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2월의 마지막 주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2021년 두 달의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버렸습니다. 최근에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좋은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는 소식들을 전해 들었습니다. 좋은 소식에 기쁜 마음도 들었지만 마음 한편엔 '아 나는 지금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싶은 마음 또한 들었습니다. 나는, 그리고 내 행복은 어디쯤에 있는 건지 묻고 싶어 져서 꺼내어 본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리뷰입니다.
브래드는 비영리단체에 근무하는 47세 평범한 중년 남자, 그리고 한 집안의 가장입니다. 하지만 평범하다기엔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져 있고, 자신보다 잘 나가는 대학교 동창들의 SNS를 보면서 열등감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음악을 잘하는아들 트로이의 대학입시를 위해서 함께 보스턴으로 향하게 됩니다. 트로이의 실수로 면접을 볼 수 없게 되고, 브래드는 옛 친구 크레이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도움을 청합니다.
옛 친구 크레이그의 도움으로 트로이는 대학 면접을 볼 수 있게 되고, 하버드에 다니는 트로이의 친구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아난야라는 여대생을 만납니다. 비영리단체의 꿈은 부질없으니, 돈을 많이 벌고 그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길이라는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하지만 아난야는브래드에게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멋진 일을 하고 있다고,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충분한 사람이라고 말해줍니다.
"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거죠? 브래드, 당신은 많은 것을 가졌어요."
아난야의 한 마디에 한 방을 맞은 것 같은 브래드는 그날 밤 잠을 설칩니다. 옛 동창 크레이그를 만난 자리에서, 대학 동창들의 삶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어렵기도 하고, 화려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크레이그와의 저녁식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지금 이 시간을 소중한 사람과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들에게로 향하는 브래드, 어쩌면 영화는 대단한 스토리도 없이 결말을 맞이하지만 무언가 엄청난 것을 이루지 못했어도 어딘가에 꼭 닿지 못했어도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하루하루, 일상의 장면들을 담고 있어서 잔잔한 공감을 하면서 따라갈 수 있었어요. 사랑스러운 아들 트로이를 바라보는 아버지 브래드의 시선과 말투를 담은 일상 속 자연스러운 순간들을 담고 있었지만, 그 순간들이 영화 속 주인공들이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까 아빠가 사람들 있는데서 나에게 면박을 줄 때,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여기 다니게 되었을 때 애들 창피해서 어떻게 다닐까 하고... 근데 생각해보니 아니었어. 여기 애들은 남 따위 신경 안 써. 그냥 자기만 보고 자기 앞길만 가지. 내 말인즉슨, 아빠는 남의 생각, 의견 따위 생각 말고 아빠 주변의 사람만 신경 쓰면 된다는 얘기야."
"그럼 너는 어떤데? 네 생각은?"
"나는.. 아빠를 사랑하지."
영화를 보고 나서야 이 영화의 제목은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가 아니라 "부러워요, 미스터 브래드" 쯤으로 써도 되지 않을까 싶어졌습니다. 자신을 믿고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아들이 있고, 현재 마음을 담아서 하고 있는 일이 있고, 또한 자신을 지켜봐 주는 아내가 있고, 어려운 부탁도 건넬 수 있는 대학 동창들이 있으니까요. 어쩌면 저도 모르게 브래드처럼 쭈그러들고, 자책하고, 후회하고 비교하던 저를 비추던 거울을 돌려 지금 있는 것들에 충분히 감사하고, 좋아하고, 아껴주는 걸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겠을 때, 내 걸음의 속도를 인정해주기 어려울 때, 내 행복이 어디쯤에 있는지 찾고 싶을 때 돌려보면 좋을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리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