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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석 Aug 20. 2017

졸업을 앞두고.

이제 26살, 8월의 졸업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학을 다니는 중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졸업을 앞둔 시점이 되니 하나, 둘씩 떠오른다. 이 감정이 아쉬움인지, 설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그렇고 그런 감정이다. 


마침 졸업을 앞두고, 또 장교 시험을 마치고 보니 나에게 2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단기 프로젝트를 해볼까, 여행을 갈까, '무얼 하는 게 가장 값질까?' 고민하다, 21살 이후 5년간은 쉴 새 없이 일만 벌이며 지내왔으니, 나의 20대 대학생으로서 마지막 청춘의 기간은 충분한 여유와 사색 속에서 보내기로 결심하고 도서관을 오갔다. 그리고 지난 2개월간 그동안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 둘씩 해왔다. 


책도 읽고, 인문학 강의도 듣고, 다큐도 보고, 낮잠도 자고, 영화도 보고, 가만히 앉아서 인생 계획도 짜 보고, 사색에도 잠겨보고,


종국에는, '나는 대학을 다니면서 무얼 했나?' 가만히 생각하고 돌아보았다. 그리고 마침 모교에 계신 은사님이 가르치는 반에서 후배들을 대상으로 나의 대학생활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해 일기 적듯이 지난 대학생활들을 정리해봤다. 


2011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찾아온 대입, 그리고 재수.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맞이하는 첫 좌절에 마음이 상할 법도 했지만, 그냥 물 흘러가듯 시간이 흘러갔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대학에서의 생활은 생각했던 것만큼 재미있지도, 재미없지도 않았다. 아마 아직 내가 뚜렷한 자아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폐쇄적인 문화의 고등학교 생활을 갓 졸업한 나에게 '뚜렷함'이라는 것은 사실 지니고 있기 어려운 단어였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운이 좋았던 나는, 다행히 21살 겨울에 내 모든 것을 쏟아내서 도전해볼 가치 있는 일을 찾았다. 


'창업'이었다. 


이 일을 찾은 이후의 나의 삶, 그리고 그 시절을 가만히 앉아 돌아보니, 내 5년간의 대학생활은 한 문장으로 요약됐다. 


매 순간 진실되게,
열정적으로, 꿈꾸면서 


내 삶의 가치관이기도 한 이 문장대로 나는 대학생활을 나름 후회 없이 열정적으로 보냈다. 


대학생 시기를 보내며 가장 좋았던 것은, 어떤 생각이든 현실에서 이루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실행에 따른 결과는 예측할 수 없었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커다란 현실적 제약 없이 내 의지만 있다면 현실에서 실행할 수 있었다.


멋모르고 도전해본 창업 대회에서 창업의 매력을 느껴 두 번의 도전 끝에 준우승을 해보기도 하고, 여러 대회에서 수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있었다. 


비전공자이지만 코딩에 관심이 생겨 비전공자 코딩 스터디에서 코딩을 배워보기도 하고(멋쟁이 사자처럼),
교내에서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동아리를 만들었다. (원천동밸리)
전국의 대학생 창업자들을 만나고 싶은 생각에 준정부 기관에서 활동해보기도 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 중국, 미국의 창업자들의 생각과 그들의 환경이 궁금해 크라우드펀딩을 받아 중국, 미국으로 120일간 떠나기도 했다. (베이징, 상하이, 심천, LA, 샌프란시스코, 뉴욕, 실리콘밸리)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1199  

https://brunch.co.kr/magazine/hope-stone (희망돌프로젝트) 

그 프로젝트의 결과로 책을 쓰기도 했다. 

https://brunch.co.kr/@hope-stone/26 ('청춘남녀의 한중미 창업탐방기') 


그리고 더 이상 '창업을 위한 창업 관련 활동'들을 하기보다 실제 현장에 뛰어들어보자는 생각에 유니피스, 플레이트쉐어, 후룻 등의 창업 프로젝트들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꼭 창업이 아니더라도 그냥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프로젝트를 시도해서 놀아보기도 했다. 



여러 활동들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세상 좋은 팀원들을 만나 '업그라운드'를 창업할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 교육 놀이터, 업그라운드 2016.3. - 2017.2] 

https://brunch.co.kr/@hope-stone/51


그렇게 원하는 일을 하다 보니 좋은 기회로 강연도 해보고 매스컴에도 나와보고, 대학을 다니는 매 해마다 내 돈이 아닌 학교 지원과 프로젝트로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무슨 프로젝트이든지 하고 싶다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다. 


내 스스로 벌인 일들이 진짜 현실에 진행되는 것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대학생 신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자신의 소망을 찾았고, 처음으로 내가 무언가 몰두할 수 있고 열정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 일들을 하면서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가치관을 나누고 삶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하루하루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수업 속에서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했다. (뜨끔) 하지만 다른 학우들에 비해 취업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비교적 자유로움 속에서 매 학기를 보낼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니 나는 상대적으로 남이 해아 한다고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보낸 것 같다. 


이게 잘 한 행동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많이 흐른 뒤 밝혀지겠지만, 나는 이제까지의 삶에 충분히 만족한다. 


물론, 이 기간을 회상해보니 후회되고 반성해야 할 것들 역시 몇 가지 떠오르기도 한다. 


먼저, 나의 인간적 미성숙으로 인한 관계의 단절이다.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고, 그 욕심이 지나쳐 사람보다 일을 더 중요시 여겨 사람을 잃기도 했다. 또 감정 조절의 미숙함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경험을 한 뒤로는 나는 나의 미숙함이 참 많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내가 열정을 가지고 진행했던 일들을 통해 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지 못한 것 역시도 아쉬웠다.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고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이 있었다면 좋았을뻔한 일들이 참 많이 있었다.    


이제 외연적인 나의 모습보다,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나의 내면을 가꾸는데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후회들과 더불어 지금까지 내가 너무 살고 싶은 대로 살아와서, 솔직히 때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가 과연 잘 살아온 것일까?', '나는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이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내가 이렇게 살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지금 이 순간, 그리고 과거 그 시절에 행복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대학생 시절을 돌아보니 문득 '왜 나는 그렇게 열정적으로 살았나?'라는 생각도 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많이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환경과, 강압적인 고등학교 3년의 시기, 돈이 없어서 밥을 못 먹고 용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던 과거의 시기를 심리적으로 보상받고 싶어서 그랬나 싶기도 하다. (하하) 열정의 이유야 무엇이 됐든, 


참 괜찮은 대학생활이었다. 


이제 내 청춘의 또 다른 2막이 열리는 길목에 서있는 것 같다. 고난 없는 삶이야 있지 않겠지만, 적어도 나의 앞으로의 인생도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인생과 같았으면 좋겠다. 더 발전하고 노력하겠지만, 지금 행복을 느끼듯 그 시기에도 충분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또, 분야에 상관없이 나의 행복의 기준에 부합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과감히 시도해볼 수 있는 열정 있는 인생이 되길 소망한다. 


나의 인생의 모토처럼, 


Pic by. Motto Bridge(Danny Kim)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행복했던 대학 시절을 마무리하며.
[아주대학교, 금융공학과(12-17Y), 박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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