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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석 May 31. 2017

1년 여간의 창업을 마치며.

청춘남녀의 창업 일상#

지난 2015년 12월 과일 컵 장사로 뭉친 선규 정은 정석 도현, 네 명의 청년들은 최저 시급도 못 받는 과일 컵 장사를 그만두고 다음 해 3월, 소프트웨어 교육 콘텐츠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장사를 하면서 나름 창업의 현실에 대해 파악했다고 생각했고, 우리 네 명이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최저 시급은 받지 못했지만 매일 만든 과일컵을 강매로라도 모두 완판한 기적을 일으키기도 :)


그렇게 시작된 소프트웨어 교육 놀이터 '업그라운드'.


창업을 시작하는 것은 생각했던 것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겁나는 일도 아니었다. 우리가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그날, 그 시간이 바로 창업의 시작이었다.

창업을 결심한 날, 카페에서

우리 스스로 벌인 일이고 우리가 늘 꿈꾸던 일이었기에 마음은 즐겁고 하는 일도 늘 새로웠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곧 업그라운드가 가는 길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흥분시키기도 했다. 우리의 회의로 나온 결과들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때의 성취감은 학교를 다니면서는 결코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는 것만큼 사업을 진행하고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젠가 도현이가 한 말이 있다. '세상에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창업이라는 것은 노력해도 안 될 수도 있는 분야인 것 같아.' 이 말처럼 우리는 해결하고 해결하고 또 해결해도 늘 새로운 문제들에 봉착했고 그 문제들은 우리의 힘을 점점 소진시켰다. 그리고 분명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업 말미에 갈수록 우리는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갔다. 그리고 결국 지난 2월 말, 업그라운드의 폐업을 결정했다.




감히 말하자면 열정 하나는 전국 최고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멤버라면 아이템에 상관없이 무조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자신감이라면 무슨 일이든 기필코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고, 열정만 갖고 일을 지속하기엔 현실이라는 장벽은 그리 낮은 장애물이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노력의 결과가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결과는 도출되었다. 다만 그 결과들이 사업적인 면에서 볼 때 의미 있는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실패한 것일까?  

폐업 후 지난 몇 개월 동안 잠시 쉬면서 나름의 실패 요인들을 생각해보았다.


막연한 희망.

창업에서 생존과 시작은 천지 간의 차이가 있었다. 창업 그 자체를 시작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일이지만 시작한 일로 꾸준히 수익을 내 그 일을 진정한 의미의 '업'으로서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시작이 전부인 줄 알았다. 일단 시작하면 어떤 길이라도 보일 것이라는, 어떻게든 분명 잘 될 것이라는 증명되지 않은 원인 불명의 희망이 있었다. 이 희망은 특히나 우리에게 간헐적으로 주어지는 작은 수익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우리의 사업을 유지시켰다. 보다 치밀하게 우리의 사업을 정의해야 했다. '그냥 하고 싶으니까'라는 식의 막연한 희망이 아닌 구체적 계획과 토대 하에 우리의 사업을 시작했어야 했다.  


뚜렷한 비전의 부재.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구체적인 미래가(비전이) 상상되지 않는 아이템이라면, 아무리 그 사업을 통해 수익이 난다고 하더라도 결국 동력을 잃게 되었다. 우리 업그라운드는 신 사업 준비를 위한 자금 저축 정도의 수익은 나는 상태였다. 하지만, 자체 생산한 첫 제품인 달려라 코딩버스 이후의 사업 방향을 잡지 못했고, 앞으로의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 나름의 전략 회의와 기존 사업을 모두 중지하면서까지 앞으로의 사업 전략을 고민을 했지만 도무지 결론이 나질 않았다. 이는 결국 일을 시작할 때 세우지 못한 가치의 부재로 인한 결과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사실이 결국 우리가 사업을 중단하게 만드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나는 여전히 사업 아이템 그 자체보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사람이 모였다고 어떤 아이템이든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우리의 주요 고객은 누구이며 그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전달해 수익을 낼 것인지, 그 시장의 주도 세력은 어느 곳이며 그 세력과의 차별점으로 무엇을 내세울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 및 전략이 전적으로 부족했다. 적어도 팀원 중 한 명이라도 이 분야에 연관 있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 있었 했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에 이 사실이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와 같은 많은 청년들이 꽤 이런 실수들을 많이 저지른다. 자신의 열정이 시장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수익이라는 현실의 장벽.

우리는 사업을 할 당시 크진 않지만 꾸준히 수익을 내는 분야가 있었다. 하지만 사업을 발전시키고 지속할 만큼의 튼튼한 비즈니스 모델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결국 사업을 위협하는 불안정성으로 다가왔고,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사업에 대한 열정을 힘 빠지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돈이 없어도 이 사업을 지속할 비전이 뚜렷하게 잡힌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수익이 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자니 현실에 지나치게 타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내 생각을 접었다.


지나친 자유.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이 주는 '자유'를 지나치게 만끽했다. 회사는 회사다. 회사는 끊임없이 '생존'을 생각해야만 한다. 그런데 스타트업이라는 멋진 단어가 주는 환상에 기업으로서의 진정한 의미를 잊은 채 회사답지 못하게 회사를 운영했다. 물론 스타트업은 기존의 기업과는 다른 특별함이 존재한다. 그 특별함은 물론 '자유'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자유'는 우리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일구어낸 일을 하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정신적인 차원에서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그 정신적 자유가 회사 운영과 생존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을 넘어서서 실제 자리를 차지하면 결국 그것은 스타트업, 기업이 아니라 친목단체에 불과하다. 좀 더 기업다운 문화와 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의 역량 부족.

