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까워지는 시간
"휴가인데 뭐 하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내일 휴가인 것을 알고 직장동료가 물었다.
"아무 계획은 없는데."
정말 아무 계획이 없다.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하루 쉬어 가고 싶었다. 그럴 때는 잠시 쉬어가 주어야 한다.
휴식은 경직되어 있던 마음과 뇌를 말랑말랑하게 해 준다.
휴가 전날 저녁부터 본격적으로 '내일 뭐 하지'에 대해 즐거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는 지인에게 브런치를 먹자고 할까 아니면 나 혼자 조용한 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볼까. 그렇게 내일이라는 하루를 두고 무엇을 해야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은 나를 설레게 했다. 사소하지만 직장인에게 휴가의 의미는 귀한 보너스 같은 선물 같다. 마음이 헐렁헐렁 편하다.
모든 일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휴가 당일, 일찍 일어나서 모닝커피와 토스트를 먹으려던 부지런한 계획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늦잠을 잤다. 그러나 이 또한 휴가의 여유로운 혜택이니 누려야 한다. 매일 아침 알람소리를 들으면서 얼마나 늦잠을 기다렸단 말인가. 계획은 좀 틀어졌지만 오늘은 다 괜찮다.
집안을 둘러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시라도 더 지체를 하면 할수록 어수선한 집안일들 이내 발목을 잡을 것이고 집안일을 하다가 보면 그냥 집에서 다 보낼 것 같았다. 급하게 씻고 최근에 산 책 한 권에 노트북을 챙겨서 서둘러 집을 탈출했다. 어제 생각했던 카페로 이동했고 잔잔한 음악과 커다란 창문이 있는 쪽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맞이하는 순수한 내 시간이 오직 나에게만 집중되어 있어서 단정하니 흐뭇했다.
나이가 들면서 전에 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드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나이가 들수록 혼자 쓰는 시간을 잘 쓸 줄 알아야 하고 나랑 가장 친한 사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결혼을 해서 직장을 다니면서 한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온전히 내게 집중하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내 머릿속은 늘 아이의 스케줄과 오늘은 뭐해 먹을까. 그런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사춘기가 되면서 나를 밀어내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엄마의 손길이 점점 필요 없어질 나이가 되는 것 같은데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처음에는 다 혼자 알아서 한다는 아이의 말과 행동에 섭섭함이 밀려왔다. 그러나 이토록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을 언제까지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을 담고 살기에는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느 육아전문가가 아이를 키우는 최종 목적은 자녀의 독립이라고 했다. 나는 아이가 점점 독립적으로 행동하고자 할 때 그 말을 꺼내서 나를 다독이곤 한다.
'잘 가고 있다고. 다 괜찮다고'
그리고 그럴수록 이제는 제2의 인생을 나와 잘 사는 법에 집중해야 할 때 왔다고 생각한다.
잠시 한발 뒤로 물러서 있던 나를 불러들여 내게 이제 다시금 관심을 가져줄 때인 것 같다.
'나도 내 이름으로 내 인생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