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리 와봐!"
남편이 나를 불렀다.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급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가보니 쓰레기봉투가 중간쯤 터져 바닥에 쓰레기가 한가득 쏟아진 상태였다. 이제 묶어 버려야지 하고 생각했던 차였는데 남편이 다른 쓰레기를 무리하게 보태서 담다가 그만 터져 버린 것이다. 쓰레기가 터져 바닥에 엉망이 된 상황이 짜증 난 듯 남편은 이게 왜 이렇게 된 거냐는 듯한 귀찮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딱 봐도 쓰레기봉투가 담아야 할 용량을 넘쳐서 발생된 일이다.
'무리하게 담으려는 탓이지 누구 탓을 하겠는가.'
새 쓰레기봉투에 다시금 옮겨 담으며 "무리하게 담으니까 그렇지."하고 무조건 반사처럼 혼잣말이 툭 나왔다.
살다 보니 무리하게 하다 보면 탈이 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래서 모든 면에서 무리하는 것을 지양하게 됐다. 남편을 대신해서 주섬주섬 쓰레기를 옮겨 담으면서 "모든 무리하면 안 돼!"하고 남편한테 한번 더 강조했다. 앞으로는 남편도 마음속에 이 마음을 세기고 모든 면에서도 무리하지 않게 살았으면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무리한 약속을 잡아서 탈이 나고.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무리하게 먹으면 체할 수도 있고 배탈이 날 수도 있고.
아픈 몸을 이끌고 쉼 없이 무리하게 일을 하면 더 크게 아플 수도 있고.
밤을 새운 날은 다음 날이 너무 힘들어 하루 컨디션이 꼬여 버리고.
과음을 너무 한 날은 몸을 제대로 못 가누고 탈이 나기도 하고 다음 날까지도 피곤해서 정신 못 차리고.
넘쳐나는 일을 과하게 하다 보면 번아웃이 오고.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이렇듯 일상에서 무리해서 탈이 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도 며칠 전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빨간불이 바뀌기까지 16초가 남은 줄 알고 건너려다가 6초밖에 안 남은 것을 알고 안간힘을 다해서 뛰는 바람에 겨우 통과는 했지만, 그 후에 아킬레스건염이 생겨서 병원 약을 먹고 아직 고생 중이다. 횡단보도가 좀 길이가 긴 편이라서 16초도 좀 촉박한 상황이었는데 차라리 그냥 조금 기다리더라도 건널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꼭 탈이 나서 아파봐야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또 한 번 몇 해전에도 어깨와 허리가 아파서 며칠을 고생한 적이 있다. 어디 부딪힌 적도 없고 이상하다 싶었는데 곰곰이 찾아도 생각이 나지 않다가 수박 탓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초복이라고 아는 지인이 수박을 선물해 줬는데 유난히도 커다란 수박이었다. '괜찮겠지'하고 두 손 번쩍해서 들고 옮겼는데 그 탓이었다. 누군가는 고작 수박을 들고 그러냐고 할 수 도 있지만 엄살이 아니다. 사람마다 느껴지는 무리함의 강도는 저 마다 다르니까 말이다. 나에게는 그 정도의 무게도 너무 과했던 것이다. 늘 자신의 한계치를 아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어깨와 허리가 아파서 고생하고 나니, 그날 이후로는 어느 상황에서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무리는 하지 말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 정도면 괜찮겠나?'라는 망설임이 들 때는 한번 더 조심하는 편이 낫다. 욕심내지 않는다.
살면서 보면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서 우리에게는 깨닫게 되는 진리가 생긴다. 나는 그런 순간이 좋다.
쓰레기봉투 옆구리가 뻥 터지는 바람에 또 한 번 역시 어떤 상황에서든 무리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새삼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괜찮겠지'라는 마음에 속아 뻥 터져버린 쓰레기봉투는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