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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 나라의 주민A Apr 19. 2022

22. 03. 31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글을 많이는 아니더라도 적지는 않게 썼으니 이제 몸에 습관처럼 배일만도 한 데 글은 정착을 모르는 철새 같은 녀석인가 보다. 올 때 소식도 없이 오더니, 갈 때도 언질 하나 없이 가버린다. 애당초 잡을 수 없는 바람을 내가 잡으려 애쓰려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곤란한 일이다, 해봐야 소용없는 일은 힘만 빼놓으니까. 그래도 해봐서 소용없다는 걸 알았으니 아예 소득이 없는 일은 아닐지도.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매일 일기를 쓰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내 느슨한 관찰력과 개만도 못한 후각(이는 당연한 일이니 부끄러워할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으로 포착하기에는 시간은 너무 빠르고, 또 쉽게 흐른다. “시가 이렇게 쉽게 쓰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한 윤동주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어쩌면 시간이 쉽게 흐르는 것 또한 부끄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내게 부끄러움에 대한 변론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학의 힘을 빌어 객관적으로 말하건대 나의 부끄러움에 대한 책임 소지는 나뿐만이 아니라, 호모사피엔스라는 종 전체에게 있다. 인간의 뇌는 컴퓨터처럼 직선형으로 논리도식을 전개하지 않고, 서로 다른 것들을 동시에 생각하는 병렬적 사고를 한다고 한다. 서로 다른 놈들이 지가 잘났다고 난립을 하니 교통정리가 쉽지 않고, 떠올리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온다. 나는 이 안타까운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 한다. 책임자는 누구인가.     


  보셨다시피 나는 온갖 시시껄렁한 생각만 하고 사는 인간이라 저런 것들을 일일이 흔적으로 남기기가 속된 말로 거시기하다. 몇몇 괴짜들 눈에야 잡동사니가 엔티크로 보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쓸모없는 골동품 정도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 대부분의 사람이기에 스스로 생각을 하면서도 ‘대체 왜 이딴 걸 생각하고 있는 거지?!’할 때가 많다. 그래서 일기를 쓰는 게 참 어렵다.     


  일기를 쓰기 어려우면 그냥 쓰기 어렵다고 한 마디 하면 될 것을 구구절절이도 글을 늘어놓고 말았다. 요컨대 난 이렇게 생겨 먹은 놈인가 보다. 어딘가 느슨하고, 시시껄렁한. 그런 나라도 인류를 경악하게 할 만한 사상이나 위업을 남길 셈이 아니라면 그런 데로 봐줄만한 지도 모르겠다. 위인은 못돼도, 솔직한 사람은 될 수 있을 테니까.      


  글을 쓰다 보니 의외로 술술 쓰여서 스스로 놀라고 있는 중이다. 항상 이런 느낌으로 글을 쓴다면 일기도 의외로 쓸만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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