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생존 이야기, 호랑이와 소년의 생존 스토리
몇 년 전에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전해져오던 감동이 바닷물에 미쳐 씻겨나가지 않았다.
두 달 전 해변에서부터 읽기 시작한, 다시 이 영화의 얀 마텔의 원작 소설을 손에 잡고 읽기 시작하면서, 빠져드는 파이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완독하는 한주를 쏜살같이 보냈다. 한 권의 소설과 한주가 이렇게 삶의 생존력을 용솟음치게 만들 수도 있음을 기록하고 싶다.
우리는 살다 보면 버티고 견뎌내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치부하기도 한다.
재난 없이 무탈하게 무사고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상인지 잊게 된다.
그렇게 무시하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꾸만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십 대 소년은 하루아침에 선박의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사고를 당한다.
그런 재난으로 부모도 형도 재산도 모두를 바다가 집어삼키고 만다.
구명보트에서 오직 십 대 소년 한 사람과 호랑이만을 남기고 7개월 동안 바다에서 버텨야 하는 믿기 힘든 스토리다.
이 실화의 이야기 소설은 믿을 수 없지만 믿고 싶은 실화라고 하는 생존기이다.
로빈슨 크루소 + 캐스트 어웨이 + 모비딕 + 오디세우스의 모험기와 서사시가 혼재하여 있지만
독창적인 설정의 생존기이다. 정말 벵골 호랑이와 소년이 함께 무려 7개월을 바다에서 함께 생존할 수 있었을까! 의심하지 않게 된다. 너무도 생생하게 그 사실성을 묘사하지만 동시에 우화 같기도 하다.
더군다나 인간과 동물의 생존기에 신의 영역을 집어넣었다.
주인공 파이는 3대 종교를 모두 숭배하고 예배하는 소년이다.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신들에게 그 성전들에서 모두 기도를 하는 신실한 종교인이었다. 그러한 두터운 신들의 보호로 호랑이와 함께 생존하게 된 것일까? 적어도 재난의 상황에서 신에 대한 믿음의 힘을 버리지 않는 것은 위대한 것이다. 동물조차 신이 외면하지 않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깨우쳐 주는 스토리다.
이제 좀 더 치열하고 피 터지는 묘사를 '소설 내용의 문장들 인용'을 통해서 공유해 본다.
나는 227일간 버텼다. 내 시련은 7개월 넘게 계속되었다.
바쁘게 지냈다. 그게 생존의 열쇠였다. 구명보트에서, 또 뗏목에서, 언제나 할 일이 있었다. 조난객에게도 하루 일과란 말이 통한다면, 나의 일과는 다음과 같았다.
해 뜨고부터 오전까지
기상
기도
리처드 파커 아침 식사
뗏목과 구명보트 살피기.
특히 매듭과 로프에 신경 써서
태양 증류기 점검(닦고, 바람 넣고, 물 담기)
아침 식사 및 식품 조사
낚시로 물고기를 잡은 경우에는 손질(내장을 꺼내 씻어서, 고기 조각 햇볕에 말리기)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기도
가벼운 점심 식사
휴식과 쉬는 활동(일기 쓰기, 딱지와 상처 살피기, 장비 관리, 물품함 주위 어슬렁대기, 리처드 파커 관찰 및 연구, 바다거북 뼈 줍기 등등)
늦은 오후에서 저녁까지
기도
낚시와 물고기 준비
고기 말리는 일 챙기기
(뒤집고, 썩은 부분은 잘라내기)
저녁 식사 준비
나와 리처드 파커 저녁 식사
저녁
뗏목과 구명보트 검사(다시 매듭과 로프 점검)
증류기에서 물을 받아내고 기구 보관하기
식품과 장비 보관
밤 준비(잠자리 만들기, 배가 지나갈 경우에 대비해 뗏목에 화염 신호 준비하기, 비가 내릴 경우에 대비해서 빗물받이 준비하기)
밤
잘 자기
기도 - <파이 이야기>, 얀 마텔 / 공경희 -
* 리차드 파커는 뱅골 호랑이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전 세계적으로 6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이 영화는 인도에서 올해 가장 큰 할리우드 히트작이 되었다. 또한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린 몇 안 되는 할리우드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하였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광범위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수상했다. 리처드 콜리스는 이 영화를 2012년 영화 중 세 번째로 좋은 영화로 선정했다.
소설에는 영화와 다른 생생하고 섬세하게 생존의 장면들을 묘사하였다. 사람이 오직 한 사람이 주인공이고 동물들이 가득한 이 스토리에 망망대해 바다가 무대이다. 그 무한한 바다의 존엄한 무대에서 주인공이 펼치는 생존기는 감동 그 이상이다. 일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기상에서 잠들기까지 한 시간 한 시간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아끼면서 잘 써야 하겠다는 깨달음을 간직하게 해준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파이 이야기와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때때로 망망대해에서 혼자 생존하는 것 같기도 하다. 때때로 맹수와 겨루면서 슬기롭게 다스리는 주인이 되어가는 삶이기도 하다. 때때로 굶고 갈증을 호소하면서도 참고 인내하면서 허기를 채우는 날을 맞이합니다. 때때로 신과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휴머니즘을 깨달아 갑니다. 때때로 각자의 인생이 하나의 생존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다만 우리들 각자의 자유 의지로 멋지게 생존하는가는 그 인생이라는 배에 누구와 함께 가는가에 달려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 배의 주인이 되는가? 그 배의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가?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이 위대한 생존기에서 그런 질문들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