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학부모 총회

by Chase

딸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2주가 지났다. 첫 학부모 총회가 열리는 날. 아내의 퇴근시간을 기다려 함께 참석했다. 넓은 강당에서 먼저 1,2,3학년 전체 설명회가 있었다. 처음 시행되는 고교학점제, 9등급에서 6등급으로 바뀌게 되는 입시제도. 전년도와 올해 서울 상위권 주요 대학 입시 결과, 학교에서 계획한 다양한 입시전략과 조언들이 1시간 반을 가득 채웠다. 아내와 나, 참석한 200여 명의 학부모들 모두 작은 정보하나 놓칠세라 귀를 기울이고 휴대폰 셔터를 눌렀다. 입시가 참 쉽지 않구나. 우리 딸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그 자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교실로 올라왔다.


교실에는 10여 명 남짓 학부모들이 모였다. 직접 선생님을 만나 뵈니 살짝 긴장도 되고 반갑기도 했다. 담임 선생님이 정말 좋다며 연신 자랑을 했던 딸. 딸의 작은 책상에 자리를 잡고 선생님의 말씀을 듣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설명을 하시던 선생님께서 학부모들에게 작은 과제를 던졌다.


"( )를 장점으로 가진 (학생이름)의 학부모입니다."


괄호 안을 채워 각자의 딸에 대한 소개를 짧게 한 마디씩 부탁하셨다. 선생님도 학부모들도 조금은 쑥스러워했지만 즉각 대답하기에 아주 어려운 과제만은 아니었다. 맨 앞줄의 어머니부터 소개를 시작했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집에서는 애교도 많고 웃음이 많은 OO의 엄마입니다.

아픔을 겪었지만 잘 이겨내고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OO의 엄마입니다.

체육을 좋아하는 OO의 엄마입니다.

웃음을 잃었지만 다시 건강하게 웃음을 찾고 있는 OO의 엄마입니다.

학교와 친구들을 좋아하는 OO의 엄마입니다.

쑥스러움이 많지만 마음은 정말 예쁜 OO의 엄마입니다.


20초 남짓한 짧은 소개말들이 이어졌다. 한 분 한 분의 소개말을 옆에서 유심히 듣고 있는데 왠지 모를 울컥함이 몰려왔다. 어머니들이 던지는 짧은 말들이 남의 얘기 같지가 않았다. 각각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자녀에 대한 걱정이, 아픔이, 사랑이, 희망이, 간절함이 더없이 촘촘하게 꾹꾹 담겨 있었다. 조금 전 강당에서만 해도 등급으로 나뉘게 될 경쟁자들이 가득했는데 이 교실에는 어느새 여고생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그 시간 모인 10여 명의 어머니, 딸들, 담임 선생님. 또 힘겨운 경쟁을 함께 해야하는 전국의 학생과 학부모들. 모두가 누군가에게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이지 않을까. 경쟁적인 입시 제도, 사회 구조 아래 치열함을 겪어내야만 하는 모든 아들 딸들에게 즐거운 일들 건강한 웃음이 자주 함께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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