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첫 이탈리아 출장길. 촬영을 마치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중에 어느 한적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주문한 건 크림 스파게티. 생각보다 훨씬 더 짠맛에 ‘아 현지인들의 입맛은 이렇구나' 하고 놀랐던 적이 있다.
첫날 촬영을 마치고 로마에서 볼세나로 향하는 길. 밖은 이미 캄캄하다. 덜컹거리는, 하지만 숨죽인 듯이 고요한 승합차 창 너머로 고속도로 휴게소가 보인다. 짠맛이 강했던 그날의 휴게소도 오늘과 비슷한 외곽도로 어디 즈음에 있었을 텐데.
같은 촬영을 하고 있지만 10년도 훌쩍 넘은 그때와 지금은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하는 일도, 함께 일하는 사람도, 외모도, 마음도, 생각도. 언젠가 다시 이탈리아 도로를 달리는 차창 밖을 보며 오늘을 떠올리는 날이 올 수도 있을까. 그때는 몇 년이 지나 있을까.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