창업자는 팀원에게 때론 열정을 불어넣어줄 비전과 말을 통해 동기 부여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의 수익을 보장하고 먹여 살릴 수 있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명목상의 대표를 맡았던 나의 역량이 매우 부족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일을 주도하고 이끄는 것에는 어느 정도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창업자로서 이들을 먹여 살릴 만큼의 경험과 역량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불명확한 업무 분담.

업무분담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력 낭비'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보다 빨리 업무의 성격을 규정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했다. 흔히들 말하는 '업무의 메뉴얼화'라는 것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업무 메뉴얼은 곧 회사의 구성원들 각자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었고, 그것이 곧 인적 시스템 구축의 시작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물론 초반에는 '모두'가 '모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서로 겹치는 업무가 많아졌다. 하지만 그때에도 여전히 구두로 업무를 규정하고 실행했던 것이 아무래도 인력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한 것 같다.




이렇게 나름대로의 원인 분석을 하는 동안 나는 사실 침체기 아닌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원인을 분석하면 할수록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이렇게 내가 준비가 부족했나 싶은 생각에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그리고 쓰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이런 글은 단순히 사업에 실패한 '패배자'의 푸념으로 치부될 것 같아 두렵기도 했다. 그 누구도 우리의 도전에 박수쳐주고 이해해주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본래 태어난 본성이 긍정적인 나는 :) 하하. 외부의 시선에 신경을 쓰기보다 남들은 알지 못하는 나의, 우리의 성장을 소중히 마음에 간직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러한 원인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나은 나, 우리가 되기로 했다. 한 번쯤 실패해보는 게 뭐 어때서 그 마음가짐의 본격적인 표현으로 우리의 실패담을 예비 창업자들이 볼 수 있도록 공유하기로 했다. 그들의 시작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단순히 실패만 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분명히 이 1년의 과정을 통해 남들이 갖지 못한 DNA를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가질 수 없는 것. 그리고 많은 값진 가치들 중에서 특히 내 기억에 남는 것은

창업이라는 것은 스스로 하나의 작은 사회를 구성해 그것을 생존시켜나가는 것.


업그라운드는 남들이 시켜서, 사회적 흐름에 따라 타의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스스로가 한 사람의 주체자로서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었다. 우리가 후룻을 포함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래도 깨지지 않고 좋은 관계로 여정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공통의 가치관에 기반한 상호 간의 배려와 존중이 있어서였다. 내 주변만 하더라도 공동창업자 간의 다툼과 의견 충돌로 창업 초기에 숱하게 많은 스타트업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었다. 우리도 물론 큰 다툼은 있었고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 다툼과 고민이 분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네 명이 '주체적 삶'을 산다는 특정 가치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네 명 모두 기본적으로 무슨 일이든 거드름 피우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주어 신뢰를 쌓았고, 상호 간의 존중과 배려가 있었다. 이 점들 있었기에 우리의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더불어 우리의 사회를 유지시켜준 주변의 많은 도움들이 있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우리 넷 만의 힘으로는 결코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감사하게도 우리를 진심으로 지원해주는 분들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를 위해 사업 유지 비용의 지원과 마음의 위로를 전적으로 지원해주셨던 이영섭 대표님과 이정애 팀장님 그리고 여러 직원분들. 업그라운드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시고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주신 이동렬 팀장님. 우리의 사업을 한 차원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신 연구원님. 홈페이지를 오픈해야 하는데 자체 개발자도 없고 외주를 맡길 돈도 없었던 우리를 위해 몇 주간 고생하면서 사이트를 뚝딱 만들어준 민재. 마찬가지로 로고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런 능력도 없었던 우리를 위해 자신이 하는 일도 잠시 미루어 두고 시간을 투자해 멋진 로고를 만들어준 명아. 우리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막내로 들어와 준 인턴 후경이, 점심 먹고 나른해질 때쯤 두 손 가득 커피를 들고 찾아와 준 소연 친구. 달려라 코딩버스의 유통, 제품 사진과 홍보 영상을 위해 재능 기부를 해준 현호형 다연 친구, 수미. 그리고 우리의 부모님. 이를 비롯한 수 많은 분들이 우리의 사업을 지원해주셨다.

이들은 우리의 사회가 보다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자양분을 넣어주신 고마운 분들이었다. 이 도움 덕분에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규 정은 정석 도현, 이 네 명이었기에 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하는 일이나, 가는 길은 대부분 우리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였다. 우리는 그 과정들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도무지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정신 못 차리고 방황하기도 했다. 때로는 다음 길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기도 했다. 학교 생활처럼 다음 단계가 주어지는 일도 아니었다.

여긴 어디, 우리는 누구?


힘들거나 즐겁거나 사이가 좋거나 대판 싸우거나 그 상황이 어떠하든 우리는 끝까지 함께 있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서로를 의지하면서 막막하지만 하나씩 문제들을 해결해왔다. 함께 있기에 할 수 있었다. 함께였기에 즐길 수 있었다. 우리의 인생에 이런 동반자를 만나 청춘을 불태워 도전해볼 수 있었던 업그라운드는 이미 그 자체로 성공이었다.



우리는 스타트업이라는 인생의 과정 하나를 이제 막 졸업했다. 앞으로 뭘 하면서 벌어먹고살고 당장 어디에서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두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우리가 살아왔던 삶의 방식 그대로,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우리가 꿈꾸는 가치를 현실에서 이루어 가며 살아갈 거다.


이 실패의 마지막 기록이 미래의 멋진 우리를 만드는 첫 장이 되기를 바라며 :)
도전할 때 가장 빛나는 우리네 청춘.

1년간 수고 많았어, 업그라운드!
qsa3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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