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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번 실패 끝에 성공한 교훈

by 유인규



121211.jpg 다이슨의 대표 헤어기기 3종


영국에 있는 맘스베리 다이슨 헤어사이언스연구소. 이곳은 연구를 위해 수집한 유럽, 아시아 등 인종별 머리카락이 한가득 모여있다. 그 길이를 합치면 무려 1625.4km 이상. 샘 체르팍 다이슨 헤어케어 총괄에 따르면 직모, 곱슬머리, 염색머리, 등 모든 상태 머리카락을 연구하기 위함이라 한다.


다이슨 헤어기기는 2016년에 세상에 나왔지만, 모발 연구는 2012년부터 꾸준히 이어왔다. '세계 최대 규모 모발 연구소' 타이틀에 맞게 모발 연구에만 약 1645억 원을 투자하고, 엔지니어, 모발 전문가는 수천 명을 고용했다.






5126개. 다이슨 창업주 제임스 다이슨이 1979년부터 5년간 만든 실패작 수다. 1993년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히트를 시작으로 21년 기준 매출 약 5조 7576억 원, 지금은 삼성전자 & LG전자도 강력히 견제하는 기업이지만 첫 시작은 고난 그 자체였다.


이 기업의 특이한 점은 지분 100%를 다이슨 창업주와 그의 가족이 보유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단기 이익을 원하는 주주 의견을 배제하기 위함. 처음처럼 무모한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 결과, 대표 헤어드라이어 슈퍼소닉의 경우 타 경쟁사 평균 대비 10배가 넘는 50만 원 대지만 제품력에 반한 고객들은 주저치 않고 지갑을 꺼낸다.


뭘 어떻게 내놓을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어 굵직한 가전기업들도 무서워하는 다이슨. 무모하고, 항상 새로운 가치를 추구했던 다이슨이 왜 5126번이나 실패를 경험했을까?






발명 VS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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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과 혁신. 얼핏 보면 비슷해 보여도 이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발명이 세상에 없던 새로움을 의미한다면, 혁신은 단순히 새로운에서 그치지 않는다. 실험실 밖을 넘어서서 시장에서 성공하고, 사람들의 삶을 바꿔줘야 비로소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즉, 소비자들이 충분히 돈을 낼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새로워도 팔리지 않으면 혁신이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인터넷 역시 처음부터 혁신은 아니었다. 1960년대에 나온 인터넷이 사람들의 삶을 바꾼 건 2000년대에 들어서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만 떠올려봐도 인터넷이 지금처럼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는 않았다.


다이슨이 처음 사업을 결심한 계기는 기존 진공청소기의 답답함 때문이다. 이 근본적인 문제를 청소기내 '먼지봉투' 때문이라 생각한 그는 아예 이것이 없는 상품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5천 번이 넘는 시제품 제작을 끝으로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혁신적인 청소기를 만들었다.



다이슨은 이 혁신의 개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지 않았을까?



보통 시제품이 여러 번 실패하면 현실과 타협해 포기하거나 적당한 제품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고 끝없는 도전 끝에 만들어낸 것은 이 제품이 단순히 새로움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삶을 바꿔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다이슨 헤어사이언스연구소에 1625.4km 이상의 머리카락이 모여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꾸준히 사랑받는 상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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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히트텍, 인덕션 등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들

잠시 지나치는 트렌드가 아닌 소비자 삶 속 깊숙이 파고든 히트 상품은 단순히 새로움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새로움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고객이 겪고 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 히트 상품이 나오면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베끼고, 훔치지만, 그 이상을 창조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왜 그 상품에 고객들이 열광했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다이슨은 5127개 실패에 대해 회고 하기를, “고통스러운 기간이었지만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 확신을 가진 이유는 철저한 고객 분석이다.


성공 비결은 간단하다. 끊임없이, 끊임없이 고객을 분석하고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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