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우산이 없어도 괜찮다.

by letitbe

하늘이 잔뜩 흐렸다.

아무래도 비가 올 모양이다. 약속이 있어서 나왔는데 미처 우산을 챙기지 못했다. 나는 비가 올 때 우산이 없으면 좀 불안해진다. 얼굴에 걱정이 티가 난다. 여전히 어두워지는 하늘을 의식하면서 어떡하지 싶은 마음이지만 일단 카페로 들어갔다. 잠시 후 창 밖의 풍경은 비가 오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다니기 시작했다. 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갈 일이 슬슬 걱정이 됐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비가 그칠 수도 있으니 일단 마음 편히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우산이 없는 날 편의점에서 우산을 샀던 그 어느 날에도 비는 올 듯 말 듯만 하다가 비는 오지 않았다. 오늘도 운이 좋으면 내가 집에 갈 때는 비가 그칠 수 있으니 살짝 그러기를 기대해 본다.


늘 생각이 많은 나는 지금 일어난 일보다 그 뒤에 일어날 일들을 미리 염려하고 추측하는 편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미리 앞서가는 추측으로 하는 걱정은 마음만 괴롭히기 딱 좋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걱정을 비우는 연습을 시작하고 있다.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면 의식적으로 다른 생각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는 나쁜 생각이 불현듯 찾아오면 그것에 대해 걱정이 한 보따리였다면 이제는 의식적으로 생각을 툭 털어버린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의미부여를 좋아했지만 가끔은 그런 식의 생각하는 습관이 마음을 무겁게 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가볍게 하는 것 또한 당분간은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계속 노력해 볼 생각이다.

생각을 과하게 하다 보면 머리와 마음에 과부하가 온다. 그래서 생각도 때때로 '이제 그만.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고 의식적으로 끊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삶을 지낼수록 드는 생각은 '단순하게 간결하게' 살고 싶다.


창 밖을 보니 비가 잠시 그쳤다가 또 오기 시작했다.

우산은 없지만 걱정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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