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2~3일 동안 밤새면서 50장이 넘는 사업계획서를 써서 드렸어요. 부모님께서 배려해주시는 만큼 저도 신뢰를 드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독립적인 사고를 할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았고, 책임을 지는 연습도 할 수 있었어요.
제가 제일 많이 본 케이스가 ‘그냥’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었어요. ‘어떤 문제를 풀겠다.’가 아니라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니까 뭐가 안 나오는 거죠. 정말 풀고 싶은 문제가 있고, 그것에 집중하다 보면 거기에 대한 답은 어떻게든 나올 거예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문제는 방향을 못 찾고 있는 것이죠. 뭔가 하고 싶은 느낌만 있고, 뭘 해야겠다는 것이 없는 분들은 창업하지 않길 권해요. 차라리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같이 일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예요. 아니면 맨날 뭘 할까 분석만 하다가 그만 두는 사람도 많아요. 창업은 불안정한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정말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지속하기 힘들어요.
그리고 구체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본질에 집중하며 되니까 구체적 인방법론에 대한 답은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창업에 있어서 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은 아닐 수 있으니 참고만 해주세요.
우선, 앞으로 국적이라는 개념이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국가보다는 도시가, 그리고 개인이 중요해질 거예요. 서울/천안, 그리고 서울/베이징을 비교하면 서울과 베이징이 더 비슷해요.
저는 운이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언어를 쉽게 배우는 편이에요. 중국어도 1년 배우고 학부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사실 언어는 도구일 뿐이고 콘텐츠가 좋아야 하는 것 같아요. 중국어를 잘한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콘텐츠에 더 집중해서 확실한 신뢰를 얻고, 언어는 쓸 줄만 알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하고 싶은 게 뭐지?’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해봤어요.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게 정말 힘든 것 같아요. 자기가 욕심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거거든요. 그런 면에서 제 자신을 돌아봤을 때, 결론적으로 ‘영향력’이었어요.
어릴 때, 저는 키가 정말 작았어요. 외적인 것만 비교하면 보통 학생인데, 코딩을 하고 개발을 하니까 인정받을 수 있더라고요. 제가 개발한 게임을 업로드하면, 하루 만에 수백 건수가 다운되고, 사람들이 좋은 피드백을 줬었어요. 제 나이도 모르고, 키도 모르는 사람들이 오로지 제가 만든 제품만 보고 인정해주니까 그게 좋았던 것 같아요. 결국, 돈보다는 제 존재와 제가 한 것에 대한 인정을 받는 것이 좋았죠.
인토네시아로 가서 프로젝트를 한 번 했었는데요. ‘인터넷 버스’라는 것을 만들었어요. 버스를 사서 그 안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어촌이 나농촌 마을에 사는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주는 거예요. 미디어로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던 아이들이 그렇게 인터넷을 접하고 세상은 넓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전과 다른 성장을 하게 될 거거든요. 마치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대 컴퓨터를 접해서 인생이 이렇게 변한 것처럼 그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즐거움을 느꼈어요.
앞서 말했듯이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먼저 필요하고, 그렇게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토익 공부하다 보면 생각할 시간이 없을 거예요. 더불어 방학 때 생각할 시간을 갖겠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자기 자신이 불안한 건 둘째 치고, 주변에서 ‘뭐하냐?’라고 물어보고 ‘놀고 있어?’라고 하거든요. 다들 바쁜데 그냥 땅만 보고 뛰는 것 같아요. 가끔은 서서 멀리 바라볼 시간이 필요한데, 그것도 요즘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제 나이 또래 친구들이 졸업하고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비교를 하게 되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은 더 빨리 가고, 나만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불안하니까 계속 스펙을 쌓는 것 같아요. 저도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으로 MBA를 갈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정말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부러워하고 자랑스러워할 모습을 그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죠. 사회의 시선,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다 보면 본질은 잊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더 집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고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에요. 20살 초반에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겠다.’라고 명확하게 알고 가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이런 것을 하고 싶다.’는 북쪽이든 남쪽이든 방향을 잡아야 해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동쪽으로 뛰었다가, 서쪽으로도 뛰었다가 왔다 갔다 해요. 그리고 그 근본은 철학의 부재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철학이 부재하니까 방향성을 잡을 수 없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없으니 불안하게 되는 것이죠.
보통 생각하시는 것과 다르게, 중국은 완전한 자본주의예요. 거기에 룰이 없다 보니 별의별 이노베이션이 나오는 거 같아요. 중국 정부는 느려요. 그래서 택시 서비스(ex. 우버)를 막으려고 해도 이미 수 억 명이 이용하고 있으니까 막을 수가 없는 거죠. 이미 사람들 사이에선 새로운 문화가 생기고 나면 중단시키기 어렵거든요. 하지만 룰이 없어서 신사적이지도 않고, 공격도 해요. 염두하고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중국에서 외국인이 투자받기 정말 힘들어요. 한국에서도 투자자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잖아요. 타지인 중국이라면 더 힘들겠죠. 그리고 한국인들이 막연히 중국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근데 막상 와서 보면 달라요. 이미 중국엔 테슬라가 많이 굴러다녀요. 지금 막 졸업한 91년생 개발자들은 한국 돈으로 월급이 300만 원이고, 경력이 있는 85년생들은 연봉이 1억이에요. 이제 곧 중국의 인력이 한국인보다 비싸질 수도 있어요. 마인드 재정립을 하시고, 마음 굳게 먹고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아마 5년만 지나면 정말로 눈에 띄게 변하고 성장한 중국의 모습을 볼 수 있으실 거예요.
정현우 대표님은 ‘천재’라고 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직접 만나보니 천재임과 동시에 부단히 고민하고 노력하는 분이었다. 다이나믹한 중국에서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이실까 기대가 되는 분이다.
청소년 시기부터 우리는 줄곧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책보다는 교과서와 문제집을 더 많이 봤던 것 같다. 사색이 필요한 시기에도 ‘불안하니까’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에 외워지지도 않는 영어 단어만 봤던 것 같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사색과 철학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것 그리고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철학을 지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이야말로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는 아닌가 생각이 든다.
by. 제이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