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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은나의것 Nov 29. 2022

이렇게나 여행을 다녔다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듯 나는 글씨를 쓰며 좋아합니다.

이번 한 해가 어느덧 저물어간다. 곧 12월.


그 어느 해보다 여기저기 많은 곳을 다녔다. 프랑스, 한국, 영국 그리고 겨울엔 오스트리아에 갈 예정이니 적지 않은 나라를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했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결국 몇 년간 생각만 하던 일을 행동에 옮기고 살아내고 있어서인지 이전의 수년간 느꼈던 12월의 허망, 아쉬움 같은 것들이 조금 덜 느껴지고 있다.


10월에는 시험을 이주 앞두고 큰 결단을 내리듯 영국에 다녀왔다.


대학시절 내 영혼의 반쪽이라고 여겼던 친구. 그 친구를 만나러. 더 정확하게는 관계를 회복하러 일주일의 시간을 떼었다.


참 잘한 결정이었다. 만나지 않았더라면 결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서로 멀어졌던 이유가 된 그 사건에 대해서도 아프지만 다시 꺼내 들여다보았다.

다 사라진 것만 같았던. 부질없는 것이었다고 억울해하던 그 감정들.. 부정하고 싶었지만 결코 부정되지 않아서 괴로웠던 것들을 확인하니 마음속에 커다란 돌덩어리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독일에 온 이후에는 깊은 우정을 나누고 마음을 줘가며 관계를 새롭게 맺은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상처를 주고받고 하는 일도 짧게 끝나는 의식 같은 것이어서 나에게 응어리를 남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나의 20대를 온통 수놓았던 관계들은 아직까지도 나에게는 진행형이다. 이번에 한국에 다녀와서 다시 한번 깊이 확인했고 또 영국에서 J를 다시 만나 화해하며 확실해졌다. 나에게 그러한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다시 깨달았고 이제는 결코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외면이 되지 않았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의미가 더해져서인지 이번 영국 여행은 한 편의 소설을 읽은 듯 여운이 크게 남았다.

예보와 달리 내내 좋았던 날씨 덕분에 나는 영국의 아름다운 정원과 또 늘 맑고 청명했던 하늘을 기억 속에 박제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몰라보게 커있고 우리들도 예전처럼 젊지만은 않고.

세월의 흔적 같은 것들이 이제는 보인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지만 또 정신 차리며 살게 하는 것도 있는 게 사실이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더더욱 간절했다.


시간이 없어서 글을 자주 남기지 못하고 있으므로 그냥 떠오른 단상들을 적으려고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지금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공부와 관련하여……


내가 왜 이렇게 쓰고 읽고를 아주 방대하게 해야 하는 공부를 하고 힘들어하면서도 그 이면에 느끼는 만족감이 스스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커다란 산을 옮겨야 하는 것과 같이 막막함을 느끼면서도 뭔가 한 삽의 흙을 퍼내는 기쁨도 있는 것 같고 또 작게는 내가 뭔가 쓰는 것을.. 그러니까 쓰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를 연주하듯, 그림을 그리듯. 이렇게 차곡차곡 나의 습작 같은 손글씨가 쌓이는 것도 만족감을 더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 같다.


일과 공부 그리고 일상에 너무 억눌려 요즘 다시 스멀스멀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아 스스로 ‘만족감‘ ’ 성취감‘을 주는 것들을 기록하려고 하고 있다. 이미 공기 중에 떠다니고 있는 많은 긍정적인 기운들을 핀셋으로 콕 집어내서 확인하고 기뻐하고 싶다.





영국 전통식 카페에서 홍차와 스콘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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