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부드럽게 넘어가기도 하고 그와 반대로 자꾸 곱씹게 되는 경우가 있다. 싫은 사람이 이야기하면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싫은 소리로 못마땅하게 들리고 좋은 사람이 이야기하면 싫은 소리도 농담처럼 웃어넘길 수 있다. 이것은 비단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야 하는데 관계에 따라서 본의 아니게 내 편한 대로 해석되어 마음에 꽂힌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가 그만큼 중요하다. 무인도에 가서 혼자 살기 전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관계의 어려움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좋아한다.
그 시 속에 나오는 '나의 빛깔과 향기에 걸맞은'이라는 구절이 좋다. 우리는 모두 다양한 생김새와 성격을 가졌듯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빛깔과 향기도 다르다. 그 빛깔과 향기는 서로를 알아보게 하고 끌어당기게 하는 끌림이 있다. 주변을 보면 전혀 다른 사람끼리는 친구가 되지는 않는다. 비슷한 사고를 가진 사람끼리 유대관계를 맺으며 친구가 된다.
우리는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다. 물론 아주 이상적인 모습으로는 모든 사람과 즐거운 사이라면 너무 좋겠지만 저마다의 개인사정이 있으니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좋다가도 싫어지고 싫다가도 좋아지고 그런 것이 인간관계가 아닌가 싶다.
싫은 사람은 비우고 대하자고 해도 '역시 사람은 안 변해.'로 결론이 난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상황이 안타깝지만 불만을 갖지도 말고 너무 비극적으로 생각하지 말자고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내가 불만을 가져야 내 속만 시끄럽고 지옥일 뿐이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감정은 생각보다 에너지 소비가 크다. 그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이 유난히도 큰 날은 좋았던 사람마저도 식상해져 사람 자체가 모두 싫어지기까지 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사람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을 좋아하는 편인 나에게는 그 감정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사람으로 받은 섭섭함과 상처가 또 다른 좋은 사람으로 위안받는다. 결국 보면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가 된다.
사람에 대한 미움.
각자 보면,
고유하고 귀한 존재인데,
내가 무슨 권리로 누군가를 미워한단 말인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면 된다.
나 또한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내 기준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도 교만일 것이다.각자의 삶의 가치와 기준이 다른데 마치 내 기준이 옳은 정답인 양 누군가를 나무랄 필요도 없다. 또한 모두와 다 잘 지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된다. 어려서는 모두와 다 잘 지내야 하는 줄 알았지만 모두와 다 잘 지내려는 마음도 욕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피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서 '지옥'과 '천국'이 될 수 있는데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의 빛깔과 향기에 걸맞은'사람과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면 그만이다. 세상 억지로 되는 일은 없으니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도 자연스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