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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여행하고 글을 쓰는가?

살면서 여행하며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

잘 걷지 못하는 사람이 세상을 두루 걸어왔습니다. 그 길에서 발견한 것들이 성장의 뿌리가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 길은 자신과의 대화였고, 삶이 깊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길을 걸으면서 이 세상이 얼마나 큰 커뮤니티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어려서는 동네 한 바퀴에서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그 세상이 전부인 줄 알지만, 고향의 동네 한 바퀴는 큰 세상을 내딛기 위한 영혼의 집이 있는 시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부모님의 집을 가출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가출인데 보통의 청년들은 독립하고자 하는 것이 중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어려움과도 같을지 모르겠으나 세상 밖 하늘을 나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인식입니다. 출가와는 다른 것이지만 우리 모두의 도전이어야 합니다.



지구촌에 살면서 세상의 여러 도시들을 만나게 됩니다. 뉴욕의 거리에서 프랑크 시나트라가 왜 ‘뉴욕 뉴욕’을 불렀는지 그 가사를 이해하게 됩니다. 상하이의 거리에서는 독립투사들의 숨결을 호흡하게 되고요. 바르셀로나의 성가족 성당에 이르는 길에서 인류의 문명을 만납니다. 30년 사회생활동안 25년 이상 해외 곳곳을 유목민처럼 살아왔습니다. 그 여행의 길목마다 글을 적게 됩니다. 그 여행지를 잊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곳에 있었던 나의 생각, 느낌, 깨달음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글을 쓰게 됩니다.



그 길들은 걸어야 만나는 여행객의 발견이 되고, 살아가면서 걷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많은 것을 이 책에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인생은 여행이라고 했던가요! 우리의 길은 걸어가면서 채워가는 것일 테지요. 왜냐하면 앉아서 책상에서 상상하는 것은 진짜가 아닙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고여있게 되고 고여있으면 혼탁해집니다. 흘러가야 하고 다른 지점에서 만나야만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됩니다. 날마다 걷는 산책길, 익숙한 동네 한 바퀴도 그 길을 걸으면 다시 보이는 많은 것들이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걸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멈추고 서있으면 두려움만 커집니다.



우리는 걸어갈 때, 세상과 함께 호흡하게 됩니다. 지속적으로 걸어갈 때 두려움도 사라지게 됩니다. 앞으로 나가면서 보이지 않던 것을 마주하게 되면서 불확실한 것도 명쾌하게 보이니까 더 이상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그 길에서 사색과 통찰이 생기고 보통 사람의 철학이 발견됩니다. 그 길에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을 얻게 되고 몸과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세상의 무대는 우리가 걷는 길이 됩니다. 그 안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고 멀리 보게 됩니다.

보통 사람들은 달리기를 잘할 수 없거나 오래도록 뛰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걸어갈 수 있습니다. 천천히 걷더라도 꾸준하게 걷는 사람들이 곧 승리자가 되어 목표하는 지점에 이를 수 있습니다. 처음에 빨리 뛴다고 끝까지 그런 속도로 다다를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지요.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죽기 전에 자전적 소설을 쓰기 위해서입니다.

나 자신에게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서 글을 씁니다.

지나온 삶의 여행의 그 궤적에서 편지를 쓰게 됩니다.

그 여행은 나를 찾아가는 구도의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편지를 쓴 지 너무 오래된 우리들 모두가 짤막한 메시지로 살게 된 21세기, 우리는 과연 마음을 제대로 전하고 있을까요? 나조차도 30여 년 동안 편지를 거의 쓰지 못한 채로 살아왔습니다. 지난 세대 편지는 우리의 일상에서 중요한 소통의 도구였습니다. 지금은 손 편지, 편지장에 쓰는 편지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편지로 생애 중요한 마음들을 전하고자 합니다.



오늘날 21세기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긴 글, 긴 편지, 길게 쓴 소식들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짧은 글, 짧은 메시지, 짧게 요약된 소식들이 우리 일상을 채우면서 우리들은 더 이상 긴 문장, 책들은 멀리하게 되었지요. 편지는 가장 먼저 희생당하고 사라져 가는 20세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먼저 편지를 쓰게 된다. 가족들에게 살아있는 성장의 기록을 편지에 담아본답니다.



그렇게 편지를 묶어서 남길 수 있다면 이 생애에 갚지 서간문의 책 묶음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에게 편지를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혹시 우리의 손자 손녀들이 우리의 편지를 발견하고 읽으면서 우리가 남긴 인생의 글이 그들에게 안내자가 될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이 글이 반드시 지금 편지처럼 전해지지 않아도 좋습니다. 우편물이 되지 않아도 여기 이 자리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족합니다.

먼저 간 사람들이 뒤에 올 사람들에게 남기는 편지 같은 글쓰기를 멈출 수 없게 됩니다.

살면서 여행하며 글쓰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나에게로 향하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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