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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석 Jan 16. 2017

킹 오브 파이터즈 Ⅱ

전혀 다른 성향의 두 기획자, 합을 맞춰가다

ROUND_2 : 중국 


❝그럴 거면 그냥 인터뷰 하러 들어가지 마! 

     

  중국의 일정은 거의 매일 인터뷰가 있었을 만큼 많이 바빴다. 그러다 보니 중국 일정 중 쉴 수 있는 날은 하루 이틀 밖에 안됐고, 심지어 미국에 갈 준비를 동시에 병행해야만 했다. 그렇게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네오위즈차이나의 신동원 대표님을 인터뷰하러 사무실로 이동하던 날에 일이 터져버렸다. 


  그 날 우리는 대표님의 사무실로 찾아가는 도중에 ‘미국으로 가느냐, 마느냐’로 크게 싸우게 되었다. 주정은 기획자는 정신없이 진행되는 일정에 피로감을 느껴 같은 기획자로서 박정석 기획자에게 푸념 아닌 푸념을 했던 것이었고, 그런 주정은 기획자를 박정석 기획자는 이해하지 못해 시작된 싸움이었다. 결국 박정석 기획자는 자신의 필살기인 ‘슈퍼 정색’을 발동했고, 그에 맞서 주정은 기획자는 ‘감정 폭발’을 시전 했다. 그리고 상황이 더 심각해져, 주정은 기획자의 입에서 ‘나 미국 안가!’라는 말이 나오고 말았다. 


  평상시였다면 그렇게 커질 싸움은 아니었다. 그런데 중국 일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고, 두 사람 모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여서 그랬는지,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리고 인터뷰 시작 10분 전까지 화해하지 못하고 설전을 계속했다. 결국 ‘이런 기분 상태로 인터뷰 하러 같이 들어갈 수는 없다. 한 사람은 밖에서 기다리고, 한 사람만 들어가서 인터뷰하는 걸로 하자’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극적으로 ‘중국 일정의 막바지인데, 우리 이러면 안 된다. 싸워도 한국에 돌아가서 마저 싸우자’고 합의를 보고 같이 인터뷰를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싸운 후에 들어간 상태라 우리는 서로의 눈도 쳐다보지 못하고 신동원 대표님을 인터뷰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우스웠는데, 질문도 각자 따로 하고 서로 옆에 없는 것처럼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런데 신동원 대표님이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셔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우리는 인터뷰에 집중하면서 점점 화가 풀려버렸다. 뻔뻔하게도 인터뷰를 마치고 난 후에는 우리 둘 다 왜 싸웠는지 잊어버리고 다시 프로젝트의 다음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그때는 이 망각이 이번 프로젝트 역사상 최고의 싸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 제대로 이야기하고, 해결했어야 했다. 




FINAL ROUND : 미국 


❝그래서 미국 가, 말아?      


  이번 싸움은 희망돌프로젝트의 역사상 가장 심각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보통 한번 싸우면, 그 날 화해하고 마무리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는데,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며칠 전에 시작돼 미국으로 출국하는 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한 사람은 미국으로 넘어가고 한 사람은 고민을 하느라 한국에 남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싸움의 발달은 두 번째 라운드의 원인과 같았다. ‘미국으로 가느냐, 마느냐’였다. 중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긴 돌발 사건들과 그 과정 속에서 생긴 어려움들이 미국으로 출국하는 우리의 마음을 망설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또다시 둘의 힘으로만 미국 일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는데, 거기다가 중국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잠시 귀국해 편한 집에 머물다 보니 마음이 더 어려워졌다. 고민의 시간은 점점 길어졌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예정된 출국 일자(7월 27일)를 넘겨버리고 말았다. 결국 우리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박정석 기획자가 먼저 미국으로 출국하고(28일) 주정은 기획자는 좀 더 휴식 시간을 갖다가 이후에 합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미국으로 먼저 도착한 박정석 기획자는 프로젝트를 잠시 멈추고 예정보다 오래 친척집에 머물며 고민을 시작했다. 동시에 주정은 기획자도 한국에 남아 체력과 감정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고, 누가 잘못한 상황도 아니었다. 단지 우리 둘 다 지쳐있었고, 각자가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문제였다. 


  처음에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몰라 막막했다. 그러나 항상 함께해서 가질 수 없었던 ‘혼자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다보니, 덕분에 우리는 보다 객관적으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을 살펴볼 수 있었고 마음도 점차 진정 되어 갔다. 그리고 왜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지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다행히 우리 둘 모두 ‘이미 시작했고, 이왕 시작한 거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 결정이 나자마자 주정은 기획자는 그 주에 가장 빨리 미국으로 입국할 수 있는 비행기를 예약했고(30일), 박정석 기획자는 곧바로 프로젝트에 다시 돌입했다.      


  마지막 싸움이 워낙 컸기 때문일까, 우리는 미국 일정 내에서는 이렇다 할 만큼 크게 싸우지 않았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만큼이나 힘들었던 ‘책 출판’ 과정에서도 크게 의견 다툼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20여 년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 온 두 사람이 하나의 가치와 목표를 위해 함께 했으니 싸우는 것이 당연한 일이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다툼이 반복되어도 우리 둘 다 개선할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 의지 덕분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과정 속에서 ‘팀원’으로서 어떻게 서로를 이해해야하는지 깨달았다. 더 나아가 잠시 내 의견을 접고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얻었다. 


  이번 희망돌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우리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도 한바탕 피바람을 일으키며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제 ‘어떻게 싸워야한다’는 것을 조금은 안다는 것이다. 같이 일하는 팀에 이롭게 말이다. 앞으로 또 누구와 ‘킹오브 파이터즈’ 시리즈를 찍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더 이상 일 때문에 싸우는 것이 겁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기도 한다.




청춘남녀의 120일 간의 한중미 창업탐방기가 궁금하다면 :) 


http://www.bookk.co.kr/book/view/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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