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승리의 글쓰기 기록
지난주 무엇을 어떻게 잘못 먹었는지? 아니면 출장 여행에서 물갈이된 것을 쾌식하여서 그런지? 급체하였다. 불편한 속에 머리까지 어지러웠다. 오랜만에 몸이 불편하고 메슥거리면서 세포들이 모두 아프다. 일터에서 일터로 환경이 여러 번 바뀌면서, 일터, 출장의 여행 중에서 잠자리가 여러 번 바뀌면서 몸이 아파서 속이 탈이 나고 두통이 심해졌다. 이런 경험을 누구가 갖고 있다. 장기가 불편하고 소화를 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로가 누적되어 몸살 증상까지 겹쳤다. 여기서 쓰러질 것인가? 절대 쓰러지지 않고 다시 건강해져야지 의지를 굳세게 하였다. 건강할 때 외치지 않던 영차 영차를 스스로 되뇌면서 온몸의 세포들이 일어나서 병마와 싸워야만 했다.
구토증을 참으면서 휘청거리는 어지럼증을 견디면서 밤거리를 걸어갔다. 무슨 구제소 같은 희망의 약국에서 약을 구했다. 탈이 난 배와 어지럼증을 다스려야 했다. 그 약을 먹고서 잠이 들었다. 토요일 밤의 귀중한 시간을 잠으로 보내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하지만, 몸을 다스려야 다시 일어서서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잠을 깨웠다. 다행히 자정이 되지 않은 시간에 다시 깨어났다. 테이블의 어질러진 것들을 정리하고 이 컴퓨터의 자판기를 올려놓았다. 하얀 여백을 열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생각을 모아서 집중하여 본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몇 자라도 쓰고 싶었다.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었던 것이 머릿속에서 빙빙 돌았다. 이성을 가져와야 글을 쓸 수 있는데, 앉아있는 것이 힘이 되었다. 지성을 작동시키는 이성조차도 앉아있는 건강한 힘이 받쳐주어야 가능한 것이다. 사람의 이성이란, 맑은 정신의 힘이란 이렇게 건강한 신체에서 나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가 그렇게도 건강한 신체를 강조한 것도 이해가 된다. 아픈 몸으로도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는 쇼펜하우어의 그것이고 칸트의 실천이성의 힘이다. 아플 때 인간은 강한 존재란 것을 몸소 체험한다.
토요일 밤 자정이 지나가자 그 시간에 배 안의 불편함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어지럼증도 약기운인지 나아졌기에 얼마나 다행인가. 글이 써진다. 글을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 살아있는 기분이 이렇게 행복하게 한다. 건강한 정신이 반쯤 돌아온 것이다. 맑은 정신을 갖기 위해서 치유될 수 있는 나의 집이라는 포근하고 좋은 환경 또한 중요하다. 고요한 환경에서 글을 쓰게 하는 사유가 맑고 투명하게 흐르게 된다. 아픈 것이 성숙하게 만들어내는 극복의 과정이 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아픈 것을 극복해야만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경우의 병을 겪어 왔는가! 인류는 얼마나 많은 수의 이름 모를 발병을 극복해왔는가! 물론 그 극복의 과정에서 희생당한 사람들도 많았다. 유아시절 채 청소년으로 성장하기 이전에 죽어야만 했던 질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죽어간 사람들, 결혼조차 아니 연애조차 해보지 못하고 죽어간 젊은이들이 수많은 고칠 수 없었던 질병, 전염병 등으로 죽어갔다. 하지만, 인류는 극복해왔고 그 극복의 위대함이 오늘날 인류의 수명을 연장하고 더 많이 생각하고 감상하고 창조하면서 살아오게 되었다.
작은 병을 극복하면서 다시 건강해지리라 확신하게 된다. 그렇게 20시간 굶고 약과 수면으로 치유하면서 하룻밤을 보냈다. 건강한 맑은 정신이 건강한 신체에서 나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다음 날 한결 맑아진 정신으로 아침 햇살이 비쳐오는 창가의 커튼을 열었다.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인류의 불변의 진리는 "건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정신의 힘이 발휘되는 것이다." 다행히 반나절 심각하게 아팠던 것을 하룻밤 금식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이 글을 그러한 극복의 과정에서 써 내려간 작은 승리의 역사를 담고 있다. 전 인류에게는 작은 승리이지만, 나 스스로에는 대견한 큰 승리의 하루가 될 것이다. 거의 반년 만에 아팠던 것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그 회복의 승리가 이 글로 기록되는 것이다. 결코 굴하지 않으리라. 아픈 만큼 성숙하려면 아픈 것을 의지로 극복해야만 한다.
일부로 단식하였다. 20시간 굶은 후에 속도 많이 편안해졌다. 잠이 보약이기에 9시간 꿀잠을 취한 것이 상당히 회복되었다. 일요일 새벽에 태양을 만나려고 다시 깨어났다. 그 순간을 연이어 이렇게 글로 이어간다. 승리자의 문장이라고 한다면 너무 과장일까? 아픈 것도 극복하고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된 이 순간 승리자가 된 기분에 스스로 감동하게 된다. 어지럼증이 거의 물러가니 세상이 맑고 밝게 보인다. 일요일 새벽 자라투스트라가 새벽을 만나듯 그렇게 일출을 맞이하러 나간다.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 늘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고 싶다. 아픈 만큼 성장한 나의 극복기 - 스스로 다시 일어서서 기특하고 대견하다.
비온 후에 햇살이 청명한 하늘을 보여주듯, 아픈 뒤에 보상이 주어진다. 이번 주말은 격월 부부의 만남이 있다. 다시 주말부부로 돌아오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다시 건강한 몸으로 만나게 되어 고맙다. 아픈 몸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 가족 간의 관계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도 불편함을 보이고 싶지 않다. 그들이 나 때문에 불편하게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잠시 하루 동안 아팠지만, 아픈 만큼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 건강을 지켜야 가장의 역할도 다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소명도 지켜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